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감이 불쑥 찾아오거나 식욕이 유독 당기는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에는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기분·수면과 관련 있는 세로토닌·멜라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들에 불균형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계절 변화에 따른 우울감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을에 접어들 때마다 비슷한 증상을 과거에도 경험한 적이 있으면 이를 자연스러운 증상의 하나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무기력한 기분이나 우울한 감정이 계절 변화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됩니다.
날씨 변화에 따라 신체가 시차 적응을 하면서 생기는 일시적인 우울감은 대부분 환절기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완화합니다. 다만 적은 일조량과 낮은 기온이 우울감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면 겨울이 끝날 때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울감 완화를 위해서는 실내에서도 가능하면 햇빛이 드는 창가에 앉는 것이 도움됩니다. 낮에 산책하며 햇빛을 쬐는 습관,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을에는 유독 식욕이 당기기도 합니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원인이 있는데, 첫째는 적은 일조량 때문에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져 식욕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체온이 떨어지면서 포만감을 느끼는 중추를 자극하는 정도가 약해집니다. 진화론적으로는 생존에 혹독한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몸에 에너지를 비축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식욕이 과도하게 올라가지 않으려면 포만감에 도움되는 습관을 알아두는 것이 도움됩니다. 포만감이 없으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간식을 더 먹거나 다음 식사에 몰아 먹기 쉽습니다. 식이섬유소가 풍부한 채소, 살코기 등 단백질 식품은 포만감을 줘 식사량을 조절하는 데 도움됩니다. 식사할 때 당 지수가 낮은 샐러드나 채소를 먼저 먹으면 혈당을 완만히 조절하므로 식욕이 과도하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식사 시간 '최소 20분'도 기억하는 게 좋습니다. 위에 음식이 들어간 다음 포만감을 유발하는 신호가 뇌에 전달되기까지 20분 이상 걸립니다. 천천히 먹으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작용해 배부르다는 기분이 들고,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은 감소합니다. 세로토닌 재료인 트립토판이 풍부한 바나나·견과류·우유 등을 챙겨 먹는 것도 도움됩니다.
건조한 가을엔 가려움증이 심해집니다. 피부의 피지선·땀샘 기능이 약해져 각질층의 수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피지선이 적은 팔다리는 노출이 잘되는 부위고 마찰도 심해 건조 증상이 더 잘 나타납니다. 피부가 건조할 땐 꾸덕꾸덕한 제형의 크림을 써서 보습을 충분히 해 긁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건조한 날씨로 피부에 각질이 생겼을 때 이를 인위적으로 없애면 안 됩니다. 각질층은 피부를 보호하고 방어하는 피부 장벽이라서 망가지면 외부 자극을 방어하기 어렵습니다. 보습을 해 각질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줘야 합니다. 각질층은 한 달에 한 번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고 새 각질이 형성됩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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