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성 80%는 유방암 위험 높은 '치밀 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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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정확도 높이려면

한국인 여성의 80% 이상은 치밀 유방이다. 유방 밀도가 높은 치밀 유방은 유방 X선 촬영 이미지만으로는 암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 매년 유방암 국가암검진을 받은 여성 10명 중 1명은 판정 유보 소견을 받는다. 치밀 유방은 비교적 젊은 30~40대에 흔하다. 최근엔 30~40대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유방암 검진이 중요해지고 있다. 암 예방의 날(3월 21일)을 앞두고 유방암 조기 검진 중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유방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정기적인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유방암 검진의 기본은 유방 촬영 검사다. 우리나라는 만 4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유방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유방 촬영 전용 기계로 가슴을 상하좌우로 납작하게 누른 상태에서 X선을 투과해 유방 내부 조직을 전체적으로 살핀다.


문제는 발견이 까다로운 치밀 유방이다. 유방암은 유방 치밀도에 따라 유방암 발병 위험이 달라진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유방암 검진을 받은 사람에게 유방 밀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규정했다. 또 치밀 유방인 여성은 유방 밀도, 위험요인, 개인 상태 등을 의료진과 공유하도록 권장했다. 

치밀 유방은 유방암 발병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유방암은 대부분 유선 조직에서 발생하는데 지방 조직보다 유선 조직에 비정상적인 세포로 발전할 수 있는 세포가 더 많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유방 밀도가 높은 여성군의 경우 낮은 여성군에 비해 유방암 위험도가 4~6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치밀 유방은 유방암 선별 검사로 활용하는 검사법인 유방 X선 촬영만으로는 판독이 까다롭다. 

유방 X선 촬영술 사진에서 유선 조직이 종양과 동일한 색상인 흰색으로 표현돼 종양이 유방 조직에 가려 잘 안 보일 수 있다. 실제 2020년 국가암검진을 통해 유방 X선 촬영술을 받은 이들의 약 11%에 해당하는 40만여 명이 판정 유보를 받았다. 명지병원 유방외과 김완성 교수는 “한국인 여성의 경우 10명 중 8명이 치밀 유방에 해당되는 만큼 치밀 유방이 유방 건강 관리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밀 유방은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층에서 많다. 한국인 여성 5967명의 유방 X선 촬영술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결과, 치밀 유방의 분포는 30대 94.3%, 40대 91.4%에 이르며, 40대 이후 유방 실질 조직이 지방 조직으로 대체되면서 50대 72.2%, 60대 44.0%로 50대 이후부터 급격히 감소한다. 김 교수는 “치밀 유방인 경우 유방암 의심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유방 X선 촬영술과 함께 필요 시 유방 초음파나 혈액 검사 등 추가 검사를 챙기고 이상 징후가 있다면 신속하게 유방외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효성을 인정받은 유방암 혈액 검사 마스토체크를 활용하기도 한다. 마스토체크는 혈액 속에서 유방암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3종류의 바이오마커를 찾아내 정량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 방식으로 유방암을 진단한다. 마스토체크로 0기 유방암을 발견한 경우도 있다. 의료계에서도 판정 보류가 존재하는 유방 X선 촬영의 한계를 비용·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검사법이다. 추가 검사를 위해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없이 간단하게 혈액만 채취하면 된다. 치밀 유방이라면 명확한 판정을 위해 처음부터 유방 X선 촬영과 마스토체크 유방암 혈액 검사를 병행하는 것도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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