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혈액투석 환자…삶의 질 높이려면 요독물질 관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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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용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이정은 교수

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은 콩팥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세계 콩팥의 날’이다. 


콩팥은 혈액 속의 불필요한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당뇨병·고혈압 등으로 콩팥 기능이 손상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투석이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가장 많이 시행되는 혈액투석은 혈액투석 장치를 이용해 혈액 속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몸속에 과잉 축적된 수분을 제거해준다. 일반적으로 투석 환자는 만성 피로감, 가려움증 등 증상이 빈번하다. 투석으로 더욱 극심한 피로감이나 무력증, 가려움증,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 등 삶의 질을 저해하는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

연구에 의하면 투석 환자의 40% 이상은 중등도의 가려움증을, 50~70%가 넘는 환자들은 하지불안증후군을 겪는다고 한다. 특히 가려움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은 수면 중에 더욱 심해져 수면을 방해하거나 심한 경우 수면 장애로 이어진다. 결국 일부 환자는 수면 장애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등 삶의 질까지 낮아지는 악순환을 체감한다. 

대다수 투석 환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면과 관련한 어려움을 경험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을 투석 환자가 겪어야 되는 당연한 결과로 여겨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석은 한번 시작하면 신장이식 전까지는 계속한다. 따라서 이들 증상을 관리하지 않아 수면장애가 오래 지속되면 환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가려움증, 하지불안증후군은 ‘요독물질’, 특히 크기가 큰 중분자 요독물질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독물질은 크기, 구성물질에 따라 90여가지에 달한다. 일반적인 혈액 투석으로 요소 같은 소분자 요독물질은 어느 정도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이보다 큰 중분자 요독물질은 기존의 투석 방식으로는 효과적으로 걸러내기 쉽지않다. 요독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체내 축적되면 가려움증, 하지불안증후군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염증 관련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요독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혈액투석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알부민 같이 우리 몸에서 중요한 성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요독물질까지 확장해 걸러낸다. 이런 방식으로 혈액 투석을 진행한 환자는 기존 방식으로 혈액 투석을 한 환자에 비해 아침에 나타나는 가려움증, 수면 중 긁는 빈도가 줄었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불안증후군 증상 역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투석은 평생 관리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긴 레이스의 마라톤과 비슷하다. 합병증 없이 오랫동안 적정한 상태와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혈액투석 치료 과정에 성공적으로 임하려면, 수면장애와 같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원인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혈액투석 환자들은 가려움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등과 같은 다양한 증상을 투석 과정 속에서 오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상의해 보다 큰 중분자 요독물질 제거 등과 같은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부디 많은 혈액투석 환자들이 치료 과정 속에서 보다 건강한 일상을 영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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