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기간 심해지기 쉬운 피부질환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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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한의원 대전점 정영수 원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있다. 아직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방역 지침을 여전히 잘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평소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도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연휴 기간에 우리 몸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상황이 피부질환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실제로 연휴 기간이 지난 후 내원하는 환자들을 관찰해보면 기존에 아토피, 건선, 두드러기, 접촉성 피부염으로 진료받고 있던 환자들이 연휴 기간 이후 증상이 악화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런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연휴 기간 동안 증상이 심해지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 상황별로 알아보겠다.


1. 귀성길
설날 때 고향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여정은 길고 긴 귀성길이다. 그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한다고 해도 밀폐된 교통수단 안에서 장시간 건조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추위를 막기 위해 히터까지 틀어 놓으면 피부는 극도로 건조해지면서 심한 자극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 건조한 환경에 영향을 받는 아토피, 건선과 같은 피부질환은 악화하기 쉽다. 이땐 귀성길 중간중간 물을 수시로 섭취하고 여행용 보습제를 챙겨 증상이 있는 부위에 자주 발라주면 증상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만약 직접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휴게소에 자주 들러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 피로해서 체력이 떨어지면 건선과 같은 피부질환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스트레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볼 때 내향적인 성향(I)의 사람은 가족들이 모이는 설날과 같은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학업이나 취업, 결혼과 관련한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라면 명절 때 오랜 만에 만난 가족들의 걱정 어린 말 한마디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 자극은 아토피, 건선, 두드러기, 접촉성 피부염 등 모든 피부질환의 증상 악화 요인이므로 자극받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받는 상황이라면 화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증상 악화를 막는 데 도움된다.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받은 외부 스트레스도 나쁘지만 그로 인해 화를 내면 이차적으로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소양감은 그 순간만 잘 참아내면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소실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증상이 갑자기 올라왔을 땐 증상 부위를 절대로 긁지 말고 보습제와 한방 연고를 바르면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또 평소에 물을 자주 섭취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 민감도를 낮추는 데 도움된다.

3. 음식
설날에는 고칼로리 음식, 육류, 전과 같은 기름진 음식을 완벽하게 피하긴 어렵다. 아토피와 건선은 이런 음식 때문에 증상이 악화하기 쉽다. 특히 두드러기는 증상 악화 요인일 뿐만 아니라 최초 발생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평소에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명절 음식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명절 음식을 과식하는 것도 피한다. 소화기에 자극을 주면 건선과 아토피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음주 역시 피부질환 악화의 주된 요인이므로 마시더라도 절대 과음하지 않는다. 물론 피부질환이 있음을 가족들에게 알려 애초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더 좋다. 또한 명절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손에 물이나 세제가 닿으면 주부습진과 같은 접촉성 피부염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니 반드시 일회용 장갑을 끼도록 한다. 증상 부위가 외부 자극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 경우도 미리 가족들에게 피부질환을 알리고 양해를 구해 증상 부위가 자극될 만한 조리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4. 귀가 후 피로
설날 연휴 기간 쌓였던 피로를 제대로 해소하지 않고 방치하면 면역력이 저하하면서 피부질환이 악화하거나 피부 재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연휴 마지막 날엔 다른 약속을 잡지 말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해야 한다. 연휴 기간 기존에 있던 피부질환이 악화하거나 평소에 괜찮았던 피부에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보인다면 방치하지 말고 즉시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피부질환은 증상 초기엔 치료가 쉬운 편이지만 오래 방치해 면역 계통에 발생한 문제가 심해지면 난치성 만성 피부질환으로 악화해 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설날엔 앞서 말한 주의 사항을 유의해 피부질환이 악화하지 않는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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