파킨슨병 오래 앓으면 치매 위험 증가…증상 악화 막는 약물치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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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 〈82〉파킨슨병 치매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80대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자녀입니다. 아버지는 파킨슨병으로 행동이 느려지고, 손이 떨리고, 몸이 뻣뻣하게 굳어갔지만, 약물치료로 일상생활은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치매처럼 감정 기복이 심하고 혼자 식사도 챙겨 먹지 못해 가족 중 한 명이 옆에서 붙어 간병해야 합니다. 파킨슨병은 치매와 다르다던데 왜 그런걸까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의 조언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신경세포의 소실로 발생하는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파킨슨병은 안정된 자세에서 손 등 신체를 떠는 떨림,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근육이 굳는 경직, 다리를 끌면서 걷는 보행장애, 자세가 구부정해지면서 쉽게 넘어지는 자세 불안정 등 운동 증상이 특징적입니다. 간과하기 쉽지만 파킨슨병은 불안·우울·망상 등 정신 증상, 인지기능 저하, 수면 장애, 감각 이상 등 비운동 증상도 동반합니다. 

의학적으로 파킨슨병은 치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파킨슨병이 진행하면서 인지장애가 생기고 파킨슨병 치매로 진행합니다. 바로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비운동 증상인 치매입니다. 파킨슨병이 치매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입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치매 누적 발생률은 파킨슨병 진단 20년 후 83%나 증가합니다. 또한 초기 파킨슨병 환자의 30%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상태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파킨슨병 관련 치매는 기억력 감퇴를 특징으로 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와는 다른 임상적 증상을 보입니다. 주로 뇌의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사고의 흐름이 느려짐에 따라 수행 능력이 떨어지고 공간 지각력이 나빠집니다. 특히 어떤 일을 계획하고 수행하거나 감정을 조절하고 바뀐 규칙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또 환시, 망상 같은 정신병적 증상도 자주 나타납니다. 

최근엔 고령화 사회로 파킨슨병 환자가 늘면서 파킨슨병 관련 치매로 이행하는 경우도 많아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파킨슨병이라고 해서 모두 파킨슨병 관련 치매로 악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파킨슨병 환자에서 치매가 발생하기 때문에 치매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중요합니다. 

파킨슨병은 유병 기간이 길수록 파킨슨병 관련 치매 위험이 높아집니다. 뇌에서 행동을 조절하고 기억·판단을 관장하는 위치가 비슷합니다. 파킨슨병을 앓은지 15년이 지났을 땐 50%, 20년이 경과했을 땐 80%의 환자에서 파킨슨병 관련 치매가 발생합니다. 이 외에도 ①파킨슨병 발병 당시 고령이거나 ②파킨슨병 유병 기간이 길 때 ③몸이 뻣뻣한 강직 증상이 있을 때 ④잠꼬대를 심하게 하는 등 렘수면 장애가 있을 때 파킨슨병 관련 치매가 생길 확률이 높아 주의해야 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치매로 뇌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회복이 어렵습니다. 특히 중증으로 진행하면서 간병 부담도 커집니다. 치매는 약물 치료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증상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다행히 파킨슨병 관련 치매는 리바스티그민, 도네패질 등 콜린에스테라제 계열의 약에 잘 반응합니다. 이중 리바스티그민 성분은 대규모 연구에서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한 연구로 미국·유럽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우수한 임상적 근거(Recommendation A-B 등급)를 인정 받았습니다. 리바스티그민 성분은 한국에서도 유일하게 파킨슨병 관련 치매에 적응증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파킨슨병 관련 치매 환자에게 약을 하루 2번씩 매일 챙기기가 까다롭습니다. 치료를 위해 약을 먹으라고 줘도 ’내 약에 독을 탔다’ 등 망상 증상을 보이면서 약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이럴 땐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 형태로 치료하기도 합니다. 하루 한 번 교체하면 약효가 24시간 지속됩니다. 먹는 약과 달리 오심·구토가 적어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치료하는데도 유리합니다. 

마지막으로 뇌 인지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생활습관 실천도 필요합니다. 기억력·인지력을 관장하는 뇌는 평소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다릅니다. 위험 요인을 줄이고 보호 요인을 강화하는 것이 치매 예방의 핵심입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걷고 생선·채소를 골고루 챙겨 먹으며 부지런히 읽고 쓰는 것을 권합니다. 또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을 점검해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고 가족·친구와 자주 연락합니다. 절주·금연을 실천하고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오는 9월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치매로 뇌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막기 어렵습니다. 독립적인 일상을 오래 유지하려면 생활습관을 교정해 뇌 노화를 막고 증상 악화를 돕는 약물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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