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에 발열·두통·구토 계속되면 감기 아닌 ‘이것’일 수도

인쇄

원인균 따라 증상·예후 다양한 뇌수막염

세균·바이러스 번식이 활발하고 환절기 날씨로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요즘, 뇌수막염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감기와 증상이 유사해 초기 대처가 늦어질 수 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준섭 교수의 도움말로 뇌수막염의 특징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요즘 코로나19 유행 이후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면서 감기 바이러스를 경험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서 감기 발병이 늘고 있다. 특히 낮에 땀을 많이 흘리고 놀다가 저녁때 찬 공기에 노출되면서 감기에 걸리기 쉽다. 아이들은 반바지·민소매보다 얇은 긴 옷을 입히고 신체활동을 조금씩 늘려 낮과 밤의 다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으슬으슬 춥고 몸에서 열이 나며 두통을 호소한다고 해서 무조건 감기로 생각해 감기약만 먹여선 곤란하다. 초여름 더위에 춥고 열 나는 증상이 있으면 흔히 감기·냉방병을 의심하지만 뇌수막염일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뇌수막염은 뇌를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발생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원인균에 따라 증상과 예후가 다르다.

이 중 세균성·결핵성인 경우는 사망률이 높고 치유된 후에도 인지기능 장애, 뇌혈관 장애 혹은 반복적인 경련 발작 등 후유증이 남는 수가 많다. 무균성 뇌수막염의 80% 이상은 장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대개 감기에 걸리는 전후에 나타난다. 드물게 심각한 후유증이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7~10일이면 거의 완전히 회복되는 양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발열·두통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되고 구토·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도 나타나기 때문에 감기나 위장관염으로 잘못 진단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목이 뻣뻣해져 고개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구토와 고열로 탈진해 몸이 처지는 현상을 느낀다. 따라서 이 같은 증세나 특별한 이유 없이 열이 난다면 뇌수막염을 의심하고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영유아, 만성질환자, 노인은 감염에 취약
다행히 무균성은 후유증이 거의 없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열이나 두통, 탈수 증세에 대한 증상 완화 요법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노인의 경우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집에서 간호할 땐 우선 실내 온도를 20~22도, 습도는 60% 정도로 유지한다. 대부분 열을 동반하므로 해열제를 구비했다가 응급처치해주면 해열 작용과 함께 진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때 미지근한 물로 온몸을 마사지해주는 것도 도움된다. 다만 일부는 항생제 등 긴급 치료가 필요한 세균성 뇌수막염일 가능성도 있어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뇌수막염을 옮기는 바이러스는 영유아나 면역력이 저하한 만성질환자, 노인 등에서 전염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1~2일 전부터 증상을 보인 지 10일 후까지 전염력이 지속한다. 주로 감염된 사람의 대변이나 침, 가래, 코 분비물과 같은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퍼진다. 감염된 사람이 만진 것을 건드리거나 악수한 뒤 코나 입, 눈 등을 비빌 때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영유아의 경우 공동생활을 하는 놀이방·유치원에서 순식간에 전염되기도 한다. 뇌수막염이 유행하는 시기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 외출 후엔 손과 발을 깨끗하게 씻고 양치질을 해야 한다. 장바이러스는 주로 대변에 많이 있기 때문에 대변을 본 후엔 반드시 손을 씻는다. 또 수돗물은 물론이고 정수기의 물 또한 끓여 먹는 것이 좋으며 음식은 항상 익혀서 먹도록 한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