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암과 달리 전립샘암은 상대적으로 4기에서도 오랫동안 만성적인 질환처럼 잘 관리할 수 있다. 호르몬 치료와 같이 비교적 편한 치료로 부작용을 거의 못 느끼면서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암으로 진단됐을 때 너무 놀라지 말고 전문의와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전립샘암 4기여도 췌장암 1·2기보다 예후에서 좋은 경우가 많다. 전립샘암은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서 전이된 채로 발견되는 환자가 많다.
전립샘암이 전이·재발해도 만성적인 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는 건 피검사만으로 질병의 진행을 좀 더 예민하게 파악해 다양한 약물치료를 해볼 수 있어서다. 타 고형암에서는 종양표지자 검사로 암을 선별 진단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지만, 전립샘암은 전립샘특이항원(PSA)이라는 종양표지자의 존재로 인해 조기 진단하고 치료 후 반응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전립샘암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전신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전립샘암은 다른 고형암과 다르게 전이로 약물치료를 한 환자에게 독특한 치료 반응평가를 한다. 생화학적 재발(biochemical recurrence)이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전립샘암 치료 후 영상검사에서 병의 진행 소견이 보이지 않더라도, PSA 수치가 높아졌다면 생화학적 재발로 판단하고 추가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다.
또한 전립샘암의 가장 흔한 전이 부위인 뼈 전이는 영상검사에서 그 크기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운 편인데, 골 스캔의 2+2 법칙(치료 이후 골 스캔에서 최소 두 개의 새로운 병변이 보인 후, 또다시 최소 두 개 이상의 새 병변이 다시 발견되는 경우 진행으로 생각)을 이용해 반응평가를 한다.
이렇듯 전립샘암은 PSA 수치, 골 스캔의 2+2 법칙, 타 고형암과 동일하게 영상학적 검사 진행, 임상 증상의 악화 등을 모두 고려해 치료 반응을 판단하게 된다. 전립샘암은 고환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Androgen)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에 착안해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치료가 발전해 왔다. 이와 관련된 약물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고환 제거)를 ADT(androgen deprivation therapy)라고 부른다. 완치 목적의 수술은 아니고, 고환에서 나오는 호르몬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는 약물적 치료가 수술적 치료와 비교해 그 효과가 열등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환 제거 수술은 환자에게 힘든 수술이라 지금은 여러 약물을 이용한 호르몬 치료가 대세를 이룬다.
ADT는 암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나지만 체지방을 증가시켜 심혈관 건강을 악화한다. 근육량을 감소시키고 뼈 건강을 해친다. 또 열감·홍조 등 증상이 생길 수도 있으며, 최근 우울증과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적절한 운동 치료를 통해 여러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다.
ADT 반영 여부에 따라 전립샘암은 크게 호르몬 감수성 전립샘암(CNPC)과 거세 저항성 전립샘암(CRPC)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전립샘암은 보통 1~2년간 ADT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CNPC의 시기를 보내고, 이후 점차 저항성을 나타내며 CRPC로 진행하게 된다.
CRPC는 ADT 치료 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50ng/dL 미만으로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암의 진행이 확인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CRPC는 고환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보다 전이된 부위의 전립샘암 조직과 부신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Androgen)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ADT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1세대 ADT뿐 아니라 차세대 호르몬제, 항암 화학요법 등을 병행해야지 치료할 수 있다. 차세대 호르몬제가 매우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실제 임상에서 매우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립샘암은 대부분의 항암 화학요법에 반응하지 않으나, 탁센(Taxane) 계열의 항암제에는 반응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전통적으로는 CRPC에만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CNPC에서도 초기에 항암 치료를 같이하면 예후가 더 좋다는 게 알려졌다. 최신 지견에서 병의 전이가 심한 CNPC에선 탁센과 ADT의 병합 치료가 ADT 단독 치료에 비해 좋은 결과를 보인 바 있다.
아직 급여화 되진 않았지만, 탁센의 약값이 비싸지 않아 실제 임상에서 적용되고 있다. 고형암 중에서는 처음으로 흔히 암 백신 치료로 알려진 시플루셀-T(Sipuleucel-T)가 전이성 CRPC 치료에서 승인을 받았으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면역 관문억제제는 전립샘암에서의 효용성을 입증하지는 못한 상태다. 이외에 유방암 유전자(BRCA) 변이를 갖는 CRPC에서 PARP(poly-ADP ribosepolymerase) 차단제가 효용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립샘암의 가장 흔한 전이 장기는 바로 뼈이다. 골 전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증상이 전혀 없고 PSA 수치가 10ng/mL 미만으로 적은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에서 뼈 스캔을 시행한다. 골 전이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RANKL 표적 치료제 엑스지바 투여가 필요하며, 상황에 따라 골절 및 마비가 걱정되는 경우 방사선 치료나 수술 등을 먼저 해야 할 수 있다. 골 전이와 상관없이 호르몬 치료를 통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뼈 건강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대개 ADT 치료 시작 전 골밀도 검사를 시행하고 1년 뒤, 이후 2년마다 골밀도 검사를 시행해 주의 깊은 관찰을 해야 한다. 뼈 건강을 위해서는 주기적인 운동과 함께 비타민 D, 칼슘 등을 보충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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