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치아? 미백제 쓰고 아메리카노 마시면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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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치아미백제 원리와 주의점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우리는 미(美)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굳이 미용·성형이 아니더라도 심미적인 관점은 의료 분야에도 투영됩니다. 수술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최소 침습' 개념, 눈썹·겨드랑이 등 수술 부위가 잘 드러나지 않는 접근 방식도 그중 하나죠. 하지만 성형을 제외하고 미의 개념이 가장 직접 투영된 분야는 '치아 미백'이 아닐까 합니다. 하얀 치아는 사실 아시다시피 요즘 대두된 미의 기준은 아니죠. 옛날부터 사람들은 커다란 눈동자, 붉은 입술과 함께 하얀 치아를 아름다움의 요건으로 여겨왔습니다. 치아 위에 치아 모양의 기공물을 덧붙이는 라미네이트 시술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자연치아를 삭제하는 데 따른 문제와 이런 과정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제는 자연히 본연의 치아를 하얗게 만드는 치아 미백에 관심이 모아진 것 같습니다. 이에 이번 약 이야기 순서에서는 치아미백제의 종류와 효과, 주의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치아는 원래 대부분 하얀색을 타고납니다. 치아를 싸고 있는 법랑질이 원래 흰색 혹은 회백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죠. 단 법랑질이 상대적으로 얇은 사람은 약간 노란색을 띠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아 미백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생활습관으로 미세한 구멍에 색소가 침착돼 치아에 착색이 생긴 경우입니다.
 

약물 성분의 산화 반응으로 미백… 농도 높을수록 효과·독성↑
치아미백제는 이렇게 착색된 물질을 표백하는 데 사용됩니다. 원료로 사용되는 성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과산화수소수’와 ‘카바마이드퍼옥사이드’ 입니다. 과산화수소수는 비교적 익숙한 성분이죠.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소독하는 옥시풀이 바로 과산화수소수입니다. 카바마이드퍼옥사이드는 좀 생소하실 수 있는데요, 이 성분 역시 과산화수소수처럼 소독에 사용됐습니다. 주로 잇몸 염증을 소독하는 데 쓰였죠. 
 
이 두 성분이 미백효과를 갖는 원리는 비슷합니다. 바로 산화 반응이죠. 치아 표면에 닿으면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를 방출하면서 착색된 물질을 표백합니다. 강한 산화성으로 인해 치아 미백이 가능한 거죠. 사실 기본적으로 이런 산화제를 이용한 방법은 치아뿐 아니라 옷감·직물, 목재 펄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하얗게 만드는 표백의 대표적인 방법(산화 표백)이기도 합니다. 
 

치아 미백은 정도와 전문성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치과에서 받는 전문가 미백, 일상에서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생활 미백, 이 둘 사이에 있는 개념인 일반 미백이 있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치아미백제는 각각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의약외품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이들 약품은 성분의 농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먼저 전문가 미백은 치과의사가 잇몸보호제를 바른 뒤 치아에 높은 농도의 치아미백제를 바르고 미백 전용 광선을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광선을 사용해 미백 성분이 치아 법랑질과 상아질 사이로 보다 세밀하게 침투시킨 뒤 산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1~3회 정도, 1회 30분~1시간 시술로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고농도의 미백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백제가 묻으면 잇몸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 전문가가 사용해야 합니다. 전문의약품인 이유이기도 하죠. 그리고 일반 미백은 치과에서 자신에게 맞게 본을 떠서 만든 미백틀 혹은 규격으로 제작된 미백틀 안에 미백제를 넣고 수 시간 정도 머금어 미백하는 방법입니다. 전문가 미백보다는 효과를 보기까지 기간이 좀 오래 걸리지만 가정에서 취침 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흔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생활 미백인데요, 저농도의 성분을 젤형, 부착형, 치약형의 형태로 치아에 접촉시키는 방식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과산화수소 농도 기준으로 3% 이하는 의약외품, 3%를 초과할 땐 의약품으로 분류합니다. 생활 미백(의약외품)으로 갈수록 성분의 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미백 효과를 보기까지 일반의약품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치아 미백 후 일상에서 치아 색소 침착 조심해야
하지만 모든 약이 그렇듯 치아미백제도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간혹 시린 증상, 잇몸이 붉어지는 증상이나 쓰라림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땐 미백을 중단하고 치과의사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치과 치료 중이라면 가급적 치료가 끝난 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죠. 과하게 사용할 경우(용량, 기간) 치아를 약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용법을 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치아 미백 중, 후에 관리도 중요합니다. 일단 식사 후에는 바로 양치질해 음식의 색소가 침착되는 것을 줄여야 합니다. 물로 입 안을 헹구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습니다. 특히 흡연은 미백과 상극인 만큼 금연하거나 줄이는 게 좋고 홍차·초콜릿·김치찌개·라면·커피(아메리카노)·와인 등 치아에 착색이 잘 되는 음식 섭취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를 포기할 수 없다면, 아메리카노보다는 착색 정도가 약한 카페라테를 마시는 것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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