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어려운 위치의 복벽탈장, 단일공 로봇수술 첫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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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한승림 교수팀, '가로근 절개술'로 복원

배 오른쪽 아랫부분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강모(여·56)씨는 '복벽 탈장'이란 진단을 받았다. 복벽은 복부 내장을 둘러싼 얇은 막(복막)과 그 주위의 근육·근막·피부다. 복벽이 약해지면 장기가 약해진 부위를 통해 빠져나오거나 밀려 나오는 복벽탈장이 생긴다. 강씨는 CT 영상 촬영 결과 우측 측면 복벽에 탈장이 발생했다. 강씨처럼 복벽 측면에 탈장이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다. 주위에 단단한 근막이 없고 복벽에 힘을 받기 어려워 표준화된 수술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탈장은 몸 가운데 부분에서 발생하는데 이 경우 복벽에 힘을 가장 많이 지지해 주는 근막이 단단하게 있어 복벽 결손 부위를 수술하기 용이하다.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인경·한승림 교수팀은 강씨에게 단일공 로봇 '가로근 절개술'을 적용했다. 가로근은 복벽의 3개 근육층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다. 한 교수팀은 자궁 적출술을 이용해 환자의 복부를 3㎝ 절개하고 단일 포트를 삽입하는 로봇수술로 복막 외 공간에 접근했다. 약해진 복벽의 구멍을 복막 외 공간으로 들어가 그 주위를 인공망으로 덮어 고정한 뒤, 단일공 로봇으로 가로근을 절개하고 측면 복벽 탈장을 치료했다. 

환자는 수술 이틀 후에 불편감·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치료가 어려운 위치의 복벽탈장을 단일공 로봇수술로 치료한 첫 성공 사례다. 외국에서도 가로근 절개술은 반대쪽 복벽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시행되는 난도 높은 술기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시아 수술 저널(Asian journal of surgery)’ 1월호에 실렸다.

한승림 교수는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당뇨·비만 등 기저 질환자가 고형 장기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게 되면 주변 부위가 약해지며 발생하는 복벽탈장 중 ‘절개성 탈장’ 환자도 늘고 있다. 복벽탈장은 자연 치유나 약물치료가 어려워 수술 치료가 유일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손 크기가 작더라도 잦은 통증이 있다면 장 폐색이나 괴사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탈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복부 비만을 줄이는 생활 습관과 꾸준한 운동으로 복부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고 당부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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