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의 건강 토크] 상부 경추 질환에 적용하는 효과적인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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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만규 교수

척추는 우리 몸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위다. 경추·흉추·요추·천추·미추 등 33개의 뼈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경추는 두개골 기저부에서부터 흉추까지를 연결한다. 경추 신경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의 움직임과 신체의 자세, 시야를 확보하는 일을 담당한다. 특히 상부에 해당하는 경추 1번과 2번은 두개골을 지탱하는 지지대로 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문제는 상부 경추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위치와 모양으로 인해 치료도 까다롭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만규 교수는 “상부 경추는 타 경추에 비해 굴곡지고 뇌와 접해 있기 때문에 수술이 쉽지 않다”며 “수술 중 사소한 실수가 발생하면 회복 불능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만규 교수와 함께 상부 경추 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알아본다. 

상부 경추 질환은 60~70%가 외상에 의해 발생한다. 교통사고나 낙상 등으로 상부 경추가 손상돼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다. 외상이 심한 경우 대부분 목의 움직임이 제한되며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신경이 눌릴 땐 마비와 함께 저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최 교수는 “흔히 알려진 협착이나 디스크로 손상을 입은 환자, 류마티즘 환자, 선천적 자가면역질환을 보유한 환자 등에서 경추 1번과 2번의 퇴행으로 신경이 눌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며 “선천적 기형으로 골형성에 이상이 생겨 이러한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 제약 따르는 기존 상부 경추 치료

상부 경추 질환에 대한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방법과 수술적 방법으로 나뉜다. 비수술적 방법은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조기 사용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장비 자체가 거대할 뿐더러 일부 보조기의 경우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고정시킨 상태로 반 년 이상을 지내야 한다.


수술적 방법은 ‘유합수술’이 대표적이다. 경추 1번과 2번을 함께 붙이는 수술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단점이 존재한다. 최 교수는 “유합수술 후엔 경추 1번과 2번을 각각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목을 자유자재로 돌릴 수 없다”며 “보조기 사용과 유합수술 모두 행동 제약이 생겨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수술법이 ‘비유합적 상부 경추 접합술’이다. 이 수술은 하이엔드 경추수술이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추 1번과 2번을 모두 붙이지 않고 각각의 단일 경추끼리 골절 단위로 유합하는 방식이다. 경추가 어떤 모양으로 손상됐는지에 따라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목 움직임 자유로운 하이엔드 경추수술
비유합 접합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상부 경추 기능이 제한되지 않고 빠른 시일 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만큼 수술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앞서 최 교수는 낙상으로 목 부위를 크게 다친 환자에게 ‘제퍼슨 골절’(1번 경추 골절)을 진단한 뒤 비유합적 상부 경추 접합술을 시행했다. 당시 2번 경추에만 시행됐던 비유합 접합술을 1번 경추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다. 최 교수는 “수술 이후 환자는 간단한 목 보조기를 한 달간 착용한 뒤 목의 움직임 제한 없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상부 경추는 크기가 워낙 작아 수술을 할 때 큰 어려움이 따른다. 뼈 구조의 틈과 틈 사이는 3~4mm로 매우 협소하다. 수술을 할 경우 이 틈으로 나사를 넣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혈관이 터질 수 있어 정교함이 요구된다. 신경으로 나사가 들어가면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수술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적극적인 상담을 통해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상부 경추 질환은 흔한 질환이 아닌 만큼 수술을 진행하는 곳도 적은 편이다. 경추 질환에 대한 수술은 정형외과 뿐 아니라 신경외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최 교수는 “상부 경추는 뇌신경과 인접해 있는 부위이기 때문에 뇌수술을 진행하는 신경외과에서 더욱 세심한 치료를 받아볼 수 있다”며 “전문의가 얼마나 정교하게 수술을 시행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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