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자주 눌리거나 10시간 이상 자는 아이, 과수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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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예민하고 밤엔 잘 못 자, 우울감과 학업 피로 호소

아이가 낮엔 예민해지며 공부에 집중을 잘 못 하고, 밤엔 잠을 잘 자지 못한다면 과다 수면 장애 때문일 수 있다. 과다 수면 장애는 잠을 자고 나서도 주간에 졸린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준 교수와 함께 청소년기 과다 수면 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1. 잠에서 깰 때 환각 느껴지고 가위 자주 눌려
과다 수면 장애에는 여러 가지 질환이 포함된다. 가장 유명한 병은 기면병이다. 기면병은 저항할 수 없는 정도로 심한 졸림이 낮 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이 외에 잠이 들거나 잠에서 깰 때 환각이 느껴지거나, 낮에 졸린데도 밤엔 수면을 잘 취하지 못하고 가위에 자주 눌리는 등의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기면병에서 또 하나 특징적인 증상은 낮에 활동 중 갑자기 몸의 일부나 전체에서 힘이 빠지는 탈력 발작이다.

기면병 이 외에도 과대 수면을 유발하는 질환으로는 특발 과다 수면이 있다. 이는 기면병과는 달리 깨우지 않으면 10시간 또는 그 이상을 잘 만큼 야간 수면이 긴 것이 특징이다. 진단 기준에 따르면 특발 과다 수면에선 탈력발작은 없고, 술에 취한 사람처럼 아침에 일어날 때 잠에서 깨기 어려운 수면 관성 증상을 보인다.

2. 규칙적인 낮잠도 치료 방법의 하나
과다 수면이 의심되는 경우 설문 검사와 면담을 통해 우울이나 불안, 주간 졸림증 정도를 먼저 평가한다. 1박 2일에 걸쳐 야간수면다원검사와 다중수면잠복기검사를 시행한다. 야간수면다원검사에서 수면무호흡증 등 주간졸림증을 유발하는 다른 수면 장애 여부를 확인하고, 다중수면잠복기 검사는 다음 날 낮동안 시행해 평균 수면 잠복기와 렘수면 잠복기를 측정해 과다 수면 장애를 확진한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눠진다. 약물치료로는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해 각성을 유지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히스타민 수용체에 작용해 주간졸림증과 탈력발작을 호전시키는 피톨리산트라는 약물이 국내에 도입돼 과다 수면 장애의 치료에 있어 약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비약물적 치료로는 생활습관·행동 교정이 있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운동, 건강한 식이, 수면위생, 필요할 때 규칙적인 낮잠을 자는 것 등이다.

3. 사춘기 이후부터 초기 성인기 사이 호발
과다 수면 장애는 대부분 사춘기 이후부터 초기 성인 사이에 호발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발생하는 다른 병이나 신체 상태와 혼동하기 쉽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아동기보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뒤로 밀리는 수면 위상 지연 현상이 일어나 밤에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또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경우가 있어 수면 부족도 흔하다. 청소년기 과다 수면 장애의 영향은 단지 수면과 관련된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전홍준 교수는 "실제로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청소년 환자 중 과다 수면의 증상을 직접 호소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대신 우울감이나 과민함, 주의집중력 장애로 학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결국 과다 수면 장애로 진단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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