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변은 신체 상태를 알리는 중요한 건강 지표다. 단순히 노폐물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소변의 양과 색깔, 냄새, 혼탁도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건강 이상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신석준 교수의 도움말로 놓쳐선 안 되는 소변의 이상 징후를 살펴본다.
소변은 인체 내에서 여러 물질이 대사된 후 이를 배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콩팥에서 노폐물이 걸러지면서 소변이 만들어지고, 방광에 저장돼 있다가 요도를 거쳐 배출된다. 건강한 성인의 하루 소변량은 1~1.5L다. 보통 1회 350mL의 소변을 배출한다. 배뇨 횟수는 계절과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성인의 경우 하루 5~6회가 일반적이다.
단백뇨 방치하면 콩팥 기능 악화
소변의 90% 이상은 물이다. 이밖에 아미노산·요산·요소·무기염류 등의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소변량이 줄고 냄새가 난다면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일단 소변량이 감소하면 콩팥(신장)에 큰 무리를 준다. 충분한 수분 섭취로 탈수를 예방하면서 콩팥 건강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 소변량이 500mL 미만(소변 감소증)이면 심한 탈수증, 오줌길 막힘, 진행된 만성 콩팥병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반대로 소변량이 하루 3L 이상(다뇨증)이면 과도한 수분 섭취, 당뇨병, 요붕증(멀건 소변이 많이 배출되고 갈증을 동반)이 원인일 수 있다.
정상적인 소변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약한 산성을 띤다. 만약 소변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게 난다면 탈수에 의해 농도가 짙어졌거나 요로감염일 가능성이 있다. 퀴퀴한 냄새는 간 질환이나 대사 장애 때문일 수 있다. 당뇨병과 같은 대사장애 질환이 원인일 경우 소변에서 달콤한 냄새가 난다. 파슬리나 아스파라거스 등을 먹은 뒤에는 매운 냄새가 나기도 한다.
정상적인 소변은 거품이 생기더라도 양이 많지 않다. 하지만 거품이 비누를 풀어놓은 듯 많고 계속 남아있다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다. 단백뇨다. 이는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바로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량의 단백뇨라도 방치할 경우 콩팥 기능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건강한 사람도 고기를 많이 섭취했거나 심한 운동을 했을 때, 고열이 날 땐 일시적으로 거품 소변이 나올 수 있다.
혈뇨 진단 시 요로계 손상 등 검사 필요
색깔도 중요하다. 정상적인 소변은 맑은 황갈색으로 옅은 맥주 빛깔을 띤다. 소변색은 소변의 농축 정도와 성분에 따라 결정된다. 적혈구의 대사산물인 빌리루빈이 간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약한 노란색을 띠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간 기능 이상 등으로 황달이 심해지면 소변도 진한 노란색이 된다.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복용해도 소변이 노랗게 될 수 있다. 간혹 근육세포 파괴로 나온 미오글로빈이 배설될 때 진한 갈색 소변을 볼 수도 있다. 마라톤, 행군, 장시간 등산 등 심한 운동 후 근육통과 함께 발생한다. 콜라 색깔의 짙은 소변은 급성 신장염이 원인이 돼 나타날 수 있다. 적혈구가 과다하게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소변색이 짙어지는 경우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붉은 혈뇨는 급성 방광염과 같은 요로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옆구리나 하복부의 격렬한 통증이 동반된다면 요로결석이 원인일 수 있다. 고령의 흡연 남성이라면 방광암이나 신장암에 의한 혈뇨일 가능성이 있다. 드물지만 소변 색깔이 파란색이나 녹색을 띠기도 한다. 일부 유전 질환에 의한 것일 수 있지만, 식용색소나 약물 복용이 원인일 때가 많다.
일단 혈뇨가 있다고 진단되면 외상성 요로계 손상, 신장·요관 결석, 방광염, 방광암, 신장암 등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50세 이상 남성의 경우 전립샘특이항원 검사를 1년에 한 번 정도 받는 것이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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