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어도 매달 유방암 자가진단 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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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4기 생존율 30% 미만, 조기 진단으로 생존율 높여야

유방암은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존재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이 자주 걸리는 암으로 여성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발표한 ‘유방암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 현황’에 따르면, 유방암 진료 환자는 2017년 20만6308명에서 2021년 26만9313명으로 30.5% 증가했다. 국내에선 40대 이하 젊은 환자의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유방암도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정승필 교수의 도움말로 유방암의 원인과 치료법,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유방암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생존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방암에 걸려 1기에 발견될 경우 완치율이 98%에 가깝지만, 4기일 땐 생존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진다. 유방암은 초기 전조증상이 없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초기에는 통증이 없는 혹이 만져지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으로 인한 멍울은 단단하고 불규칙한 모양을 보인다. 유방암이 더 진행되면 ▶유두에서 피 같은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두· 피부의 함몰 ▶유두 주위 피부 습진 ▶겨드랑이에서 임파선이 만져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없어도 유방암 자가진단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자가진단 결과 이상이 있거나 검진이 필요한 경우 유방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방암 검사는 대부분 X선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은 치밀 유방 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방 조직이 적고 유선 조직이 많은 유방을 말한다. 치밀 유방은 일반 유방촬영술 검사만으로는 암 발견이 쉽지 않다. 유방암 검사 시 유방초음파를 함께 진행해야 검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흉터 적고 유방 모양 유지되는 ‘유방종양 성형술’
수술이 필요할 땐 암의 위치와 분포에 따라 수술 범위와 방법을 결정한다. 최근에는 유방의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고 흉터를 최소화하는 ‘유방종양 성형술’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 유방종양 성형술은 유륜 주변 또는 유방 밑 주름을 절개해 암을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암 제거 시 발생할 수 있는 흉터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암의 종류와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유방종양 성형술은 절개 범위도 매우 좁다. 보통 3cm 내외로 절개해 흉터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암 제거와 동시에 남아 있는 자가유방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원래의 유방 모양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암 범위가 넓거나 여러 곳에 분포해 있다면 유방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 하지만 암 치료를 위해 가슴을 절제한 환자들은 정신적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심할 경우 우울증과 상실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 경우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유방재건술을 시행할 수 있다. 유방재건술은 보형물이나 자가조직을 이용해 암 절제술로 인한 신체의 변형을 원상태로 복원하는 수술이다. 자가조직을 이식할 땐 배나 등의 조직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보형물과 자가조직 이식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유방재건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재발 잦은 유방암, 지속적인 관리 필요
유방암은 재발률이 낮지 않다. 대한외과학회지 올 1월호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유방암 환자 중 12.3%에서 재발이 일어났다. 수술 5년 이후 재발한 환자는 그중 19.7%다. 재발 환자 5명 가운데 1명은 5년 이후에 재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방암은 5년 이후에도 재발과 전이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장기간 관리가 필수적이다. 고위험 환자의 경우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호르몬제를 최대 10년까지 복용할 필요가 있다. 

유방암은 남성에서도 발병한다. 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2% 수준이지만, 발견이 늦어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남성 유방암도 여성 유방암과 다르지 않다. 대부분 유두 아래 단단한 혹이 만져져 병원을 찾는다. 특히 남성은 유방 조직이 많지 않고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 병이 진행된 후 검진을 받는 사례가 많다.

유방암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병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아직 완전한 예방법도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규칙적인 검진과 함께 평소 유방암 위험인자를 피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유방암 위험인자로는 비만과 음주 등이 있다. 특히 비만은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위험도를 높이는 주범이다. 운동을 포함한 신체활동은 유방암을 포함해 다양한 질환의 발생을 억제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서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음주도 폐경 여부와 상관없이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위험인자가 존재한다. 한국유방암학회가 발간한 ‘2022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함유한 경구피임약도 주의 대상이다. 현재 이를 복용하고 있거나 첫아이 출산 이전에 20세 이하부터 사용한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복용을 중단하면 위험성이 사라진다. 또 BRCA 유전자 변이로 선천적인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은 경우도 있다. 이럴 땐 타목시펜이나 랄록시펜과 같은 약제를 투여하거나 배우 안젤리나 졸리처럼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유방암 자가진단법
1. 생리가 끝난 후 5일 이내 거울 앞에 서서 유방의 전체적인 윤곽과 좌우 대칭 여부, 유두와 피부의 함몰 여부를 살핀다.
2. 양손을 올려 유방의 피부를 팽팽하게 한 뒤 피부 함몰 여부를 살핀다.
3. 왼손을 어깨 위로 올린 뒤 오른쪽 가운데 세 손가락의 끝을 모아 유방 바깥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원형을 그린다. 원형으로 유두를 향해 천천히 들어오면서 손으로 만져본다.
4.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오는지 유두를 가볍게 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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