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깜빡하고 멍해지는 부모님, 치매 아닌 ‘이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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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뇌전증 바로 알기

뇌전증은 편견이 많은 질병 중 하나다.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는 흔한 만성 뇌 질환이다. 소아 질환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최근엔 노인성 뇌전증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명지병원 이병인뇌전증센터 이병인(신경과) 센터장의 도움말로 노인성 뇌전증의 특징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과거 간질이라고도 불렸던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 갑작스러운 이상 흥분 상태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전기적 현상이 그 주위 또는 뇌 전체로 파급돼 발작 증세가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뇌전증은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 뇌 질환이다. 뇌전증 환자의 연령별 분포는 U자 곡선 형태를 띤다. 발병률이 영유아기에 가장 높고 청장년기에 낮아졌다가 노년기에 다시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어린 시절 뇌전증은 대개 선천적인 요인이나 출산 시 발생하는 뇌 손상, 중추신경계 감염 등이 원인이다. 노인성 뇌전증은 뇌혈관 질환,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이나 뇌종양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다. 노인성 뇌전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뇌졸중이다. 전체 환자의 40~50%를 차지한다. 이어 뇌종양, 두부외상 등의 다양한 뇌 병변이 20%,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이 10% 정도다.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20~30% 수준이다.

노인성 뇌전증의 특징은 몸을 심하게 떠는 경련 발작의 빈도가 적다는 점이다. 대신에 비경련 발작이 대부분인데 지속된 기억력 상실, 인지기능 저하, 혼미한 의식 상태와 같은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로 간과해 진단·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한다거나 평소와 다른 이상한 행동, 혼미한 의식 상태가 반복된다면 뇌전증일 가능성이 크므로 전문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뇌전증·뇌졸중·치매, 발병에 서로 영향
뇌전증은 뇌졸중, 치매와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으로 꼽힌다. 세 질환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뇌졸중이나 치매 환자는 뇌전증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다. 반대로 노인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뇌졸중이나 치매 발생 확률이 3배 이상 증가한다. 또 노인성 뇌전증 환자의 40~50%에서 뚜렷한 원인 없이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정확한 검사를 통해 향후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나 인지기능의 이상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뇌전증을 제대로 극복하는 방법은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에 나서는 것이다. 뇌전증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뇌파 검사다. 뇌 전압을 측정해 뇌파를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비디오 뇌파 검사도 시행한다. 또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통해 발작을 일으키는 구조적인 뇌병변을 찾아낸다. 하지만 뇌전증은 검사 결과만으론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과거 병력이나 주변인의 증상 관찰 등 다각적으로 고려해 진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전증 치료의 기본은 약물이다. 적절한 치료와 예방으로 증상을 개선하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안전하고 우수한 약제가 많이 개발됐다. 특히 노인성 뇌전증의 경우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이 훨씬 더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술적 치료는 약물로 조절이 안 되는 일부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다양한 검사를 통해 뇌전증을 일으키는 병소 위치가 확실하고 뇌 기능에 이상이 초래되지 않을 경우 진행한다. 수술이 불가하다면 미주신경 자극술이나 뇌 심부 자극술과 같은 시술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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