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 스트레스 줄여주는 정서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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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인터뷰] 한국페링제약 제니스 두싸스 대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매해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임신·출산을 위해 난임 치료를 받는 사람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 환자 수는 2018년 22만9460명에서 2021년 25만2288명으로 늘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난임으로 몸과 마음이 고생하는 부부가 많다. 난임도 가임력이 남아있을 때 빨리 대처해야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가임력은 35세를 기점으로 크게 떨어진다. 요즘엔 결혼이 늦어지고 환경 호르몬 노출 등으로 정자·난자의 생식 능력도 약해졌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난임 치료 지원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실제 2020년 난임 시술 출생아는 2만8699명이다. 전체 출생아 10명 중 1명은 난임 치료의 도움을 받았다. 난임 치료의 지원 대상, 범위도 점차 늘고 있다. 예전에는 혼인 신고한 법률혼 부부만 난임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2019년 모자보건법 개정 이후 사실혼 부부도 난임 치료 지원 대상으로 포함됐다. 국내 난임 치료 인식 개선에 집중하는 한국페링제약 제니스 두싸스 대표에게 저출산 극복에 기여하는 난임 치료에 대해 들었다. 생식의학·모성 보건 분야 리더인 페링제약은 체외 수정 시술(IVF), 보조생식치료(ART) 등 혁신적인 난임 치료법 개발에 집중하면서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난임 치료에 대한 지원은 늘었지만, 여전히 난임 치료를 받기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공감한다. 난임의 원인은 남성·여성 모두에게 있지만, 난임 치료는 주로 임신·출산을 담당하는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난임 치료에 대한 스트레스, 임신에 대한 강박감 등 심리적 문제가 상당하다. 한국페링제약이 난임 치료를 시도하는 여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난임 치료 중인 여성 상당수는 우울·피로감 등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 이상(51%)은 보조생식술 치료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난임 치료에 따른 체력적 부담도 상당하다. 난임 치료 여성의 56.6%는 매일 자가주사 투여가 필요한 보조생식술(IVF)로 배가 뭉치는 등 통증을 가장 힘들어했다. 

난임 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적 업무를 병행하고 향후 목표를 세우는데 체력·심리적 부담을 크게 느낀다는 의미다. 결국 난임 치료에 대한 의지가 높지만 심리적 무기력감, 경제적 부담, 개인 커리어 문제, 체중변화,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움, 불면증 등 이유로 보조생식술 중단을 고려한다.”

Q2. 난임 치료 여성에 대한 심리·정서적 지원이 필요해 보이는데.

“그렇다. 난임 치료에 대한 걱정·두려움 등 정서적 불안감은 난임 치료를 방해하는 5대 장벽이다. 페링제약에서 한국을 포함한 싱가포르·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6개 국가의 난임 치료 현황을 조사한 EUREKA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상당수가 치료 실패에 대한 부담감, 예상보다 더 심한 정서적 중압감, 난임 치료 불안감, 컨디션 변화에 대한 공감 부족 등 다양한 정서적 불안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저출산 극복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난임 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심리·정서적 지원도 필요하다. 

난임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한국은 특히 난임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한다. 난임 치료의 시작 시점이 늦어져 임신에 이르기까지 오래 걸린다. 실제 한국은 자연 임신 시도부터 난임 치료로 임신에 성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7년으로 긴 편이다. 일본 6.4년, 싱가포르 5.8년에 비해 매우 길다. 게다가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임신을 시도하는 연령 자체도 늦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 난임 치료 여성의 30~40%만 35세 이상인 반면, 한국은 35세 이상이 58%로 다소 많은 편이다. 난임 치료에 대한 사회 전반적 인식 개선과 지원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페링제약에서 난임 치료 인식 개선 캠페인 IVF(I am Vuilding Family)를 시작한 계기다.”

Q3. 난임 치료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나.

“난임 치료는 여성만의 문제도, 숨겨야 할 문제도 아니다. 난임 치료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만들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여러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여전히 난임이라고 하면 부부 중 한 명에게 신체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치부한다. 치료도 여성만 감내야 할 과정으로 여긴다. 이런 인식은 난임 치료를 방해할 뿐이다. 물론 한국의 난임 치료 수준은 매우 높다. 정자·난자 등 생식세포를 채취해 배아를 키우고 이식하는 각종 난임 치료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난임 치료를 망설일수록 임신에 이르는 시간만 길어질 뿐이다. 난임 치료에 대한 사회 전반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페링제약은 난임 치료가 가족을 만드는 다양한 모습 중 하나라는 점을 알리면서 난임 치료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불안한 마음을 위로하는 숏폼 영상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빨리 난임 치료를 시작하고, 추가적인 사회적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Q4. 난임 치료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한 해외 사례가 있나.

“대표적인 복지 국가인 덴마크다. 한국도 그렇지만 덴마크도 합계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국가 차원에서 난임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덴마크는 인구 대비 난임 치료 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그만큼 난임 치료에 대한 인식도 개방적이다. 난임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기 꺼리는 한국과 달리 덴마크에서는 난임 치료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페링제약 역시 난임 치료 등 생식 의학 분야 리더로서 모범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남녀 구분없이 모든 직원에게 최장 26주까지 출산 휴가를 임금 삭감없이 지원한다. 한국페링제약에서도 2명의 직원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또 회사 차원에서 난임 치료비를 지원한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사회 전반적 지원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가정 친화적 문화가 더 확산되길 바란다.”

Q5. 환자 맞춤형 과배란 유도 치료가 인상적인데.

“과배란 유도는 정자 운동성 부족, 난관 폐쇄 등 여러 이유로 몸 밖에서 생식세포를 수정하는 난임 치료인 체외 수정 시술을 받을 때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치료 과정이다. 남성과 달리 여성의 생식세포인 난자는 한달에 1개만 배란된다. 어쩔 수 없이 인위적으로 난소를 자극해 여러 개의 난자 배란을 유도한다. 

난자가 많이 배란될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너무 많이 배란되면 미성숙 난자까지 채취하게 돼 난자의 질이 떨어진다. 또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으로 배에 복수가 차면서 혈액이 농축돼 혈전이 발생한다. 드물게 심각한 상황으로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 과배란으로 유도하는 난자가 너무 적으면 양질의 수정란 배양이 어려워 체외 수정 시술에 실패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한 번의 과배란 유도로 채취하는 난자의 수는 8~14개 정도가 적당하다. 그런데 이를 맞추기가 의외로 어렵다. 

최근 난임 치료 분야에서 주목하는 것이 환자 맞춤형 과배란 유도 치료다. 체중, 난소 기능을 확인하는 AMH(항뮬러관호르몬) 검사값에 따라 난소 반응이 달라지는 점에 착안해 치료 용량을 결정한다. 환자 맞춤형으로 치료 용량을 세분화해 과배란을 유도하는 약(폴리트로핀-델타/상품명: 레코벨)을 투여했더니 최적 수의 난자를 채취될 확률이 높아져 난소과자극증후군 발생 비율이 줄고, 배아 이식 후 출산에 이르는 비율은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람을 가장 우선으로 둔다(People come first at Ferring)’는 페링제약의 기업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난임 치료 영역에서 생명의 탄생을 돕는 난임 연구로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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