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어지럽다고 철분제 복용하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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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빈혈치료제의 종류와 효과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빈혈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질병입니다. 성장기 어린이나 가임기 여성에게서 흔한 편인데요, 빈혈이 지속되면 다양한 동반 증상이 나타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특히 빈혈은 때때로 다른 질환의 원인일 수 있어 정확한 검사와 치료가 요구됩니다.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최선이죠. 이번 약이야기에선 빈혈치료제의 종류와 효능에 대해 알아봅니다.
 

빈혈은 혈액에서 적혈구 크기나 수가 비정상적이거나 산소와 영양소를 운반하는 혈색소(헤모글로빈)의 양이 감소한 상태를 말합니다. 혈액의 세포 성분인 혈구는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로부터 형성됩니다. 적혈구는 혈액의 구성 성분으로서 조직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능을 합니다.
 
빈혈은 초기일 땐 증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될 경우 어지러움이나 피로감, 쇠약감, 피부 창백감이 나타나고 조금만 운동해도 가슴이 뛰고 숨 가쁜 증상을 호소합니다. 빈혈은 발생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나눕니다. 가장 흔한 건 철결핍성 빈혈인데요, 철은 혈색소의 구성 성분으로 몸의 산소를 운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단백질을 적게 먹거나 과도한 식이 조절로 철분 섭취가 부족할 때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 소화관 출혈과 월경 과다 등 만성 출혈로 인해 발생합니다. 
 

거대적아구성 빈혈은 혈액 중에 크고 미성숙한 적혈구인 거대적아구가 나타나는 빈혈입니다. 적혈구 생성 과정에서 DNA 합성에 필수적인 비타민B12나 엽산이 결핍돼 발생하죠. 용혈성 빈혈은 적혈구가 파괴돼 생기는 빈혈로 대부분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유발됩니다. 재생 불량성 빈혈은 혈액을 만들어내는 골수의 기능 저하로 적혈구 생성이 감소해 발생하는 빈혈을 말합니다. 만성질환에 동반하는 빈혈도 있죠. 암이나 만성 염증성 질환,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서 흔히 발생합니다. 
 

적혈구 생성 도와 빈혈 치료
빈혈 치료제는 빈혈의 원인과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데요, 적혈구 생성을 돕는 빈혈약으로는 철분제, 비타민제, 조혈촉진 호르몬제가 있습니다. 철분제는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인 철을 보충해 줌으로써 적혈구의 생성과 작용을 돕습니다. 철분제에는 제1철 제제와 제2철 제제가 있는데요, 제1철은 흡수율이 높지만 변비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반면, 제2철은 위장장애가 적은 편입니다. 
 
빈혈 치료에 사용되는 비타민제에는 엽산과 비타민B12가 있습니다. 이들은 세포의 유전 물질인 DNA 합성 과정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보충해 줌으로써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가 혈액세포로 원활하게 분화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엽산과 비타민B12는 거대적아구성 빈혈 치료에 쓰입니다.
 

조혈촉진 호르몬제는 적혈구 성장인자라고도 하며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자극해 더 많은 적혈구를 생산하도록 작용합니다. 대표 성분은 에리스로포에틴과 다베포에틴입니다. 에리스로포에틴은 주로 신장에서 만들어져 골수의 적혈구 생산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며, 다베포에틴은 에리스로포에틴의 구조를 약간 변형시킨 제제로 에리스로포에틴보다 비교적 반감기가 긴 약물입니다. 
 
이 밖에도 부신피질 호르몬제와 면역억제제, 항암제 등이 빈혈 치료제로 쓰입니다.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주로 자가면역질환이나 과도한 면역 때문에 적혈구가 파괴돼 생기는 용혈성 빈혈에, 면역억제제는 골수에서 적혈구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재생불량성 빈혈 치료에 사용됩니다. 항암제는 골수 내 조혈 세포의 악성 질환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에 의한 빈혈 치료에 쓰입니다.
 

가임기 여성, 노년층은 고위험군 
이처럼 빈혈은 종류가 다양하고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단순히 어지럽다고 해서 정확한 진단 없이 무분별하게 철분제·비타민제 등을 복용하는 건 금물입니다. 특히 고위험군에 속하는 가임기 여성과 영양 섭취가 불균형하기 쉬운 노년층, 장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장 질환자 등은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빈혈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빈혈로 진단받았다면 생활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갑작스럽게 앉거나 일어서는 것은 현기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천천히 움직이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물을 수시로 마시며 피로감이 몰려올 땐 활동량을 줄입니다. 빈혈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혈액 생성과 철분 흡수에 관여하는 영양 성분을 꼭 챙기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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