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겪으며 복부 비만 생겼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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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대 궁금증] 비알코올성 지방간

그동안 간 질환의 주원인은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과 과도한 음주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지방 식단과 운동 부족으로 지방간 환자까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간 건강에 취약한 중년 남성뿐 아니라 어린이와 20~30대 젊은 층, 중년 여성도 더는 간 건강의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간에 지방이 쌓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술을 많이 마셔 간이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하는 게 널리 알려진 알코올 지방간입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너무 많은 지방이 한꺼번에 체내에 들어와 간이 과부하 상태가 되면서 지방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생깁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간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심혈관 질환 같은 성인병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를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더니 정상 간인 사람보다 당뇨병, 고혈압, 지질 이상, 비만 같은 만성질환 발생률이 3배까지 올라갔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뚱뚱한 사람만 비알코올 지방간에 노출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비알코올 지방간의 특징은 정상 체중에서도 지방간이 많다는 것인데요,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생기는 복부 비만이 주요 원인입니다. 중년 여성도 고위험군으로, 폐경이 오면서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해 지방간이 늘어납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생활습관병입니다. 식습관 변화와 운동으로 충분히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간경화까지 악화하지 않은 비알코올 지방간이라면 고지방·고탄수화물·고단당류를 피하는 식사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릴 만큼 질병이 생겨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비알코올 지방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간이 위치한 오른쪽 상복부가 뻐근하거나 피로감이 심해지는 증상이 간혹 있을 뿐입니다.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이 나쁜 것으로 나와 우연히 알게 됩니다.

당뇨병이나 비만이 있는 사람은 불편한 증상이 없어도 간 기능 검사를 해보는 게 좋습니다.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높게 나온 사람 중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간 조직검사를 받아보고 간염·간경화 등으로 상태가 악화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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