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모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탈모는 원형탈모, 남성형 탈모, 휴지기 탈모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 원인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원형탈모는 면역세포가 모낭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전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형이다. 초기에는 탈모 병변이 동전 모양으로 발생한다. 대부분 자연 회복하지만 일부는 두피 모발 대부분이 빠지거나 전신의 모발이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치료가 어렵고 회복해도 재발이 잦다. 원형탈모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원형탈모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치료제가 속속 나오고 있어 환자 치료에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3월엔 JAK 억제제인 바리시티닙(제품명 올루미언트)이 최초의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 그동안 원형탈모를 적응증으로 승인된 치료제는 없었다. 기존에 권고된 치료제는 근거가 제한적이었다. 바리시티닙의 임상시험은 한국을 포함한 10개 국가에서 약 1200명의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치료 36주간 바리시티닙 4mg 복용 시 3분의 1 이상의 환자에서 두피 면적의 약 80% 이상이 모발로 덮이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위약군에 비해 유의미한 결과다.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경우는 적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바리시티닙 적응증 대상이 18세 이상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로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 원형탈모 환자들에게는 처방이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JAK 억제제인 리틀레시티닙(제품명 리트풀로)을 12세 이상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하지만 리틀레시티닙은 아직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당장 청소년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에겐 사용할 수 없다.
앞서 바리시티닙은 미국 허가 후 국내 승인까지 약 9개월이 소요됐다. 통상적으로 미국 및 유럽 허가 이후 국내 승인까지 약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리틀레시티닙이 국내 승인을 받을 경우 내년엔 한국에서도 청소년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에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6~18세 소아 및 청소년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바리시티닙 임상시험이 예정돼 있는 상태다. 이로써 추후 미성년자 중증 원형탈모 환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형탈모 치료법은 최근 수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도 다양한 종류의 JAK 억제제 및 새로운 약물의 원형탈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앞서 말한 두 가지 JAK 억제제가 모든 중증 원형탈모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JAK 억제제 중 어떤 JAK의 특정 부위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지에 따라 각 JAK 억제제의 효과가 다르다. 하지만 향후 난치성 중증 원형탈모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희망적인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JAK 억제제 뿐만 아니라 다른 약물들도 개발이 한창이다.
중증 원형탈모는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불러온다.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증 질환일 뿐더러 치료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도 상당하다. 안타깝게도 바리시티닙은 현재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해 약물 구매 비용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다. 따라서 경제적인 부담이 중증 원형탈모 치료의 매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빠른 시일 내에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의 보험 급여가 되고, 산정특례 등 제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중증 원형탈모 환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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