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7~36주 사이면 백일해 백신 꼭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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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일해 유병률 증가, 풍진·독감 백신도 접종 권장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 부분이 ‘산전 진찰’이다. 산전 진찰의 목적은 산모나 아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파악하고 대처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보통 산전 진찰은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진행된다. 최종 월경일을 기준으로 임신 4~5주경부터 아기집을 관찰할 수 있다. 시기마다 진행되는 검사의 종류는 다르다. 처음에 임신을 확인하고 난 후 기본적인 병력 청취와 신체 진찰, 혈액 검사를 시행한다.

산전 진찰의 검사 항목은 임신 주수에 따라 진행된다. 우선 처음 방문했을 때는 혈액 검사를 통해 빈혈 수치, 풍진이나 B형 간염 등의 항체를 확인하고 요분석 검사 등의 초기 검사를 시행한다. 또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아기집 크기가 주수와 맞는지, 아기집 위치 등을 확인한다. 소변 검사는 첫 산전 검사를 할 때 시행하고 요단백과 세균뇨를 확인한다. 산전 검사에서 첫 요단백 검사 이후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추가 검사를 하지 않는다. 임산부의 무증상 세균뇨는 치료 대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임신 11~13주 태아 초음파 검사 중요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우정 교수는 “풍진은 어린 시절 접종을 했더라도 항체 역가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전에 항체 검사를 통해 낮거나 없으면 예방접종을 미리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만약 임신 초기에 항체가 없으면 분만 후 모유 수유 시에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음파검사는 태아의 해부학적인 구조·성장에 대한 주요 정보를 제공한다. 적절한 적응증이 있는 경우에 시행되고 특히 임신 11~13주에 태아 목덜미 투명대 측정을 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11주가 되면 우선 태아 염색체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정밀 초음파, 임신 당뇨병 선별 검사를 시행한다. 이후에는 태아가 주수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는지, 양수량이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관찰한다. 분만 방법 중 질식분만(자연분만)을 앞둔 경우는 B형 연쇄구균(GBS) 선별 검사를 시행한다.

산전 선별 검사는 산모 혈액 내 단백질을 분석하는 모체 혈청 선별 검사와 산모 혈액 내 태아 DNA 분석을 이용한 태아 DNA 검사가 있다. 특별한 가족력이나 과거력이 없는 경우 태아의 신경관 결손, 다운증후군, 애드워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 같은 염색체 수적 이상 질환에 대해 선별 검사를 하게 된다. 모체 혈청 선별 검사는 11~14주, 16~18주에 시행하게 되는데 두 번의 채혈 결과를 병합해 보고하는 통합 선별 검사와 각각 보고하는 순차적 검사가 있다.

만약 선별검사에서 고위험 결과가 나온 경우 침습적 진단 검사 진행을 권유받을 수 있다. 침습적 진단 검사는 태아의 검체를 이용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며 융모막융모생검이나 양수천자 등의 시술이 필요하다. 융모막융모생검은 자궁경부 또는 복부접근을 통해 융모를 채취하는 침습적 검사로 임신 10~13주에 시행한다. 양수천자는 임신 15주 이후에 시행하는 침습적 검사로 초음파를 확인하면서 양막을 천자해 양수를 채취하는 검사다.

임신성 당뇨 선별 검사는 대부분 임신 24~28주에 경구당부하 검사를 통해 시행한다. 다만 병력 청취 및 신체 진찰 소견을 포함해 당뇨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앞서 선별 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위험 지역에선 황열 백신도 접종 고려

임신 기간에도 예방접종은 임신 중 변성독소, 불활성화 또는 사멸 백신의 투여는 태아 이상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백신은 임신 중에는 금기이지만 만약 임신 중 우연히 풍진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이로 인한 선천풍진증후군으로 이환된 보고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폴리오나 황열, 장티푸스 백신도 생백신이지만 위험 지역에 노출됐을 때 손익을 고려해 접종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백일해 유병률이 증가하고 특히 1세 미만의 영아에서 백일해로 인한 사망 위험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백일해 백신은 임신 27~36주 사이에 접종해 모체의 항체가 태아에 전달돼 신생아 시기 백일해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게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독감 접종은 불활성화 백신으로 임산부에게 임신 시기와 무관하게 접종을 권장한다. 김 교수는 “임신부더라도 진단을 위한 영상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궁 내 태아에 방사선 피폭량이 5㎭(라드)를 넘지 않는다면 유해한 영향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진단목적으로 진행되는 X선,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의 경우 이런 기준치를 넘지 않기 때문에 검사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엽산의 결핍은 태아의 신경관 결손의 원인이 되는 만큼 가임기 여성은 1일 0.4㎎(밀리그램)의 엽산섭취가 권장된다”며 “이전에 신경관결손 아이를 분만했거나 뇌전증약을 복용 중인 여성에서는 임신 1개월 전부터 임신 3개월(14주)까지 1일 4㎎의 엽산을 복용하면 태아 기형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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