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후 나타나는 구역·구토,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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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75〉 항암 치료 부작용 관리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으로 항암화학치료를 앞두고 있는 50대 유방암 환자입니다. 최근엔 항암 치료 효과가 높다는 유방암 신약(트라스투주맙/데룩스데칸)이 조만간 급여가 될 것이라는 소식도 있어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유방암 커뮤니티에서 항암 치료 후 심한 구역·구토로 괴롭고, 항암 치료 스케줄을 소화하기 힘들다는 글을 보고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구역·구토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몇 번 항암 치료를 받다 보면 구역·구토 증상에 익숙해질까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구역·구토(CINV) 부작용은 항암화학 치료를 시작하는 암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증상입니다. 주로 항암제가 뇌의 연수 부분에 위치한 구토중추를 자극하는 것이 원인입니다. 구역·구토 증상이 언제 나타나느냐에 따라 ①항암제 투약 후 24시간 이내 나타나는 급성형 구역·구토, ②항암제 투여 24시간 이후부터 120시간 이내 나타나는 지연형 구역·구토, ③이전 항암 치료에서 구역·구토를 경험하고 항암제 투약 전부터 구역·구토를 호소하는 예기성 구역·구토로 구분합니다. 

물론 항암제라고 모두가 다 극심한 구역·구토 증상을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는 어느 정도 구역·구토를 유발하느냐에 따라 3단계(Highly/ Moderately/ Low)로 구분합니다. 

유방암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Antibody-drug conjugate·ADC) 약제인 트라스투주맙/데룩스데칸은 표적치료제에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를 붙여 항암 효과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임상시험 결과 중등도(moderate)에서 고등급(high)의 구역·구토가 세포독성 항암제처럼 보고됐습니다. 이 약으로 항암 치료를 하면 체내에서 세포독성항암제가 방출되고, 이로 인해 구역·구토를 동반합니다. 항암제 투약할 때부터 구역·구토를 막는 항구토제의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에는 구역·구토는 암환자가 항암치료를 미루거나 거부하게 만드는 주요 부작용이었습니다. 최근 세로토닌 수용체 길항제(그라니세트론·온단세트론·라모세트론·팔로노세트론), NK-1 수용체 길항제(네튜피탄트·아프레피탄트)와 같은 항구토제가 발전하면서 구역·구토를 심하게 유발하는 항암제도 비교적 감내할 수 있는 구역(오심) 정도로 여겨지게 됐습니다. 구역도 항암 치료를 못견디가 만드는 부작용이었지만, 항암제가 유발하는 구역·구토 증상을 극복할만한 수준으로 관리가 가능해진 상황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항암제로 인한 구역·구토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항암 치료 부작용인 구역·구토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첫 항암 치료에서 관리되지 않으면 2차 항암 치료 때 구역·구토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6.5배, 3차 항암 치료에서는 14배로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의료진 역시 항암 치료 전 구역·구토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 예방적 항구토제를 투약하는 등 조치를 취합니다. 참고로 항암치료로 인한 구역·구토 위험이 중등도 이상이라면 건강보험 급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구역·구토를 경험한 환자는 다음 항암 치료에서 예기성 구토를 경험할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합니다. 참고로 평소 멀미가 심하거나 임신 때 입덧을 경험했다면 항암 치료로 인한 구역·구토 증상이 더 심할 수 있습니다. 


항암 치료 후에는 앞서 말씀드린 예방적 구역·구토 관리에 주목합니다. 일단 구토가 유발되면, 심한 구토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항암제 투약 직후부터 24시간 이내 나타나는 구역·구토와 항암 치료 24시간 이후부터 심해지는 구역·구토 증상까지 모두 고려해 항구토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암환자의 항구토제 투약과 관련해 미국 임상 종양 학회(ASCO),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급성 구역·구토와 지연성 구역·구토를 유발하는 원인을 동시에 관리할 것을 강조합니다. 

항암 치료 때 구역·구토 증상이 있다면 참고 견디기 보다는 담당 의료진에게 구체적인 증상을 설명하고 적절한 조치를 받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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