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 추가했더니 2시간마다 화장실 가는데, 다른 치료법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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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47〉콩팥 지키는 당뇨병성 콩팥병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당뇨병 합병증으로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는 70대 입니다. 최근에 단백뇨 수치가 높아져 당뇨병약 중 콩팥 보호 기능이 있다고 하는 SGLT-2 억제제를 처방 받아 두 달 째 복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의 2시간에 한 번 소변을 봐서 외출하는 것도 두렵고, 밤에도 소변 때문에 2-3회 이상 깹니다. 잠을 잘 못 자서인지 기운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다른 치료방법은 없을지 궁금합니다.

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문준성(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 교수의 조언

당뇨병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콩팥(신장) 기능이 빠른 속도로 나빠질 수 있습니다.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는 투석·신장이식 고위험군입니다. 콩팥 손상으로 체내 노폐물을 걸러주는 콩팥 사구체의 여과 속도가 느려지면서 결국 투석이나 신장 이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당뇨병환자가 만성콩팥병까지 생기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덩달아 높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당뇨병성 콩팥병은 고혈당과 함께 서서히 진행되므로 신장 손상이 꽤 진행될 때까지 환자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소변 알부민 배설량과 신장기능검사 등 콩팥 손상 정도 및 콩팥 기능을 모니터링할 것을 권합니다. 

콩팥 기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제부터라도 세심한 합병증 관리로 남아있는 콩팥 기능을 보호하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질문을 주신분처럼 당뇨병성 콩팥병을 앓고 있다면 당뇨병·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약으로 혈당·혈압을 적극 관리하는 것이 기본적인 치료입니다. 콩팥 손상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부터 관리해 추가 손상을 막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콩팥 기능 보호입니다. 현재 복용하고 있다고 언급한 SGLT-2(나트륨-포도당공동수용체2) 억제제 계열의 약은 당뇨병 치료제 대규모 연구에서 콩팥 기능을 보호하는 효과를 입증해 당뇨병 환자 중 만성콩팥병 합병증이 있을 때 주로 처방합니다. SGLT-2억제제 계열의 약은 소변으로 포도당과 나트륨을 배설시켜 콩팥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투석이나 신장이식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그런데 SGLT-2계열의 약은 입마름, 잦은 소변, 생식기 감염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잠을 자도 기운이 없는 것은 잦은 소변으로 체내 수분이 부족한 탈수로 기운이 떨어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루 2리터 정도의 물을 마셔 수분을 보충할 것을 권합니다. 이 외에도 전립샘비대증이나 방광염 같은 비뇨기 질환에 대해서도 주치의와 충분한 상의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콩팥에 직접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의 당뇨병성 콩팥병 치료제인 피네레논(상품명 케렌디아)에 주목합니다. 이 약은 콩팥에 직접 염증과 섬유화를 막아 콩팥 손상을 억제합니다.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위약과 비교해 콩 팥기능의 악화, 말기 콩팥병 진행, 콩팥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 등을 18 %나 개선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추가로 심혈관 질환에도 긍정적인 데이터가 발표됐습니다. 

이런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미국당뇨병학회와 미국임상내분비학회를 비롯한 여러 해외 학회에서 진료지침을 통해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에게 콩팥 기능을 보호하는 약인 피네레논 처방을 권고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5월 피네레논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약을 쓰면 현재 겪고 있는 치료 과정의 어려움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약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다양한 치료법이 나오고 있습니다. 콩팥 손상의 진행을 최대한 지연시키신다면 충분히 건강한 삶을 사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빈뇨 등으로 일상 불편감이 크다면 숨기기 보다는 담당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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