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발병한 두경부암, 면역항암제로 삶의 질까지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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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 〈79〉두경부암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전이성 두경부암으로 진단받은 60대 남성입니다. 목 부위에 생긴 종양이 이미 커졌고 다른 부위로 전이돼 수술은 어렵다고 합니다. 더 힘든 점은 암 덩어리가 혹처럼 튀어나와 있다는 점입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고 심적으로도 너무 힘듭니다. 쉰 목소리가 나오고 음식을 먹을 때 이물감이 느껴져 불편한데 왜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나 자책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두경부암에도 면역항암제를 쓸 수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 약을 쓰면 튀어나온 암 덩어리가 작아질까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정현애 교수의 조언

두경부암은 발병률이 낮지만 치명적입니다. 두경부암 환자의 60% 이상은 암이 많이 진행된 국소 진행성 두경부암으로 진단 받습니다. 두경부암 환자 10명 중 6명은 5년 이내 사망합니다.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안한 상태입니다. 질문을 주신 분도 언급하셨다시피 두경부암으로 외모 변화 등에 대한 불안·두려움이 존재합니다. 두경부암은 후두·구강·구인두·비강 등 얼굴 부위에 집중 발병합니다. 아무래도 외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이다 보니 종양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외모 변화나 암 치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신체 손상에 더 큰 상실감을 느낍니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 따르면 두경부암 환자는 다른 암환자보다 정신적 충격이 커 우울·불안 등 부정적 감정 수준이 높습니다. 두경부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절반은 우울증 증상을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래도 왜 더 빨리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자책하기보다 마음을 굳게 먹고 더 적극적으로 항암 치료에 임하길 바랍니다. 참고로 두경부암은 발병 부위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든 암이 그렇지만 두경부암은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합니다. 특히 두경부암이 발생하는 얼굴은 해부학적 특성상 호흡, 음식물 섭취, 말하기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암 치료 효과는 물론 기능적 보존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계에서도 생존율 향상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치료법 선택을 고민합니다. 

재발·전이성 두경부암 등으로 수술이 어렵다면 항암·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그런데 두경부암 항암화학요법에 쓰이는 항암제는 아직까지 세포 독성 항암제가 중심입니다. 구토·탈모 등 부작용으로 치료를 견디기 힘들어하고, 치료 반응률도 낮은 한계가 존재합니다. 치료제의 반응 지속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새로운 두경부암 치료법에 대한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높은 이유입니다.

의료계에서 주목한 새로운 두경부암 치료법은 바로 면역항암제(펨브롤리주맙/ 상품명: 키트루다)입니다. 한국에서도 2020년 두경부암 편평상피세포암 1차 치료에서 단독·병용요법으로 허가받았습니다. 항암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하거나 PD-L1 양성 두경부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를 단독으로 투여합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와 같이 암세포나 정상 세포에 직접 작용하지 않고 인체 고유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기전을 작용합니다. 이런 특징으로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병용해도 부작용이 크게 늘지 않고 약제에 반응을보이는 환자에서 반응이 오래 유지하는 등 기존 항암제가 가진 한계를 개선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면역항암제는 열악했던 두경부암 치료 환경을 크게 바꿨습니다. 특히 두경부암 환자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확실합니다. 글로벌 임상 3상 연구에서 면역항암제를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했을 때나 면역항암제만 단독으로 썼을 때 모두 전체 생존 기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했습니다.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면 기존 표준 치료법보다 5년 생존율이 평균적으로 3배가량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재발·전이성 두경부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항암화학요법을 병용했을 땐 표준 치료법 대비 전체 생존기간이 3개월, 면역항암제만 단독으로 썼을 땐 2개월가량 늘었습니다. 암환자에게 2~3개월의 생존 기간 연장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일부지만 암 크기가 감소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재발·전이성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로 2년간 치료를 마친 환자에게서 면역항암제+화학항암요법 병용 치료군의 37%, 면역항암제 단독 치료군의 20%가 치료 전과 비교해 암 크기가 3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두경부암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큰 편입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좋인 약이 있어도 비용 문제로 면역항암제 치료를 권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두경부암의 임상적 치료 효과를 입증한 면역항암제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실질적 환자 접근성이 향상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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