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의 해부학적 이상은 어떤 경우를 말하나.
“임신에 영향을 미치는 자궁내막의 해부학적 이상은 ▶물리적으로 공간을 차지하는 자궁내막용종 ▶점막하근종 ▶소파수술 후에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자궁 내 유착이 있다. 또한 선천적으로 발생 과정에서 유발되는 자궁기형인 중격자궁, 쌍각자궁, 이중자궁 등이 있다.”
-해부학적 이상이 있을 때 임신이 어려운 이유는 뭔가.
“자궁내막 환경이 척박하다면 좋은 배아를 이식하더라도 배아가 착상하기 어렵다. 우선 원인 불명 난임 환자의 약 16%에서 자궁내막 용종이 관찰된다. 용종은 프로게스테론 작용에 저항성이 있기 때문에 착상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국소 염증 변화와 자궁 내 공간을 왜곡시키면서 착상을 저해할 수 있다. 점막하근종에 대해서는 시험관 아기 성공률을 70%까지 낮춘다는 보고가 있다. 임신 후 유산율 역시 3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궁 내 선천 기형의 경우 중격자궁이 난임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확인된다. 중격자궁은 발생 시 흡수돼 사라져야 할 중격이 남아서 자궁내강을 두개로 나누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도 배아의 착상이 어렵다. 배아가 중격에 착상하더라도 충분한 영양 공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임신 1분기에 유산이 일어난다. 중격자궁을 가진 전체 여성의 약 40%만이 만삭 분만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궁 내 유착의 90%는 소파수술로 인해 발생한다. 자궁내막은 여러 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다. 소파수술 시 기저층의 줄기세포가 손상되면 자궁내막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아 내막이 흉터처럼 딱딱해지고 유착이 일어난다. 유착이 있는 내막에서는 배아가 착상하기 어렵고 임신 초기 유산율도 높다.”
-진단을 위해 어떤 검사가 필요한가.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초음파검사다. 자궁내막은 생리 주기에 따라 변화가 있기 때문에 자궁내막 용종과 근종을 살펴보려면 생리 2~3일째 초음파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유착의 경우 배란기에 초음파를 확인해야 더욱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나팔관 조영술을 통해 대략적인 자궁강내의 크기나 모양을 알아볼 수 있다. 자궁기형은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전에 기형의 종류를 명확하게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격자궁은 자궁 내부 일부에만 위치하는 부분중격자궁부터 자궁경부를 거쳐 질까지 포함하는 완전중격자궁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쌍각자궁, 이중자궁과 구분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궁경부 및 질 중격을 확인해야 하고, 질경을 통한 신체검진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선 자기공명촬영(MRI)과 같은 정밀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치료법도 각기 다를 텐데.
“자궁용종·자궁유착·자궁기형에 대한 치료는 자궁내시경을 통해 수술적 치료가 이뤄진다. 수술 시기는 생리를 시작한 날로부터 7~10일 사이로 결정된다. 생리가 끝나고 자궁내막이 얇은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막의 용종과 점막하근종은 자궁내시경을 통해 확인하고 기구를 통해서 제거한다. 중격자궁 역시 자궁내시경을 통해 중격을 제거함으로써 교정이 이뤄진다. 중격자궁의 경우 혈관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 번에 제거하면 과다 출혈 위험이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여러 번의 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자궁 내 유착 역시 유착의 정도에 따라 여러 번의 시술이 요구될 수 있다.”
-용종을 발견하면 모두 제거해야 하나.
증상이 없는 자궁내막용종을 제거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연구에서는 2cm 미만 크기의 용종을 제거한 군과 제거하지 않은 군에서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을 때 첫번째 주기에서는 임신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또 다른 연구 보고에 따르면, 인공수정을 4회 시행한 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은 여성을 대상으로 인공수정을 진행한 결과 용종을 제거한 그룹에서 임신율이 2배 높게 나타났다. 용종이 있다고 무조건 제거할 게 아니라 용종의 크기와 위치, 환자의 증상 등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서 수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궁내막질환이 있어도 임신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자궁 내 문제가 있다면 난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를 비롯한 임신 시도 방향에 대해 상담을 거치면 더 빨리 아기와 만날 수 있다. 난임은 불임이 아니다. 엄마와 아빠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먼 길을 달려오고 있는 아기와 반드시 만나게 될 거다. 그 날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자신을 돌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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