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잇몸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대개 잇몸이 좀 붓고 피가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안타깝다. 특히 잇몸 겉 부분인 치은에 염증이 생기는 치은염은 통증이 심하지 않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잇몸 염증이 더 심해지면 잇몸 속인 잇몸 뼈까지 염증이 파고드는 치주염으로 악화한다. 결국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질 수 있다. 최신 공법으로 지은 건물이라도 지반이 부실하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잇몸은 입속 세균이 몸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잇몸이 들뜬 것처럼 부어오르면 치아와 잇몸 사이에 생긴 틈으로 입속 세균이 침투한다. 잇몸 염증으로 노출된 혈관을 타고 들어와 온몸을 돌아다닌다. 실제 심장 관상동맥 내벽에서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발견했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동맥경화·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 입안이 병들면 성인병도 줄줄이 따라온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구강건강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Q2. 잇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두통이 있으면 두통약을 먹고, 소화가 안되면 소화제를 먹는 것처럼 잇몸이 부었을 땐 효과가 입증된 잇몸약을 먹는 게 좋다. 특히 치아 스케일링 등 치과 진료를 받고 잇몸약 복용을 병행하면 증상이 더 빨리 좋아진다. 잇몸병은 노년기 치아 상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잇몸 염증이 더 심해지기 전에 초기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잇몸이 약해져 치아가 흔들려 약국을 찾은 사람에게 치과 진료와 잇몸약을 추천드렸더니 증상이 좋아졌다고 인사를 받기도 했다. 경험상 잇몸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정기적인 치과 진료를 거르지 않는 것 같다.”
Q3. 약국에서 파는 잇몸약 종류가 많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잇몸약은 크게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한 먹는 잇몸약(인사돌 등)과 치약 대신 칫솔질할 때 쓰는 치약형 잇몸약(잇치 등)이 있다. 이들 약은 구성 성분에 따라 잇몸에 작용하는 효과에 차이를 보인다.
먹는 잇몸약에 주로 쓰이는 옥수수불검정화추출물은 잇몸 뼈인 치조골과 치주인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항균·항염 작용을 하는 후박나무 추출물을 추가했다. 이 두 성분의 다중 작용으로 잇몸 조직을 안팎으로 치밀해지도록 유도한다. 잇몸 겉과 속을 동시에 관리하는 셈이다. 치약형 잇몸약은 치약과 잇몸약이 결합된 제품이다. 칫솔질을 할 때 치약 대신 치약형 잇몸약을 쓰면서 잇몸을 관리한다. 몰약·라타니아·카모밀레 등 생약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잇몸병을 유발하는 입속 세균을 살균하지만 주로 잇몸 겉에만 작용한다.
잇몸병 특성상 잇몸 겉 부분인 치은과 잇몸 속인 잇몸 뼈, 치주인대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잇몸 건강관리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 잇몸약마다 성분이 조금씩 달라 약국에서 약사와 상담하고 선택하길 권한다.”
Q4. 임플란트 시술 후에도 잇몸약을 복용하기도 하더라.
“빠진 치아를 대신하는 임플란트를 오래 쓰려면 잇몸 관리가 중요하다. 사실 임플란트를 식립한 주변 잇몸은 잇몸병에 매우 취약하다. 잇몸병을 일으키는 입속 세균은 임플란트 주변 잇몸부터 공격하는 것이 원인이다. 잇몸 염증으로 잇몸이 약해지면 임플란트가 빠져 다시 임플란트를 심는 재수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임플란트 치료 후 잇몸 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사람 10명 중 8명은 잇몸 유지관리에 소홀해 임플란트 염증으로 고생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잇몸 겉은 물론 속까지 염증이 번져 잇몸 건강 상태가 불량했다.
여러 종류의 잇몸 약중에서 잇몸 뼈인 치조골 형성에 도움을 주는 인사돌 같은 제품을 추천하는 편이다. 치과 교정으로 잇몸이 민감한 상태일 때도 잇몸약을 복용하면서 관리하는 것도 좋다. 칫솔질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고 이가 시리다면 당장 잇몸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Q5. 당뇨병 환자도 잇몸이 부실하기 쉽다던데.
“의외지만 잇몸병과 당뇨병은 이웃 사촌이다.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혈액뿐만 아니라 침(타액)도 포도당 농도가 진해 입속 세균이 빠르게 증식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잇몸병에 걸리기 쉽다. 이렇게 잇몸이 약해지면 인슐린 조절 기능이 떨어져 혈당 관리가 까다로워진다. 결국 당뇨병이 세균 증식을 도와 잇몸병도 악화한다. 당뇨병 환자가 잇몸병을 동반하면 당뇨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뇨병이 있다면 잇몸 관리가 필수다. 칫솔질을 더 꼼꼼하게 챙기고,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으면서 먹는 잇몸약을 복용하는 것이 잇몸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Q6. 잇몸약은 얼마 동안 먹어야 하나.
“잇몸병은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잇몸이 좀 괜찮아졌다고 약 복용을 중단하기 보다는 일정 기간 꾸준히 약을 먹는 것이 잇몸 관리에 유리하다. 물론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지 않더라도 잇몸약을 먹으면 잇몸병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개 꾸준히 먹어야 하는 특성으로 생약 성분의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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