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 어려운 C형 간염, 치료 시 간암 예방 효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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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광현·정숙향 교수팀

C형 간염을 조기에 발견·치료하면 간암 등 중증 간 질환 발병 위험을 낮추고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광현·정숙향 교수 연구팀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광현·정숙향 교수 연구팀은 전국 7개 대학병원에서 등록한 C형 간염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결과 치료를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미치료군에 비해 간암 발병 및 사망 위험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B형 간염보다 만성화하기 쉬운 C형 간염은 간경변·간암 같은 치명적인 간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국내 간암 환자 10명 중 1~2명은 C형 간염을 앓다가 간암으로 발전한다는 보고도 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을 통해 퍼진다. 무심코 돌려쓰기 쉬운 면도기·칫솔·손톱깎기 등을 사용하거나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상태로 문신·피어싱 등을 하다가 감염될 수 있다. 문제는 감염됐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어 우연히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하지 않으면 방치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C형 간염 혈액 검사의 국가 건강검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C형 간염은 치료제의 발전으로 2~3개월 정도의 약물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간경변증, 간암 등 중증질환으로 발생할 가능성이높다. 

최광현 교수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7개 병원에서 모집된 C형간염 환자 2,054명을 평균 약 4년간 추적해, C형 간염 치료 후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 실제 간암 발생 및 사망 위험이 얼마나 줄어드는지알아보고자 했다. 

이번 연구 대상자 중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619명이었으며, 인터페론 주사로 치료 받은 환자는 578명,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제로 치료 받은 환자는 857명이었다. 그 결과, C형 간염 환자들은 경구약물로 치료했을 때 95.3%의 완치율을 보였다. 또한 완치된 환자들을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 성별, 간경변을 비롯한 간기능을 보정하면 간암의 위험은 59%, 간 관련사망 위험은 74%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합병증을 동반한 간경변증의 발생 위험 역시 치료군에서 9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C형 간염의 완치로 나타난 긍정적 효과는 이미 간경변이 발생한 환자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으며,인터페론 주사제와 경구약물 중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든 간암 발생 및 사망 위험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최광현 교수는 “국내 대규모 다기관 코호트를 통해 대부분의 C형 간염 환자들을 경구 약제를 통해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예후가 현격하게 좋아진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교신저자 정숙향 교수는 “C형 간염 환자를 최대한 발굴해 치료할 경우 간암 및 간 관련 사망률 및 전체 사망률을 줄여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뒷받침해주는 연구로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세계소화기학저널)에 게재됐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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