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으로 더 조심해야 할 폐렴, 두 종류 백신 모두 접종해야

인쇄

[닥터스 픽] 〈67〉 폐렴구균 백신 접종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60대 후반이신 어머니가 기침·오한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돼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독감으로 진단받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병원에서 고령층은 폐렴 같은 질환 발병의 위험이 높으니 독감이 나으면 13가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하더라고요. 어머니가 이미 몇 년 전에 보건소에서 23가 폐렴구균 백신을 무료로 접종했다고 말해도 다르다고 또 접종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미 23가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했는데 또 13가 폐렴구균 백신을 추가로 접종해야 하나요.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안진영 교수의 조언

물론입니다. 이미 23가 폐렴구균 백신(프로디악스23·뉴모23 등)을 접종했더라도 추가로 13가 폐렴구균 백신(프리베나13)을 접종하는 것이 고령층에 치명적인 폐렴·패혈증 등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예방에 유리합니다. 

우려스럽게도 포스트 코로나로 일상 회복이 빨라지면서 각종 방역 지침이 완화·해제되면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같은 호흡기 계열 감염 재발현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65세 이상 고령층은 독감 합병증이 발생해 폐렴으로 악화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2023년 세계예방접종주간(World Immunization Week) 슬로건을 ‘The Big Catch-Up’으로 정할만큼 백신 접종을 강조합니다. 지난 3년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다른 감염병에 대해 낮아진 면역 수준과 놓친 예방접종 기회를 '따라잡을(Catch-up)' 시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폐렴·패혈증·뇌수막염 같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은 고령일수록 발병률·사망률이 급격하게 높아집니다. 실제 폐렴은 한국인 3대 사망원인 중 하나입니다. 독감에 걸렸다가 합병증으로 폐렴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깟 폐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령층에게는 매우 치명적입니다. 게다가 한국인은 항생제 사용률이 높아 폐렴 치료가 까다롭습니다. 입원 치료에도 내성으로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아 중증으로 진행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참고로 폐렴 같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치명률은 50세 이상부터 크게 증가합니다. 최근 5년(2015~2020년) 동안 폐렴구균에 감염된 사람의 연령층을 분석했더니 50세 이상이 80%로 대다수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폐렴 등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발병을 막는 백신 접종으로 선제적인 예방이 중요해 보입니다.

현재 성인에서 접종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은 23가 다당질 백신과 13가 단백접합 백신 두 종류입니다. 그런데 이 두 백신은 서로 다른 기전으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을 예방합니다. 다당질 백신인 23가는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이 많아 예방 범위는 넓지만, 면역세포 중 B세포 반응으로 항체를 만들어 백신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이 짧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예방 효과가 사라져 재접종하기도 합니다. 반면 단백접합 백신은 13가 백신은 상대적으로 예방 범위가 좁지만 T세포를 통해 면역 기억 반응을 유도해 면역원성이 우수하고 백신 지속기간이 깁니다.


폐렴 같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두 종류의 백신을 모두 접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런 이유로 질병관리청 역시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 23가 다당질 백신의 1회 접종을 원칙으로 하나, 기저질환자의 경우 질환 중증도 및 상태에 따라 13가 단백접합백신의 우선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침을 통해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한감염학회도 65세 이상 고령층은 23가 백신을 1회 접종하거나, 13가 백신을 접종하고 23가 백신을 순차적으로 1회씩 접종할 것을 권고합니다. 질문을 주신 분처럼 현재 두 종류의 폐렴구균 백신 중 하나만 접종한 상태라면 나머지 하나도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폐렴구균 백신은 백신을 접종하는 연령, 기저 질환, 접종 간격, 백신 접종 순서 등에 따라 예방 효과가 달라집니다. 아직 한 번도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고령층은 13가 백신을 먼저 접종한 다음 1년 후 23가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합니다. 최근 국내 성인 대상 폐렴 예방의 효과를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13가 백신을 먼저 맞고 23가 백신을 이어서 맞는 순서로 두 가지 모두 접종하는 것이 폐렴 예방에 80%로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단일 접종 시 13가 백신은 60% 정도의 효과를 보였고, 23가 백신만 맞았을 때는 18% 정도였습니다. 특히 지역사회획득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13가 백신을 맞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폐렴구균 백신은 독감(인플루엔자) 백신과 함께 고령층이 접종해야 할 백신 중 하나입니다. 백신은 면역력이 약해져 사소한 질병이 심각한 합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50세 이후부터는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침습적 폐렴구균 질환을 막아주는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합니다. 또 방역 지침이 완화됐어도 손씻기 등 개인 위생관리도 지켜야 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