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 혁신, 병원 누비는 로봇…환자 진료 돕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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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탐방]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추진단 이풍렬 단장(왼쪽)과 최종수 팀장이 디지털 가상병원을 통해 물류 이동, 검사실, 병상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의료 분야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병원의 모든 가용 자원을 반영한 디지털 가상병원(Digital Twin)으로 자원 분배를 효율화해 진료의 질을 높인다. 밤에는 로봇이 자동으로 그다음 날 병동에서 사용할 진료 재료 등 여러 물품을 채워놓고 재고도 확인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최신의 의료 IT 인프라로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한다. 전 세계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면서 중증 고난도 질환 중심의 첨단 지능형 병원으로 미래 의료를 선도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5G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의료 IT 고도화로 누구보다 먼저 임상 현장에 적용·구현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에서 진행한 디지털 헬스 지표(DHI·Digital Health Indicator) 평가에서 세계 최고 점수인 365점을 획득했다. HIMSS는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성 향상을 목표로 의료기관의 정보화 수준을 평가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다. 이풍렬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추진단장은 “발 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삼성서울병원이 전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한 의료 디지털 인프라를 확보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HIMSS에서 인증하는 IT 인프라 분야 인증 평가인 ‘INFRAM’, 디지털 의료영상 분야 인증 평가 ‘DIAM’, 의무기록 분야 인증 평가 ‘EMRAM’에서 최고 등급(7단계)을 획득하면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세계 최초 ‘HIMSS 트리플 크라운’ 달성
의료 디지털 혁신의 변화는 삼성서울병원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스마트병원이다. 모바일 문진, QR 진료 안내, 모바일 입원 수속 등이 가능하도록 구현해 진료 편의성을 높였다. 모바일로 전송된 문진표를 집에서 충실하게 작성하고, 병원 외래 대기실에 도착해 QR코드를 등록하면 검사·처치 등 진료 일정을 알림톡으로 확인한다. 병동에서도 의료진 전용 회진 태블릿으로 환자의 검사 결과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대처한다. 반복적인 작업을 디지털의 힘을 빌려 효율화하는 셈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평가하는 디지털 가상병원도 돋보인다. 이를 통해 병원 운영 효율성을 높여 더 많은 환자가 더 빨리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예컨대 병원에 방문한 환자가 검사·처치를 위해 어떻게 이동할지, 의료진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을 시간대별로 분석해 채혈 등 특정 파트에 환자가 몰리는 시간대에 의료진을 추가 배치하는 방식으로 환자의 검사 대기 시간을 줄여준다.

또 다음 날 얼마나 많은 환자가 퇴원할지 파악해 퇴원 전 필요한 조치를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정시 퇴원율을 높인다. 퇴원이 늦어지면 연쇄적으로 그다음 환자의 입원 수속이 지연되고, 예정된 검사·처치가 밀린다. 삼성서울병원은 매일 오전 활용 가능한 병상을 빠르게 파악해 병상 배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다. 초음파·CT·MRI 검사 등도 예약 취소로 빈 시간이 생기면 실시간으로 확인해 당일 검사할 수 있다. 최종수 삼성서울병원 정보전략팀장은 “의료기관의 모든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 환자가 더 빨리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AI로 낙상·욕창 고위험군 정밀 예측
5G를 활용한 초연결성으로 공간적 한계도 극복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본관은 물론 별관·암병원·양성자치료센터 등 의료기관 내부의 5G네트워크로 고해상도의 의료영상 정보를 디지털로 실시간으로 전송·판독한다. 디지털 병리진단이다. 병리학적 분석이 필요할 때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들고 이동하지 않고 5G네트워크를 활용해 디지털로 즉각 확인한다. HIMSS도 삼성서울병원이 시행하는 ▶디지털 병리진단 ▶의료 데이터 관리 ▶모바일 뷰어 등 다양한 의료영상 솔루션이 정밀 의료, 임상 의사 결정 지원 등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고 평가했다.

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안전관리도 고도화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환자의 낙상 위험 데이터, 피부 욕창 위험 데이터 등을 AI가 딥러닝으로 분석해 낙상·욕창 고위험군을 평가·예측한다. 이를 통해 AI가 환자 특성에 따른 맞춤 처치법을 제안한다. AI 예측 프로그램으로 병동의 낙상 발생률이 줄었고, 욕창 관리 수준은 높아졌다. 낙상·욕창 등으로 추가 치료로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는다.

지능형 물류 관리도 눈에 띄는 변화다. AGV(무인운송차량) 로봇으로 병원 내 물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물류 빅데이터로 하루 표준 사용량을 분석해 수액, 진료 재료 등 치료에 쓰이는 물품을 스마트 카트장에 채워놓으면 자동으로 재고관리가 이뤄진다. 특히 매일 밤 배송 로봇이 환자 이동이 거의 없는 밤에 병동에서 쓰는 물품을 전달해 낮 시간대 병원 혼잡도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의료진이 병동에서 물품 관리 등 행정 업무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여줘 환자의 간호·처치·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미래 의료 이끄는 삼성서울병원, 디지털 헬스 분야 전 세계 표준 될 것”
[인터뷰] 이풍렬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추진단장

삼성서울병원은 디지털 헬스 분야 글로벌 개척자다. 의료 디지털 혁신으로 치료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진료 편의성을 넘어 치료 골든타임을 지키고 직접 간호율을 높이면서 환자 안전까지 챙기는 중증 고난도 질환 중심의 첨단 지능형 병원으로 국내외 의료기관에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한다. 이풍렬(사진·소화기내과)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추진단장에게 미래 의료를 제시하는 삼성서울병원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 들었다.


-전 세계 의료기관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HIMSS 인증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삼성서울병원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국내외 어느 의료 기관보다 가장 빠르고 고도화됐다는 의미다. 삼성서울병원은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수준이다. 위중증 환자를 위한 빈 병상을 더 빨리 확보하고, 치료를 위한 각종 진단 장비의 운용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이를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IT기술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삼성서울병원이 만든 디지털 헬스가 전 세계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서울병원이 추구하는 의료 디지털 혁신은 무엇인가.
“환자 안전이다. 디지털 헬스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 자연히 의료의 질도 상향 평준화된다. 의료 디지털의 혁신적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 관련 노하우가 쌓이면 의료기관의 진료 경쟁력이 한 차원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환자도 의료진도 질병 치료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진료 경쟁력을 끌어올려 더 나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증, 희귀·난치 질환 치료에 집중하는 첨단 지능형 병원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향후 미래 병원 모습은 어떻게 예상하나.
“개인 맞춤 의료 등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구에게나 평등하면서 지속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생성형 병력 관리다. 환자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질병 감별을 위한 과거 병력, 현재 증상 파악 등이다. 물론 의료 이용 기록 등으로 언제 어디가 아파 어느 병원에 갔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력이 10~20년으로 길어지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미래에는 챗GPT처럼 생성형 AI가 환자별로 의학적으로 중요한 병력을 요약해 주고, 진료기록도 항목에 맞춰 자동으로 정리·입력한다. 진료기록을 정리하느라 컴퓨터 화면만 보던 의료진이 환자의 눈을 마주 보면서 상담하면서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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