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실명 위험 큰 황반변성, 연 3회 최소 치료로 관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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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 〈58〉최신 황반변성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건강검진에서 황반변성이 의심된다며 안과 정밀검진 소견을 받은 60대 남성입니다. 처음 듣는 병명이라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황반변성은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는 안과 질환이라고 합니다. 시력이 좀 나쁜 정도로 생각했는데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예전보다 시야가 침침하고 길이 좀 휘어져 보이기도 하고 스마트폰의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려운 정도인데도 황반변성일 수 있나요. 만약 안과 정밀검진에서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으면 앞으로 어떻게 치료 받아야 하나요. 완치는 가능한지도 궁금합니다.

세브란스 안과병원 김성수 교수의 조언

황반변성 의심 소견을 받으셨다니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언급한 증상으로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의심됩니다. 황반변성은 망막 질환의 일종입니다. 시력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황반 이상으로 중심 시력이 나빠지면서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실제 황반변성은 당뇨망막병증, 녹내장과 함께 한국인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빨리 안저검사, 광간섭안단층촬영 등 안과 정밀검진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간혹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고 아직 잘 보인다고 안과 검진을 소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력은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만큼 매우 느리게, 그리고 꾸준히 나빠집니다. 그런데 황반변성 등 일부 안과 질환은 시력이 빠르게 나빠지면서 실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빠진 시력은 치료가 까다로워집니다. 또 치료해도 이전만큼 시력이 회복되지도 않습니다. 눈이 좋다고 자신하던 사람도 실명 위험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만큼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은 나이가 들수록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특히 나이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황반변성 질환 위험인자입니다. 이런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질병의 정식 명칭도 ’연령 관련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AMD)’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처럼 나이가 들수록 황반변성 유병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한국도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황반변성을 앓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증상은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휘거나 찌그러져 보이며 글을 읽을 때 글자에 공백이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처음엔 시력이 천천히 감소하는 정도로 노안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은 눈에 먼저 발생한 경우 스스로 시력 이상을 인식하기도 어렵습니다. 대한안과학회에서 40세 이후 중년부터는 시력 이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번씩은 눈 건강 상태를 살피는 안과 검진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연령 관련 황반변성은 눈 속 망막 혈관의 상태에 따라 ①황반에 드루젠이라는 세포 노폐물이 쌓인 건성 황반변성과 ②망막, 특히 황반에 영양을 공급하는 맥락막이라는 혈관 조직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 황반 주변에 출혈·부종을 유발하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구분합니다. 일반적으로 무증상인 건성 황반변성이 나타난 일부가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합니다. 

문제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발생하면서 급격하게 시력 손상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신생혈관은 매우 약해 작은 충격에도 잘 터지고 혈액 성분이 혈관 주변으로 새어 나옵니다. 반복된 출혈로 이 부위가 흉터로 바뀌면서 중심 시력이 크게 나빠져 실명할 수 있습니다. 약 1㎜ 크기의 황반은 전체 시력의 99%를 담당합니다. 작은 출혈이 발생하더라도 황반 중심 부위가 손상되면 글을 읽고 색을 구별하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황반 손상으로 시력이 더 나빠지기 전에 안과 정밀진단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단됐다면 시력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치료는 망막 속 비정상적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안구 내 주사 치료로 질병 진행을 막는 것을 목표로 이뤄집니다. 이런 치료는 신생혈관에 의한 출혈·부종 등이 생기는 것을 억제합니다. 황반 손상을 막아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도합니다. 현재 라니비주맙, 애플리버셉트, 브롤루시맙, 파리시맙 등 습성 황반변성 치료에 효과적인 약제로 치료 가능합니다. 황반변성은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받으면 시력을 유지·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는 혈관내피성장인자-A(VEGF-A)를 억제하는 안구 내 주사제가 사용됩니다. 최근엔 혈관내피성장인자-A는 물론 황반 부종의 주요 발병 물질인 안지오포이에틴-2(Ang-2)까지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특이항체(Bispecific antibody) 기전을 가진 신약(파리시맙·제품명 바비스모)이 한국에도 도입됐습니다. 습성 황반변성은 물론 황반이 부어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황반부종 치료에도 효과를 보입니다. 특히 당뇨병과 망막정맥 폐쇄에 의한 황반의 부종을 보다 오래 억제하는 효과를 보입니다. 

황반변성 치료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진단 당시 시력 ▶황반 손상 정도 ▶ 치료 시작 시점입니다. 특히 출혈·부종 등으로 황반 손상이 심해지기 전에 가능한 빨리 치료해야 시력 보존 등 예후가 좋습니다. 안타깝게도 현 의학 수준에서는 한 번의 치료로 황반변성이 완치되지는 않습니다. 주기적으로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안구 내 주사를 투약해 시력을 지키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때 가능한 적은 횟수의 안구 내 주사로 시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됩니다. 

황반변성은 꾸준한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처음엔 실명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주사 치료 주기를 잘 지키지만,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느슨해집니다. 중요한 업무·미팅·출장 등이 겹치거나 여행, 치료비, 부작용 문제 등으로 치료에 소홀합니다. 이렇게 투약 일정이 불규칙해지면 황반변성 억제 효과가 떨어지고 눈 상태가 나빠집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가능한 연 투약 횟수를 최소화한 방식의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구에 주사를 찌르는 투약 횟수가 적을수록 치료 순응도가 높아지고 안구내 염증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황반변성 치료제는 약마다 안구 내 주사의 투약 주기가 각각 다릅니다. 4주마다 한 번씩 맞기도 하지만, 증상에 따라 투약 간격이 8~12주마다 맞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치료제인 파리시맙은 최대 16주 간격 투여가 가능합니다. 잦은 병원 방문 등으로 부담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명을 유발하는 무서운 병이있던 황반변성은 좋은 약이 나오면서 치료 가능한 질병이 됐습니다. 다만 황반변성으로 떨어진 시력은 예전만큼 회복되지 않습니다. 또 장기 반복 치료가 필요한만큼 의료진과 상의해 질환의 특성, 자신의 생활 패턴 등을 고려한 치료 효과는 물론이고 최적의 투약 주기를 가진 약제로 꾸준히 치료하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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