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 화끈거리는 구강작열감, 한방 통합 치료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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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명의 솔루션] 경희대한방병원 위장소화내과 김진성 교수

침(타액)은 단순히 혀 아래서 나오는 물이 아니다. 입안을 촉촉하게 만드는 침이 마르면 건강도 마른다. 예부터 침을 옥 구슬처럼 귀한 샘이란 의미인 옥천(玉泉)이라고 부른 배경이다. 동의보감에도 ‘옥천을 뱉지 말고 늘 삼키면 장수하고 얼굴에 광택이 난다’고 기록돼 있다.  

한의학에서 침은 기(氣)의 순환을 돕는 진액으로 본다. 건강한 성인의 압안에서는 하루 0.5~1.5L의 침(타액)이 분비된다. 물처럼 맑으면서 끈적한 침에는 소화를 돕고 면역을 높이고 통증을 억제하는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 침이 마르면 입안이 건조해지고 입냄새가 심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의 흐름이 막히고 기운이 엉키면서 울체해 열이 위장·심장에 쌓인다. 결국 오장육부의 활력도 떨어진다. 한방에서 침을 하늘이 내린 물(신수·神水)이라며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경희대한방병원 위장·소화내과 김진성 교수는 “침이 부족해 입안이 건조한 입마름 기간이 오래될수록 혀 표면이 반질거리고 갈라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입 안에 문제가 생기는 구강병은 침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 순환 돕는 침 분비량 늘렸더니 혀 통증도 줄어
침이 마르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증상은 구강작열감 증후군이다. 주로 폐경기 이후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입안의 구강 점막 이상 같은 뚜렷한 임상 소견이 없는 상태에서 혀나 입천장, 입술 등이 화끈거리고 쓰리면서 타는 듯한 작열감을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형태적으로 혀 표면이 갈라져 있기도 한다. 입안이 마르거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복합적 증상을 겪는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하루종일 입안이 불편하다. 한방에서는 구강작열감은 침 분비량이 줄어 진액이 부족하고, 체내 열이 쌓인 음허열병(陰虛熱症)상태로 진단한다. 오장육부 중 진액 생성을 담당하는 신장(콩팥)이 약해져 기 순환을 돕는 진액(침)이 마르고, 화기(火氣)를 다스리지 못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한의학적 구강작열감의 치료는 정체된 기운을 풀어줘 혀 통증을 완화하는 통합적 방식으로 이뤄진다. 심장에 쌓인 화(火)의 기운을 조절해 침 분비량을 늘리고, 미세 혈류량을 늘려 화끈거리는 통증인 작열감을 줄여줘 치료한다. 침이 말라 부족한 진액을 보충하고 화기를 가라앉히고 약해진 기력을 보하는 귀비탕·청심연자탕 같은 한약 처방, 미세 순환을 도와 침 분비량을 늘리고 작열통을 완화하는 혈자리(대영·협거·예풍 등)에 침을 놓는 침 치료 등으로 이뤄진다. 

치료 기간은 6주로, 침 치료(12회)를 받으면서 한약 복용을 병행한다. 이후 병의 경과를 살펴 예후를 판단한다. 경희대한방병원에서 구강작열감을 호소한 사람을 대상으로 6주 동안 일주일에 2회씩 침 치료 등 한방 치료를 시행했더니 73%는 혀 통증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혀 통증이 줄면서 구강건조감, 미각 이상 등 증상도 완화됐다. 치료 반응이 더딘 구강작열감 증후군은 혀 통증만 조절하는 단편적인 치료로는 증상이 완전히 호전되지 않는다. 한의학적 통합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불안·우울 등 심리적 안정감을 강화하는 치료도 필요하다. 구강작열감은 스트레스 등 정신적 요인도 관련이 있다. 김 교수는 “호흡법과 기공 등을 통해 정신적인 과민 상태를 줄이고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며, 식이조절과 같은 생활 관리를 병행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생활 속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녹황색 채소·과일 섭취량을 늘린다. 또 입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입안의 긴장된 근육을 풀어줘 침 분비를 돕는 구강 체조도 실천한다. 위아래 치아를 딱닥 소리가 나도록 부딪쳐줘 침샘을 자극한 다음 촉촉해진 입안을 혀로 굴려서 치아·잇몸, 입천장, 볼 안쪽 등 입안 구석구석을 닦아내듯 마사지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이럴 때 구강작열감 의심하세요

- 혀에 화끈거리는 통증이 있다

- 잇몸이나 입천장, 구강 점막 등이 아리듯 아프다
- 입이 마르는 듯한 작열감이 있다
- 음식을 먹을 땐 통증이 나아지기도 한다
- 오전보다는 오후에 통증이 더 심하다
- 입에서 금송성 맛이 느껴지거나 미각이 둔해졌다
- 입안 통증·불편감으로 자꾸 침을 삼키거나 혀를 내민다
- 통증이 심해 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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