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고혈압 있다면 매년 혈액·소변 검사로 '이것' 살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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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의 경고 신호 바로 알기

콩팥(신장)은 신체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다. 하지만 심장·폐·간 등에 비해 소홀하게 생각한다. 체내 노폐물을 소변으로 만들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콩팥의 여과 기능이 약해지면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고 온몸이 퉁퉁 붓는다. 부종, 요독, 빈혈 같은 증상을 겪기도 한다. 요즘엔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하는 말기 콩팥병 환자가 늘고 있다. 혈당·혈압이 높은 채로 지내면 콩팥을 이루는 사구체의 미세 혈관이 서서히 망가진다. 결국 인위적으로 체내 노폐물을 걸러주는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세계 콩팥의 날(3월 둘째주 목요일)을 계기로 콩팥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살펴본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60대 당뇨병 환자 A씨는 어느 날부턴가 소변의 양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외 별다른 통증이나 증상이 없고 평소 혈당을 비롯해 당뇨병 관리를 열심히 해 왔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러다 3개월 만에 방문한 병원에서 의사 권유로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를 진행했고, 만성 콩팥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스스로 자각하기 힘들지만,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만성 콩팥병 고위험군이다. 투석 치료 등이 필요한 말기 콩팥병 환자의 원인 질병 1위는 당뇨병이라는 대한신장학회의 분석도 있다. 당뇨병은 전신으로 뻗어 있는 혈관을 타고 콩팥을 포함해 심장, 혈관, 눈 등에 치명적 손상을 초래한다.

실제 당뇨병 등으로 말기 콩팥병 발병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혈당이 높은 채로 지내면 콩팥을 이루는 미세 혈관이 서서히 병들면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 사구체의 여과 속도가 느려지는 식이다. 의학적으로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감소하면 만성 콩팥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대략 12% 즉, 국민 8명 당 1명은 만성 콩팥병을 뒤늦게 발견한다. 결국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하면서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콩팥 기능을 민감하게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당뇨병 등 원인 질환 철저히 관리

콩팥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재생이 힘들다. 특히 초기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본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비가역적 손상으로 진행한다. 부종, 무기력증 같은 증상만으로는 콩팥 기능 저하를 의심하기도 어렵다.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한승혁 교수는 “콩팥은 90% 이상 손상돼도 증상이 경미해 자각하기 힘들다”며 “당뇨병·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초기 콩팥 손상을 확인할 수 있는 혈액·소변 검사로 매년 콩팥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콩팥 손상 징후를 초기에 파악해 남은 콩팥 기능을 지키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콩팥병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춰 말기 콩팥병으로 악화하는 것을 지연시킨다. 이미 콩팥 손상이 진행된 상태에서 버텨봤자 체내 요독이 쌓여 콩팥 부담만 커질 뿐이다. 콩팥은 사구체 여과율(GFR)이 분당 60mL 이하인 상태가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콩팥이 지속적으로 손상되면서 생명 유지에 필요한 수준만 남는다. 한 교수는 “조기에 만성 콩팥병을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 및 치료하는 것은 콩팥병 진행을 늦추고 콩팥 기능을 보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고혈압 등 콩팥 손상 원인 질환의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 당뇨병은 당화혈색소 6.5% 미만, 고혈압은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한다. 최근엔 혈당을 떨어뜨리면서 콩팥을 보호하는 통합 치료로 콩팥 기능을 지키기도 한다.  

일상에서 콩팥 건강을 지키는 생활 수칙도 지켜야 한다. 꾸준한 운동·식사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금연도 필요하다. 운동의 건강 효과는 확실하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호흡이 가쁜 강도로 매일 30분 이상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실천한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오르내리거나 화장실 등을 이용할 때 다른 층으로 가면서 신체 활동량을 늘린다. 또 꼭 필요한 약을 콩팥 기능에 맞게 복용하고 만성질환자라면 정기적으로 콩팥 기능을 살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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