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심각해진 어린이 비만…성장 방해하고 고혈압·당뇨병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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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62〉어린이 비만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입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원격 수업을 하면서 집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아들의 체중이 10kg나 늘었습니다. 예전에도 또래보다 덩치가 있는 편이었는데 여기서 더 찌니 소아 비만이 될까 걱정입니다. 이제는 다시 학교도 가고 신체 활동량을 늘리려고 운동을 시작했지만 기대만큼 살이 빠지지 않더라고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말을 해도 스트레스만 받습니다. 어떻게 관리해야 아이의 거부감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허양임 교수의 조언

단순히 코로나19 이후부터 2~3년 동안 체중이 10㎏가 쪘다는 점만으로는 소아청소년 비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소아청소년은 연령·성별이 같은 또래의 성·연령별 체질량지수(BMI) 백분위 수치로 상대적으로 비만한지를 평가합니다. 2017년 소아청소년 성장도표를 기준으로 BMI 백분위 수가 상위 85% 이상이라면 과체중, 9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녀의 비만이 걱정된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아드님만의 일은 아닙니다. 2021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인 2021년 6~18세 남성 소아청소년의 25.9%는 비만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의료계에서도 소아청소년 비만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습니다.

걱정하고 계신 것처럼 소아청소년 비만은 여러 건강 문제를 유발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비만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고혈압·당뇨병·지방간 등 만성질환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아청소년의 병적 비만이 늘면서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 치료가 2배 이상 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약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집니다. 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비만한 소아청소년은 비만이 아닌 소아청소년에 대비해 성인이 되었을 때 비만일 가능성이 약 5배 높습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키 성장도 방해합니다. 지금 당장은 또래보다 커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만으로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면서 성장판이 빨리 닫히고 키가 클 수있는 기간이 줄어듭니다. 결국 성인이 됐을 때 최종 키가 작아질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살은 다 키로 간다’는 말만 믿고 소아청소년 비만을 방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비만은 식습관, 생활 습관, 연령, 유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질환입니다. 그 중에서도 부모의 체중은 특히 자녀의 체중과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부모는 자녀의 식이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녀의 식이 습관과 체중 관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양육 방식 또한 자녀의 체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네 가지로 구분된 양육 방식과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자녀의 과체중 간 상관 관계를 분석한 한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 가지 양육 방식(①권위있는 ②권위주의적 ③허용적 ④회피적) 중 자녀에게 성숙함과 자제력을 요구하지만 정서적 교류는 낮은 ‘권위주의적(authoritarian)’ 양육 방식을 경험한 자녀가 과체중이 될 위험이 가장 높았습니다.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건강을 위해 해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교육을 하는 민주적 양육 태도인 권위있는 부모와 달리 권위주의적인 부모는 자녀에게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을 수 있는 환경이나 교육을 제공하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스스로 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고 그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어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대한비만학회에서는 BMI 백분위수가 상위 85% 이상인 과체중 단계부터 의학적 위험성을 평가하고 당뇨병 선별검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권고합니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는 단계적으로 이뤄집니다. 연령·비만도에 따라 단계별로 접근해 치료합니다. 만약 3~6개월 정도 치료해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1단계는 예방적 접근(Prevention plus)입니다. 집중적인 식사·운동·행동 등 생활 전반을 점검·교정합니다. 하루 1시간 이상 활발하게 신체 활동을 하고 과일·채소 섭취량을 늘리고 가족이 함께 매일 아침 식사를 하는 등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성장 단계에 맞는 체중을 유지하도록 유도합니다.

2단계는 구조화된 체중조절(Structured weight management)입니다. 전체적인 방식은 1단계와 비슷하지만 이런 습관을 몸에서 체득하도록 지도합니다. 식사는 영양 권장량에 맞춰 계획적으로 이뤄지는지, 하루 1시간 이상 계획적으로 운동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수행하도록 지지합니다. 3단계는 앞 단계보다 행동 수정의 강도가 높아진 포괄적 다면 처치(Comprehensive multidisciplinary intervention)입니다. 임상·영양·운동·심리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식사·신체 활동 목표를 정하고 수행하도록 권고합니다. 일정 기간별로 신체 변화를 측정하고 식사·운동 등 생활 전반을 점검합니다. 

매우 비만한 경우에는 가장 강도 높은 처치인 4단계인 삼차 처치(Tertiary care intervention)가 이뤄집니다. 최근엔 이같은 적극적 감시(watchful waiting)이 아닌 조기 비만 치료에 주목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APP)에서도 소아청소년 비만 임상진료지침을 강력한 행동 및 생활습관 교정 치료와 함께 보조적으로 약물 치료, 소아 비만 대사 수술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최근엔 소아청소년도 뇌 특정 부위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여 식욕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비만치료제로 적극적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체중 조절이 어려운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방치하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여러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체중은 아이 혼자 노력해서 빼는 것이 아닙니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의 가장 큰 목표는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입니다. 단순히 숫자에 연연하기 보다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이와 함께 운동하면서 신체 활동량을 늘리고 건강 식습관을 실천하는 등 적극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는 물론 가족 모두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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