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70%는 혈당 조절 실패…자기 관리 능력 높이는 교육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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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 개선 등 당뇨병 교육으로 사망 위험 26% 줄여

당뇨병은 자기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이다. 약만 잘 먹는다고 혈당이 저절로 조절되지 않는다. 당뇨병 팩트시트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률은 24.5%에 불과하다.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24.5%)만 당뇨병학회에서 제시한 목표 혈당(당화혈색소 6.5%)을 유지한다. 최근엔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아 3가지 이상 약제를 투약하는 환자의 비율이 40%에 근접했다. 당뇨병 관리 부분에서는 사실상 낙제점이라는 평가다. 

단편적인 정보 전달 중심의 교육으로는 당뇨병 환자가 스스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의료계에선 교육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에 주목한다.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질이 담보된 당뇨병 교육이 환자의 사망 위험을 26%나 줄여준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당뇨병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당뇨병 교육자 자격인정제도를 도입한 배경이다. 최근엔 당뇨병 교육 인증 병원 활성화에 집중한다. 대한당뇨병학회 교육이사인 고려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난희 교수와 정보이사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에게 당뇨병 관리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왼쪽)와 고려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난희 교수.

Q1. 당뇨병 관리를 위해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김난희 교수(이하 김 교수)=당뇨병 치료의 근간은 생활습관 조절이다. 먹는 것, 운동하는 것,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활습관 개선에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때 먹는 약을 추가해야 한다. 그런데 혈당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하고, 얼마나 자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의료진이 24시간 따라다니면서 혈당을 관리할 수 없다.

당뇨병 치료에서 자기 관리 능력을 높이는 당뇨병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실제 행동이 변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여러 연구에서 당뇨병 교육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지만, 42개 연구 1만3000명에 대한 메타분석결과 당뇨병 교육을 했을 때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을 26%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습관을 좀 바꾸는 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당뇨병 치료에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Q2.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당뇨병 교육 인증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김 교수=당뇨병은 정보가 굉장히 다양하다. 환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잘 대처하고 정확히 알려주려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며 노하우도 중요하다. 

당뇨병학회가 산하 교육위원회를 통해 당뇨병 교육자 양성에 힘을 쏟는 이유다. 의사, 간호사, 영양사는 물론 사회복지사, 운동처방사 등도 당뇨병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당뇨병 교육의 효과를 얻으려면 교육의 질이 일정 수준 담보돼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당뇨병 교육자로 인정받으려면 연수 강좌 등 당뇨병 교육에만 2000시간 이상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이 시험에 통과하면 자격증을 수여한다. 여기에 당뇨병 교육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의사를 포함해 3명 이상인 의료기관은 당뇨병 교육 인증병원으로 인정한다. 2023년 기준 당뇨병 교육 인증병원으로 지정된 기관은 총 88개며, 이 중 60개 병원에서 교육인증병원 현판식을 진행 중에 있다.” 

Q3. 현재의 당뇨병 교육으로는 부족한가.

“조재형 교수(이하 조 교수)=당뇨병은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질환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 나오더라도 당뇨병은 지속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렵다. 약을 강하게 쓰면 저혈당이 올 수 있다. 먹는 것의 영향도 크다. 무엇보다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습관을 바꾸는 환자 교육이 중요하다. 

문제는 당뇨병 교육의 질이다. 당뇨병 교육 전담 간호사(코디네이터)를 뽑으면 의료기관에서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렵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으로 하기도 하는데 300명 이상 등록해야 한다. 환자 한 명 등록하는데 20분 이상 소요돼 실제 교육은 뒤로 밀린다. 교육을 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결국 현재의 당뇨병 교육은 당뇨병 정도가 심하지 않은 사람을 등록해 단편적인 정보를 주는 정도다. 인슐린 투약 등으로 당뇨병 집중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등록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라고 해서 다 똑같지 않다. 인슐린 분비량도, 합병증도 다르다. 인슐린을 투약하거나 당뇨약 3개 이상을 처방하는 등 집중 관리가 필요한 경우엔 당뇨병 전문가에게 치료하도록 수가에 차등을 둬야 한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향후엔 중증 당뇨병 환자가 갈 곳이 없어진다.” 

“김 교수=현재 당뇨병 교육은 인정 비급여 수가다. 교육도 1회만 가능하다. 평생 1회인지, 1년에 1회인지도 정확하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교육에 최소 10시간을 투자해야 되는데 절대적인 시간조차 부족하다. 

당뇨병 교육은 팀 어프로치가 중요하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 영양사가 함께 모여 환자의 문제를 파악해 각자의 영역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 우선 환자 특성에 따라 당뇨병 교육 횟수를 늘려야 한다. 당뇨병 초기의 경증 환자는 한 번의 교육으로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집중 관리가 필요한 사람은 인슐린 투약 용량은 어떻게 결정하는지, 당뇨병 연속혈당측정기는 어떻게 쓰는지, 식사 때 탄수화물 계산은 어떻게 하는지 등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영양사나 간호사, 운동처방사 등 직역별로 나눠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당뇨병 교육에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다. 지방의 경우 환자들은 교육비에 대한 부담으로 당뇨병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Q4. 당뇨병 교육을 돕는 닥터바이스(Doctorvice)라는 플랫폼도 있던데.

“조 교수=의사를 중심으로 한 당뇨병 교육 플랫폼이다. 약 3000여 개의 교육 콘텐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환자 유형에 맞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교육한다. 

교육은 환자와 함께 화면을 보면서 할 수 있고, 프린트물이나 메신저로 제공할 수도 있다. 환자가 직접 작성하는 설문이나(Patient Reported Outcome, PRO), 환자의 의료기기가 제공하는 정보를 연동할 수 있다. 의사는 이런 데이터를 확인해 상황에 맞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개인 맞춤형 당뇨병 교육이다. 또 EMR과 연동해 공단 청구를 위한 증빙 자료도 제출할 수 있다.” 

Q5. 당뇨병 교육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 교수=당뇨병 교육 자료는 당뇨병학회, 당뇨병교육간호사회, 당뇨병교육영양사회와 함께 공동으로 제작하길 바란다. 앞에서 강조했지만, 당뇨병 관리는 교육이 중요하다. 당뇨병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어느 정도 수준은 돼야 한다. 당뇨병학회에 교육 컨텐트가 많다. 이를 활용해도 된다. 

당뇨병 교육자의 질 관리도 필요하다. 당뇨병학회에서 인증하는 교육자는 2000시간 이상의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만관제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려면 실무 경험이 없어도 몇시간만 강의를 들으면 된다. 매우 다양한 당뇨병 환자의 상황을 파악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 케어 코디네이터를 운영할 수 밖에 없더라도 최소한 당뇨병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부분은 당뇨병학회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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