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면?

인쇄

이영 충남대병원 피부과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롱코비드(Long COVID-19)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롱코비드 증상을 보고한 논문에 따르면, 80% 이상의 환자가 하나 이상의 증상을 경험했고 그 중 58%가 피로감으로 고통받는다고 응답했으며 두통(44%), 주의력 장애(27%), 탈모(25%)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탈모는 2021년 8월 모더나 백신 접종 후 탈모가 발생한 일본 여성에 대한 뉴스가 나오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실제 지난해부터 코로나19 감염 후 탈모가 발생했다고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다양한 탈모 질환 중 휴지기 탈모, 안드로겐 탈모, 그리고 원형 탈모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된다.

휴지기 탈모는 생장기 모발이 휴지기로 이동해 하루 약 3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을 보인다. 휴지기 탈모는 고열, 수술, 급격한 체중 감소 등을 겪은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탈모를 직접 일으킨단 보고는 없지만, 코로나 감염의 경우 전신 염증 반응으로 인해 고열, 체중 감소, 심한 신체적 스트레스 등을 발생시키므로 이러한 요인들이 휴지기 탈모를 유발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다행히 휴지기 탈모는 일시적이며 영양이 풍부한 식단 유지와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면 6개월~1년간 서서히 호전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안드로겐 탈모와의 관련성도 보고된 바 있다. 미국 뉴저지주 의사인 프랭크 가브린(Frank Garbin)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첫 미국 의료진이었다. 가브린은 안드로겐 탈모를 겪고 있었고 이후 안드로겐 탈모가 있는 남성이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하단 연구결과가 나오자 연구진들은 이를 ‘가브린 사인‘으로 부르게 됐다. 또한 가설이긴 하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안드로겐 호르몬 관련 단백질이 관여해 안드로겐 탈모를 가진 남성이 코로나19 감염 후 입원율과 중증도가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현재 안드로겐을 억제하는 약물을 실제 코로나19 치료제와 병용 사용해 효과를 높이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원형 탈모 관련성에 대해선 아직 논란이 많다. 2021년 한국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한 논문에선 코로나19가 원형 탈모 발생과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2022년 발표된 해외 논문에 의하면, 기존에 원형 탈모가 있었던 환자의 경우 40% 이상에서 코로나19 감염 1~2개월 후 재발을 경험하고 심한 탈모를 호소했다고 보고했다.

코로나19와 탈모의 관계는 아직 명확한 연구결과가 나온 바 없으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꾸준한 보고와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니 곧 검증된 결과가 나오길 소망한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이후 발생하는 탈모의 종류가 다양하고 치료법이 다르므로 개인이 판단하기보다 피부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시작하길 권한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후 생기는 탈모는 대부분 휴지기 탈모로,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충분한 휴식과 비타민 섭취, 그리고 균형 있는 식사를 하길 권장한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