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으로 이어지는 배란장애, 적절한 치료로 극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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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마리아병원 한시은 진료부장

생리(월경)는 여성 자궁 건강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무월경 상태가 지속된다면 배란장애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배란장애는 여성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 중인 가임기 여성이라면 이를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한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마리아병원과 함께하는 난임 극복 캠페인 ‘희망이 생명을 만든다’의 일환으로 부산마리아병원 한시은(산부인과 전문의) 진료부장에게 배란장애의 원인과 치료법을 들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배란장애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배란은 여성의 생리주기에서 난소의 난포가 성장하고 성숙한 난자를 복강 내로 배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로 난자가 잘 배출되지 못하는 현상을 배란장애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배란장애를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한다. 배란장애 환자 5~10%에 해당하는 첫 번째 그룹에선 여성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 기능부전의 양상을 보이는데 혈중 난포자극호르몬 및 에스트라디올 감소가 나타난다.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는 ▶과도한 스트레스 ▶지나친 체중 감소 ▶과도한 운동 ▶섭식장애인 신경성 거식증에 의한 시상하부 무월경이나 칼만증후군이다. 두 번째는 ‘다낭난소증후군’이다. 배란장애 환자의 75~85%인 대다수가 이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이들은 만성 무배란 형태를 보이면서 희발월경 또는 무월경 증상을 경험한다. 세 번째 그룹은 난소부전으로 혈중 난포자극호르몬 증가가 특징적이며 대부분 무월경 상태인 경우다. 그 외 고프로락틴혈증이나 내분비적인 질환에 의해서도 배란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세계산부인과연맹(FIGO)에서는 배란장애 원인을 시상하부, 뇌하수체, 난소, 다낭난소증후군 4가지 유형(HYPO-P)으로 나눠 더욱 세분화해 보기도 한다. "

-배란장애를 진단하는 기준은.
"생리주기는 평균 28일이며, 24~38일까지는 정상 범주로 볼 수 있다. 불규칙한 월경으로 보는 경우는 ▶평소 주기에서 3~6개월 이상 생리가 없는 무월경 ▶생리주기가 24일이내로 지나치게 짧거나 38일을 초과하는 경우다. 정상 주기 내에서 주기적인 월경을 한다고 해도 배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무배란성 출혈이 대표적이다. 이는 안드로겐과다증과 같은 특징을 보이는 다낭난소증후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배란장애는 다낭난소증후군·뇌하수체질환·고프로락틴혈증·갑상샘질환·난소종양, 섭식장애, 비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선 배란유도 전 생리주기 평가, 약물 복용력, 과거력 등 자세한 문진과 함께 호르몬 검사, 초음파 등 영상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먼저 배란유도제를 통해 배란을 유도하는 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다낭난소증후군과 같은 배란장애 여성에게 시행하는 치료적 배란유도는 과배란유도와 달리 한 개의 난포가 성장 발달해 배란하는 과정을 재현시키는 것이다. 배란유도는 가능한 쉽고, 비용이 적게 들면서 위험부담이 적은 방법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배란유도제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클로미펜(클로미드)이다. 이는 산부인과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배란 유도 약물이다. 가격이 싸고 60~80% 정도의 여성에서 배란이 잘 유도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여성의 경우 클로미펜의 항에스트로겐 효과로 인해 자궁내막 두께가 잘 자라지 않거나 자궁경부 점액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방향효소억제제인 레트로졸(페마라)이다. 이 약물은 클로미펜과 유사한 정도의 배란유도 효과를 지녔다고 보고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레트로졸이 클로미펜보다 높은 배란율과 짧은 반감기를 갖고, 특히 자궁내막 두께 성장에 대한 유해 영향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됐다. 배란유도제를 사용해도 배란이 잘되지 않는다면 메트포민이라는 인슐린반응개선제를 복합적으로 투여하거나 과배란유도주사인 생식샘자극흐르몬(Gonadotropin)을 사용해 볼 수 있다."  

-배란장애일 땐 임신이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배란장애를 인식하지 못하고 방치했을 땐 난임과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배란장애를 제외한 다른 난임 인자가 없는 환자에서는 배란유도만 잘 이뤄질 경우 예후가 좋다."

-경구피임약으로도 배란을 조절할 수 있나.
"경구피임약은 자궁내막을 보호하고 규칙적인 월경 회복을 돕는 효과가 뛰어나다. 다낭난소증후군 여성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여드름이나 다모증 같은 안드로겐과다증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일부 경구피임약의 에스트로겐 성분이 황체형성호르몬 생산을 막아 난소의 안드로겐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또한 황체호르몬 성분이 안드로겐 수용체에 경쟁적으로 결합하는 기전을 보인다. 하지만 경구피임약은 피임 효과 때문에 임신을 늦추고 잘못된 사용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산부인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대다수의 배란장애 환자들이 다낭난소증후군 소견을 보인다. 이와 함께 과체중, 비만, 인슐린저항성, 고안드로겐혈증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배란유도제를 처방하기 전에 생활습관을 먼저 개선함으로써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체중감량과 식이요법, 적절한 운동을 일차적으로 시행하는 식이다. 특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환자의 경우 체중 감소만으로도 정상적인 월경 및 배란의 회복을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체중에서 5~7%만 감량해도 심혈관계 대사 기능과 인슐린 반응성에 대한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지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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