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의 궁금증
45세 남성입니다. 최근 엄지발가락이 붓고 열감이 느껴지면서 걷기 힘든 증상이 지속됐는데요. 처음엔 관절염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통풍’ 진단을 받았습니다.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 결절 통풍관절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의사의 한 마디
: 순천향대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정혜민 교수
: 순천향대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정혜민 교수

통풍은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된 요산이 관절에 침착돼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요산은 필수 아미노산인 퓨린의 대사 과정 후 남는 최종 산물인데요. 대부분 소변을 통해 배출되지만,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신기능 이상으로 요산이 잘 배출되지 못할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체내에 축적된 요산이 결정을 이루고 관절에 침착해 염증을 유발하는 것이죠. 통풍은 중년 남성과 폐경 후 여성에게 자주 나타납니다. 여성호르몬이 요산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통풍은 초기엔 요산 수치가 높지만 증상이 없는 ‘무증상 고요산혈증’ 기간을 지나 ‘급성 통풍관절염’으로 발현됩니다. 급성 통풍관절염의 증상은 가벼운 자극이나 움직임에도 극심한 통증과 부종 등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주로 발가락·발목·무릎 등 하지 관절에 증상이 나타나며, 그중에서도 엄지발가락에 흔히 발생합니다.
급성 통풍관절염일 경우 보통 증상 발생 후 8~12시간에 가장 심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통증은 1~2주가 지나면 사라지는 게 특징인데요. 따라서 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2년 이내 80% 이상 재발을 경험할뿐더러 급성 통풍 발작이 반복되면서 ‘만성 결절 통풍관절염’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만성 결절 통풍관절염으로 진행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관절 손상 뿐 아니라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만성 신질환, 심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요. 증상이 생기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관절 손상을 막고 합병증을 예방해야 합니다.
통풍은 침범된 관절에서 관절액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바늘 모양의 요산 결정을 확인한 뒤 진단합니다. 관절액을 채취하기 힘든 경우 임상 증상, 혈액검사, 영상학적 검사 소견을 종합해 진단합니다. 특히 통풍은 세균성 관절염과 초기 증상이 비슷하므로 관절액이나 혈액 검사에서 배양 검사를 시행해 감별해야 합니다.
급성 통풍관절염을 치료하려면 안정을 취하면서 약물을 사용해 염증을 조절해야 합니다. 약제는 콜히친, 비스테로이드소염제, 글루코코티코이드 중에서 개인의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합니다. ▶1년에 2회 이상 통풍 발작이 발생하는 경우 ▶요로결석이나 만성 신질환이 있는 경우 ▶통풍 결절이 있는 경우에는 요산저하제를 꾸준히 사용해 요산 농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무증상 고요산혈증을 포함한 통풍 환자는 체내 요산 농도를 낮추기 위해 생활 습관 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비만은 고요산혈증과 관련이 있어서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간, 곱창 등 퓨린이 많이 함유된 고기 내장류와 맥주를 포함한 술, 인공과당이 많이 함유된 음료는 되도록 피해야 합니다. 우유나 치즈 등 저지방 유제품과 채소는 퓨린이 적게 함유돼 있어 통풍 환자에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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