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양성 종양, 3㎝ 이상·증식성이면 시술로 안전히 제거

인쇄

김동원 대림성모병원 유방센터장

여성 4명 중 1명은 유방에 양성 종양을 갖고 있다. 조직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절제 여부를 결정한다. 약 10%의 양성 종양만 절제가 필요한 것으로 본다. 시술에는 펜 두께 정도의 바늘로 혹 덩어리를 조각 내 없애는 '진공 보조 유방 절제술(VABE·Vacuum Assisted Breast Excision)'이 주로 쓰인다. 안전성·유효성을 입증받아 지난 2019년 신의료기술로 지정됐다. 대림성모병원 유방센터 김동원(유방외과) 센터장은 “이 질환에서는 선택적으로 조직 검사를 하고, 제거가 필요한 경우 본 시술을 통해 혹을 절제해 조직 상태에 따라 추가 처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크기나 모양 변화, 혈관 생성 양상, 탄성도 및 가족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성 종양과 시술법(VABE) 관련, 김동원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질의 : 치료가 필요한 양성 종양은 뭔가.
응답 : “ 혹이 있다고 모두 없애야 하는 건 아니다. 초음파·유방촬영에서 혹이 확인되면 선택적으로 조직 검사를 한다. 암이 의심되거나 모양이 안 좋을 때 얇은 바늘로 조직을 조금만 떼(총생검) 어떤 성격의 혹인지 확인한다. 조직 검사 결과, 암이거나 암에 아주 가까이 근접하면 수술한다. 암은 아니지만 암으로 갈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면 진공 보조 유방 절제술로 절제한다. 병리학적 진단에서 관내유두종, 복합성 경화성 병변(방사형 반흔), 편평상피이형성증, 비정형유엽증식증, 섬유상피성 병변과 같이 증식성 병변으로 나오는 때다. 증식성 병변은 암으로 가는 중간 단계라고 본다. 양성 질환이지만 악성 경향이 있는 병변들이다. ”

김동원 센터장은 "진공 보조 유방 절제술(VABE)은 전신 마취를 하지 않고 상처를 적게 내므로 환자에게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지미연 객원기자

 질의 :조직 검사 결과가 좋아도 절제하는 기준은 뭔가. 
응답 :증식성은 아니나 크기와 추적 관찰 결과, 환자가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절제하는 게 나은 양성 종양들이 있다. 우선 크기가 3㎝ 이상이면 비정상적으로 본다. 악성은 끝없이 자라 전이되는 것이고 양성은 어느 정도 자라다가 멈추는 것인데, 양성 종양이 자라다 멈추는 크기가 2~3㎝다. 그래서 3㎝보다 큰 건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거다. 총생검에서 뗀 적은 양의 조직에서는 병리학적 진단이 괜찮다고 나와도 나머지 부분에 안 좋은 성격이 포함됐을 수 있다. 진공 보조 유방 절제술로 전체를 제거해 다시 한번 조직 검사하고,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다.

양성 종양 치료에서는 6개월 추적 검사에서 혹 크기가 10~20% 이상 변화가 있을 때, 모양의 변화와 혈관 생성 양상, 탄성도 같은 여러 팩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밖에 가족력·과거력을 고려한다. 가족 중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어 심리적으로 불안 장애가 있으면 절제가 나을 수 있다. 해외에서 좀 오래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면 추적검사를 하지 못하므로 혹을 떼고 가기도 한다. 애매한 혹에 대해서는 환자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
 

 질의 : 진공 보조 유방 절제술이 환자에게 왜 이익인가.
응답 :양성 질환 중 암이 아닌 안전한 경우에 한해 진공 보조 유방 절제술(VABE)로 제거한다. 과거에는 전신 마취 후 수술로 제거했다. 지금은 상처를 적게 내 환자에게 부담이 덜한 이 시술로 많이 대체됐다. 고령일수록 기저 질환으로 인해 전신마취가 위험하므로 VABE가 부담을 덜어준다. 단단하고 치밀한 유방을 가진 사람들도 쉽게 검사와 제거 시술이 가능하단 장점도 있다. 

진공 보조 유방 절제술은 처음엔 유방암 진단을 위한 조직 검사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펜 두께 정도의 바늘로 충분한 양의 조직을 얻을 수 있어서다. 두꺼운 바늘 끝에 화살촉 모양의 칼이 달려있고, 바늘의 끝부분이 열려서 로테이션시키며 혹을 조각조각 뗀다. 이를 반복하면 혹을 없앨 수 있어 제거 목적으로도 가능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2019년, VABE의 안전성·유효성을 인정하고 신의료기술로 지정하면서 '시술 관련 합병증 발생이 외과적 절제술과 유사해 안전한 수준이다. 교과서 및 가이드라인에서 유방 양성 병변의 제거를 위해 사용 가능한 기술로 언급돼 있고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진공 보조 유방 절제술은 흔히 편의상 ‘맘모톰 시술’로 불리지만, 맘모톰(Mammotome)은 정확하게는 시술 명칭이 아닌 최초의 검사장비 기기명이다. 지금은 엔코(EnCor)·맘모톰·벡스코어 같은 기기들이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다양한 기기의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바늘의 모양이나 깎일 때의 미묘한 차이는 있다.

 질의 : 과잉 시술 논란도 있는데. 
응답 : “ 일반적으로 조직 검사(총생검) 결과에 따라 제거하는 게 맞다는 의사들의 공통적인 기준이 있다. 대부분의 증식성 병변이다. 다만 회색지대에 있는 성격의 혹들이 있다. 증식성은 아니지만 크기, 모양의 변화, 혈관 생성 양상 등 여러 팩터를 종합했을 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료진의 임상 경험에 따르는 전문적인 부분이다. 꼭 제거하지 않아도 되는 혹들이라서 과잉 시술 논란이 있기도 하다. 얼마만큼 예민하게 보느냐에 따라 의사마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기준을 너무 낮게 해도, 높게 해도 환자에게는 좋지 않다. 대림성모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검사와 시술에 대한 전수 통계를 매년 확인한다. 필요 이상의 조직검사를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닌지, 반대로 해야 하는데 안 하는 건 아닌지를 파악하고 의료진 스스로도 유지하려 한다.”
 
 질의 : 유방 양성 질환 치료 효과를 높이는 병원 시스템이 있나. 
응답 :전문성·신속성이다. 대림성모병원 유방센터에는 50여 명의 유방암 전문가가 포진해있다. 유방질환 환자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당일 조직검사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또 유방외과·혈액 종양내과·재활의학과 ·유방 영상의학과·산부인과 등 여러 과 의료진이 다학제적 치료 계획을 세운다. 지난 5월에는 '아시아 진공 보조 절제술 마스터 클래스'를 우리 병원에서 개최했다. 싱가폴·대만·홍콩·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유방 외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진공 보조 유방 절제술 강의와 시술 참관을 진행했다. 또 벡톤디킨슨(BD)코리아의 엔코로 실습을 진행했다. 세계 의료시장에서 한국 의료는 K-의료로 불리며 인정받고 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