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종양 생긴 우리 강아지, 어떻게 치료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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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석 샤인동물메디컬센터 원장

동물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주변에서 안타까운 사연의 반려동물 소식을 자주 듣게 되기도 하고 가끔 사정이 허락하면 도움을 드리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유기견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면 눈길이 가곤 했는데 몇 주전 뉴스에서 본 유기견의 소식은 더욱 마음이 쓰였습니다.

보호자에게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간에 종양이 생겼고 림프샘에 전이 돼 온몸에 종양이 퍼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년에 100건도 넘는 간종양 수술을 하는 동물병원에 있다 보니 강아지의 상태가 눈에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한편으론 강아지의 종양이 먼저인지, 강아지가 버림받은 것이 먼저인지 어느 쪽이라도 그저 책임감 없는 보호자를 원망하게 됩니다.

간종양, 양성이어도 위치 따라 위험도 높아

강아지의 간은 주로 호르몬 대사에 관여하며 해독작용과 살균작용, 면역감시 작용, 담즙산 분비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주요 장기입니다. 강아지의 간종양은 크게는 양성종양과 악성종양, 즉 암으로 구분합니다. 양성종양도 크기와 위치에 따라 건강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간엽의 우측에 종양이 발생하면 수술의 난도와 위험도가 상당히 올라갑니다. 악성종양이라면 당연히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단백 사료 장기간 급여 등 원인

강아지 간의 상태가 나빠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도 그렇듯 몸에 좋은 것이라고 과하게 섭취하면 간에 탈이 날 수 있습니다. 강아지에게 고단백의 사료나 간식을 장기간 급여하거나 커피나 술 등 절대 피해야 하는 음식을 먹이는 경우, 영양제를 과다하게 급여하는 경우에는 간 수치가 올라가거나 간의 비대 등 형태적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식욕 부진 보일 수 있으나 무증상 다수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도 부릅니다. 간에 이상이 발생해도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되기 전에는 특별한 징후를 나타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아지의 간에 이상이 생긴 경우 식욕 부진, 체중 감소, 기력 저하, 복부 팽창, 구토와 설사, 과도한 타액 분비, 황달 등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간종양의 종류와 위치에 따라 증상은 다를 수 있으며 일부 강아지는 아무런 증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증상이 발견되거나 의심이 된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 보아야 합니다.

영상검사로 정확히 진단 가능

강아지의 간종양 진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우선 보호자와의 문진과 촉진, 신체검사를 통해 이상 징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혈액검사를 통해 간 수치나 신장 수치의 이상으로 간종양의 이상을 파악할 수 있으며 CRP 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정확한 것은 영상 검사입니다. 초음파, 방사선, CT, PET-CT 검사는 종양의 유무와 크기, 위치, 전이 여부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양의 경우 다양한 영상검사를 통해 간 이외에 다른 부위로 종양이 전이됐는지 확인해야 종양을 남기지 않고 한 번에 제거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조직검사입니다. 종양으로 의심되는 부위의 생검 조직을 채취해 종양의 종류를 확인합니다. 종양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노령형 변화나 지방의 축적인 경우도 있고 전이로 보이는 영상이 실제 종양의 전이인지 확인해야 정확한 진단에 따른 수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수술·영상의학 전문성이 치료 결과 좌우
종양이 확인됐다면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수술,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을 결정합니다. 수술의 경우 위험성이 매우 높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수의사가 얼마나 많은 수술 경험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질병의 발견, 수술과 치료, 회복, 사후 모니터링에 영상의학적 도움이 많이 필요한 질병이기 때문에 동물병원에 영상의학에 정통한 수의사와 전문적인 영상검사 장비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반적으로 종양이 크거나 간 중심부에 위치한 경우 복부절개수술법을 사용합니다. 환부의 시야 확보가 용이 하기 때문에 종양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지만 회복에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중재적 시술(Intervention)이 있습니다. 혈관 시술이라고도 하며 혈관에 얇은 케이블을 삽입해 종양이 위치한 부분까지 타고 올라가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하거나 직접 항암제를 주입해 종양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수술 후에는 강아지의 상태와 절제한 종양의 크기에 따라 치료 계획이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수술 후 통증 관리와 항생제, 항염증제 등이 처방됩니다. 수술 후의 회복 기간 강아지는 휴식을 유지하며 식이 조절과 운동을 하게 됩니다. 수술과 회복이 잘 마무리됐다면 정기적으로 영상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종양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사람 간이식에 사용되는 장비로 회복 도와
반려동물의 수술에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절제용 수술 장비를 사용해 종양이 발생한 간엽을 잘라내면 수술 부위에 광범위한 열상을 남기기 때문에 회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의 간이식 수술에 사용되는 ‘ERBE JET2’ 같은 장비가 강아지 수술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ERBE JET2’는 수압으로 종양을 잘라 내기 때문에 절제 부위에 열상을 남기지 않아 환자의 회복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10세 이상 노령견, 6개월에 한 번 검진 권고
강아지는 고통을 숨기고 표현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간종양은 조기에만 발견된다면 수술 예후가 매우 좋습니다. 강아지 간종양을 빨리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입니다. 10세 이하의 강아지는 1년에 한 번, 10세 이상의 노령견이라면 6개월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평소 규칙적으로 운동과 산책을 하고 수의사와 상담을 통해 균형 잡힌 영양과 식단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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