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더 잘 치료하는 혁신 신약 한국 접근성 높이는 데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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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인터뷰] 양지혜 베이진코리아 대표

”질병엔 경계가 없습니다. 최신의 치료제인 혁신 신약도 그래야 합니다. 암 같은 중증 질환을 더 잘 치료하기 위한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데 베이진이 앞장서겠습니다.”

베이진코리아는 최근 한국에서 주목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중 하나다. 최신 암 치료에 쓰이는 브루킨사(성분명 자누브루티닙), PD-1 계열 면역항암제 티스렐리주맙, 항TIGIT 계열 면역항암제 오시페를리맙 등 여러 혁신 신약을 국내에 발빠르게 도입하기 위해 애쓴다. 실제 베이진이 개발한 브루킨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지 40여 일만에 혈액암의 일종인 B세포 림프종의 일종인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M) 치료로 암질환심의위원회 급여 심의에서 통과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시판 허가를 받고 급여 심의를 통과하기까지 적어도 1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실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는 임상적 유효성이 인정돼 폐암 1차 치료제로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의 지원을 받기까지 5년가량 걸렸다.  

사실 한국은 제약 선진국인 미국·유럽 등과 비교해 최신 의약품의 임상 현장 적용이 늦은 편이다. 2011~2019년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허가받은 신약 365개 중 한국에서 환자가 직접 쓸 수 있는 약은 128개(35%)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다. 지역 사회에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이 신뢰 가능한 보건 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신약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환자에게 필요한 약 개발부터 공급까지 전반적인 혁신 신약 접근성 개선에 집중하는 양지혜 베이진코리아 대표를 만나 환자를 위한 신약의 가치와 베이진의 미래 전략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중국계 초국적 제약·바이오 기업인 베이진의 빠른 혁신 신약 공급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아무래도 브루킨사가 일부 적응증이지만 40일 만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해서 그런듯 싶다. 베이진도 다른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처럼 한국의 엄격한 약가 정책 기준을 맞추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브루킨사의 다른 적응증의 급여 확대를 위해 정부와 계속 논의 중이다. 사실 베이진은 혁신 신약에 대한 접근을 높여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다. 약은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필요로 하는 임상 현장에서 쓰여야 가치가 빛난다고 본다. 베이진의 핵심 가치가 환자 우선(Patients First)인 이유다. 개발된 약을 가능한 많은 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철학을 토대로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수행한다. 한국의 혁신 신약 접근성을 높여 전반적인 국민 건강 수준을 높이고 싶다.”


Q2. 베이진이 한국에 처음으로 도입한 브루킨사는 어떤 치료제인가. 


“난치성 혈액암 치료제다. 브루킨사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B세포와 골수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BTK(Bruton’s Tyrosine Kinase Inhibitor) 단백질을 표적으로 지속적으로 활성을 억제하도록 설계된 BTK억제제 기전의 면역항암제다. 베이진을 포함해 얀센/애브비·아스트라제네카(AZ), 일라이 릴리 등 주요 글로벌 제약바이오 회사가 혈액암 분야에서 우수한 임상적 효과를 보인 BTK억제제 제품화에 집중하고 있다. 베이진의 브루킨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019년 11월 처음 승인받았다. 한국에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외투세포 림프종(MCL),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M), 변연부 림프종(MZL) 등 혈액암 치료에 쓸 수 있다는 적응증을 인정받았다. 재발/불응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소림프구성 림프종(SLL) 치료 적응증 확대도 준비 중이다. 다른 BTK억제제와 비교해 효능·안전성이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의약품, 특히 혁신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면 국민의 건강 수준이 올라가 장기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한국의 신약 접근성을 조사한 연구에서 2003~2012년에 출시된 신약은 2005~2015년의 국내 평균 사망 연령을 1년 이상 늘리는데 기여했다. 암 같은 중증 질환에서 혁신 신약의 역할은 더 두드러진다. 1989~2003년 등재된 신약은 암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을 26.7%나 올렸다는 보고도 있다. 

Q3. 의료계에선 중국에서 개발한 제품이라 신뢰가 떨어진다는 말도 나오던데. 

“극복해야 할 과제다. 베이진은 자체 혁신신약 개발을 우선순위로 2010년 설립된 신생회사다. 중국에서 시작했지만 신약 개발 인프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각국에 퍼져있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브루킨사로 미 FDA 허가도 받아냈고,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메인 발표인 플레리너리세션도 담당했다. 베이진의 혁신 신약 개발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발/불응성 만성림프구성 백혈병(CLL) 또는 소림프구성 림프종(SLL) 환자를 대상으로 최초의 BTK 억제제(임브루비카)와 비교한 1대 1 비교임상 알파인(ALPINE) 연구에서도 우수한 무진행생존(PFS)를 확인했다. 이 임상 연구의 최종 데이터가 지난해 미국혈액학회(ASH)와 뉴잉글랜드저널(NEJM)에 동시 발표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수준 높은 연구진이 참여하는 다국가 임상으로 신약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Q4. 한국에서 베이진의 여러 혁신 신약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들었다. 

“질적 수준이 높고 의미있는 임상시험을 다수 진행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전 세계 탑티어급이다. 임상 연구 수준도 높다. 하지만 혁신 신약 개발을 주도하지는 않는다. 대개 신약 상업화 직전 임상 3상에서 한국에 할당된 인원을 분배받아 진행할 뿐이다. 임상시험 대부분은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이뤄진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12%다. 나머지 인구의 88%는 소외되고 있다는 의미다. 


베이진은 임상시험에서도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리적 차원에서 임상시험 수행 지역을 한국을 포함해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아시아 지역, 브라질·멕시코 등 남아메리카 지역 등으로 넓히는 전략을 강조하는 이유다. 신약 임상시험을 수행한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신약 접근성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다. 실제 브루킨사는 신약 개발 첫 단계인 임상 1상부터 삼성서울병원 등 한국의 연구진이 다수 참여했다. 현재도 한국에서 진행하는 베이진의 임상은 20개 이상이다. 신약개발 초기 임상 중 까다로운 기초 연구도 진행한다.”


Q5. 베이진의 미래 전략은 뭔가.

“변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혁신이다. 베이진은 변화를 통해 더 건강한 세상을 추구한다. 글로벌 전략도 'Change is the cure'다. 더 많은 사람이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배경이다. 베이진이 추구하는 미션에 공감해 합류하게 됐다. 베이진의 최우선 가치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 향상이다. 

한국 법인 출범 3년 동안 신약 허가, 적응증 추가, 급여화 등 상업적 접근에 집중했다. 이 외에도 파이프라인 임상시험과 환자 지원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더 많은 환자가 베이진의 혁신적 신약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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