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실룩거리는 강아지 걸음걸이는 위험하다?

인쇄

윤용석 샤인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윤용석 샤인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몇 달 전 병원에 1살 된 예쁜 푸들, 크림(가명)이가 보호자와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크림이는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걷는 모습이 매력적인 애교쟁이 강아지였다. 근데 어느 날부터 잘 걷지도 않고 자주 앉아 있으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크림이의 걷는 모습을 육안으로 관찰하고 촉진을 통해 뒷다리의 근육상태를 점검한 결과 크림이의 오른쪽과 왼쪽의 뒷다리 근육량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엉덩이를 한쪽으로 실룩거리며 걷는다 거나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고, 심지어 다리를 딛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보통 슬개골 탈구나 퇴행성 관절염, 고관절 이형성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크림이의 영상검사 소견은 고관절 이형성증. 쉽게 말해 대퇴부와 엉덩이 고관절이 이어지는 공처럼 둥근 연결 부위 뼈에 이상이 생겨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많은 보호자가 어린 강아지에게 큰 질병, 특히 관절질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저 뒤뚱거리는 모습이 귀엽다거나 아직 아기라 겁이 많아서 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관절질환은 어릴 때부터 발생하기도 한다.

고관절 이형성증은 강아지의 품종이나 크기, 나이에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 부견과 모견이 갖고 있던 질병이 자견에게 이어지는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크지만 성장기에 활동량, 영양 섭취, 수면 상태 등의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고관절 이형성증 강아지의 수술 전(왼쪽)과 후의  X선 검사 사진. [사진 샤인동물메디컬센터]

일반적으로 생후 4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발병하고 상태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다르기 때문에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강아지가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거나 계단 오르내리기, 뛰기 등 활동적인 행동을 어려워한다면 의심해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릴 때부터 동물병원을 찾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상태를 체크 하는 것이다. 


고관절 이형성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아직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식단조절과 재활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사용해 교정을 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관절기능을 완벽하게 회복하는 인공관절치환술(THR- total hip replacement)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인공관절치환술(THR)은 대형견 뿐 아니라 소형견에게도 시술이 가능하고, 고관절이형성증의 원인을 제거 할 수 있는 방법이라 가장 좋은 선택지로 꼽힌다. 인공관절치환술(THR)의 전문 수술 이수자격은 스텐다드(대형견)과 스몰브리드(소형견)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서는 관련 수술에 대한 전문자격 이수자가 5명 내외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의료기술이 필요하다. 만약 수술이 고민 된다면 수술을 집도하는 수의사가 인공관절치환술 이수자격이 있는지 확인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크림이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5㎏ 미만의 소형견이기 때문에 관절 부위를 절제해 통증을 없애 주는 대퇴골두절제술(FHNO)을 진행했다. 관절 부위를 떼어 내는 수술이기 때문에 보호자의 걱정이 많은 방법이다. 사실 관절이 일부 없어지는 방법이기 때문에 100% 관절 기능을 회복할 순 없다. 하지만 꾸준한 재활 치료를 통해 기능의 80% 정도를 회복할 수 있고 튼튼한 근육을 만든다면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알려졌다.  

크림이는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아직 100% 회복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걱정이 많았던 보호자도, 걸을 때마다 아파했던 크림이도 밝은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크림이는 어릴 적부터 큰 수술을 겪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로 약속했다. 앞으로 크림이가 밝은 모습으로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