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신경섬유종증 소아 환자들의 인권과 생명권 보호를 위해 유일한 치료제인 코셀루고(성분명 셀루메티닙)의 신속한 보험급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코셀루고는 수술이 어려운 총상신경섬유종 환자의 유일한 치료제로 2021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속심사제도 1호로 선정돼 국내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 상정됐지만 비급여로 결론이 났고, 지난 8월 다시 상정됐으나 재논의 판정으로 급여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 사실상 약이 있어도 비용 문제로 쓰기 어렵다는 의미다.
총상신경섬유종은 중추 및 말초 신경을 따라 종양이 생겨 눈에 띄는 신체 기형이 나타난다. 얼굴이나 팔다리에 총상신경섬유종이 생기면 외형이 바뀌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 언어 장애, 거동 장애, 시·지각 결손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감기에만 걸려도 잠을 자다가 호흡곤란이 생길까 마음을 졸인다는 부모가 많다. 눈에 보이는 위치에 섬유종이 생기면 차별적 시선까지 감내해야 한다.
신경섬유종증 환자 가족들은 진정서를 통해 “신경섬유종증은 다른 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데다 사회적 사망이라는 어려움에 처한 상태인데 약평위에서 재논의 결정으로 마음이 미어진다”며 “신속허가 심사가 무슨 소용이냐. 경제적으로 감당하지 못해 자녀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이루 말할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대증적 방식으로 치료한다. 하지만 신경을 따라 종양이 다시 생겨 수술을 받아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종양이 자라 10번 이상 수술을 받는 경우도 많다. 급여 적용을 요구하는 신경섬유종 치료제 코셀루고는 세포 과다증식에 관여하는 미토겐(MEK) 단백질의 활성을 차단해 종양 증식을 억제한다. 국내에서도 소아를 포함한 환자가 임상 시험에 참여해 종양이 줄어드는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총상신경섬유종을 동반한 신경섬유종증 1형으로 진단받은 만 3세 이상 소아는 하루 2번 코셀루고를 투약하면 총상신경섬유종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미국 어린이종양재단에 따르면, 총상신경섬유종(PN)을 가진 140명의 소아 환자들은 10개의 삶의 질 평가 변수 중 8개의 문항에서 심각하게 나쁜 삶의 질을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에선 총상신경섬유종 환아들은 공황장애, 극도의 불안과 어린 나이에 자살을 매일같이 고민할 정도의 우울증이 있다고 알렸다.
희귀질환연합회와 신경섬유종증 환자 가족들은 “빠르면 영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신경섬유종은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만 종양 크기 증가와 통증을 줄일 수 있고, 사회적 활동이 가능해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며 “유일한 치료제가 식약처 신속허가로 국내 도입되면서 기대감에 글썽이던 날이 벌써 2년이나 지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정부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생명권과 인권,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환아와 가족들의 인권과 희망을 되찾아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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