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궁근종이 걱정인 30대 여성입니다. 처음 자궁근종이 발견된 것은 2년 전입니다. 크기가 크지 않아 따로 치료나 수술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받은 국가건강검진에서 자궁근종이 6~7㎝로 꽤 커졌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임신이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돼 당장 수술 할까 싶다가도 특별히 아프지 않고 몸에 큰 흉터가 남는 것이 싫어 굳이 수술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꼭 수술을 받아야 할까요.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이정훈 교수의 조언
자궁 안쪽에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생기는 양성 종양(혹)인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흔한 질환입니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 4~5명은 자궁근종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궁근종은 발견이 늦어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질문자는 배가 아프거나 월경 기간이 늘고 하혈량이 많아지는 등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자궁근종을 발견해 추적·관찰 중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단 검진에서 자궁근종이 꽤 커졌다는 소견을 받은만큼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해 보입니다. 정확한 자궁근종의 크기, 위치, 갯수, 증상의 중증도, 임신 계획 등을 확인한 후 담당 전문의와 좀 더 경과를 살펴도 괜찮은지, 커진 자궁근종이 가임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약물·수술 등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 등을 충분히 상의해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하길 바랍니다.
자궁근종과 같은 여성 질환은 가임력에 미치는 파괴력이 큽니다.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궁근종의 크기가 커지고 개수가 늘어나면서 돌변합니다. 부정기적 하혈이 잦아지고 극심한 복부·허리·골반 통증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프지 않더라도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으로 자궁근종 상태를 살필 것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자궁근종이 갑자기 성장하거나 통증, 월경 과다, 불규칙 하혈, 복부 압박감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자궁근종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로 병변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수술이 두려울 수 있지만, 최근엔 자궁근종만 섬세하게 떼어내 자궁을 보존하면서 가임력을 유지하고 최소침습적 절개로 흉터가 남지 않도록 미적 측면까지 고려한 로봇 수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로봇 수술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소암 같은 여성 질환의 수술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최신의 치료 트렌드입니다. 의사가 조종석(콘솔)에서 3차원 영상을 보면서 로봇 팔을 조종해 수술합니다. 자궁·난소처럼 몸속 깊숙이 위치해 접근하기 어려운 곳도 병변만 세밀하고 정교하게 절제할 수 있습니다. 수술 부위를 절개해 의사가 육안으로 보면서 하는 개복 수술이나 가늘고 기다란 복강경 기구를 넣는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장점이 명확합니다.
로봇이 엄지·검지 손가락과 손목의 섬세한 움직임에 반응해 기존 방식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부위도 손쉽게 접근합니다. 손에 젓가락을 쥔 것처럼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복강경과는 움직임의 세밀함이 다릅니다. 로봇 팔로 병변을 잡고, 절제하고, 지혈하고, 봉합하는 여러 수술 동작을 안정적으로 수행합니다. 미세한 손떨림까지 완벽하게 잡아주면서 자궁·난소의 미세한 신경·혈관·근육 등이 손상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로봇을 활용한 최소침습적 치료로 신체 내부에 상처가 덜 생기고 회복도 빠릅니다. 특히 출혈로 수술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지혈과 같은 추가 처치를 최소화해 수술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만큼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염증·유착 등 수술 후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정교한 봉합도 장점입니다. 수술로 자른 곳을 이어주는 봉합은 자궁근종 치료에 특히 중요합니다. 자궁내막, 자궁근육층, 자궁외막 등 3개의 근육층으로 이뤄진 자궁은 근육층의 결에 맞춰 탄탄하게 꿰매야 합니다. 자궁은 평소엔 주먹만한 크기지만, 임신으로 태아가 성장하면서 팽팽하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봉합이 부실하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파열할 수 있습니다. 로봇 수술은 미세한 손떨림이 없고 각도 조절이 자유로워 빈틈없이 봉합할 수 있습니다.
3월 8일은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해 UN에서 제정한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여성에게 흔한 자궁근종은 소리없이 삶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특히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자궁 자체를 들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치료를 받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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