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필요한 건강 정보 큐레이션해 헬스 리터러시 능력 키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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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인터뷰]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

건강은 아는 만큼 지킬 수 있다. 문제는 전문성이 높은 의학 분야는 정보의 정확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정보가 진실인지,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판단하기 까다롭다. 최근 의료진이 의학적 검증을 완료한 건강 정보(유튜브 등)를 개인별로 최적화해 큐레이션하고, 현재 먹는 약을 점검하며 앓고 있는 질환 관리를 돕는 애플리케이션 ‘리터러시M’이 나왔다. 개인의 헬스 리터러시 역량을 높여줘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리터러시M 개발을 주도한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에게 헬스 리티러시로 건강을 지키는 법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먼저 리터러시M에 대해 소개해달라. 

“리터러시M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내 건강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개인건강기록 앱이다. 다양한 개인 건강기록을 환자가 잘 활용한다면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개인이 자신의 건강기록을 관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건강기록 데이터를 모아도 결과를 해석·이해하기도 어렵다. 리터러시M은 개인 건강기록(PHR)을 기반으로 맞춤형 건강정보 해석을 제공해 헬스 리터러시 역량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한다.”

Q2. 헬스 리터러시 역량을 높이는 것이 왜 중요한가.
“스스로 주체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유지·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이해·활용하는 능력인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건강 정보 문해력)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지금 건강하더라도 헬스 리터러시 수준이 낮은 사람은 질병의 징후를 놓쳐 중증으로 진행한 다음 뒤늦게 치료받는다. 의료진이 자신에게 건강 상태를 질문하거나 치료 방향을 논의할 때도 수동적으로 참여한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건강 형평성 달성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헬스 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헬스 리터러시 역량을 높이면 내 건강을 효과적으로 챙길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제대로 알아야 진짜 건강해진다.”

Q3. 인터넷·유튜브 등에서 건강관리 정보를 찾으면 되지 않나.

“다수를 대상으로 전달되는 포괄적인 건강관리 정보는 많지만, 내 상황에 딱 맞는 내용은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검증이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이 높다. 일반인이 미묘하게 오류가 섞인 가짜 정보를 분별하기 매우 어렵다. 건강 관리에서 잘못된 정보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건강 정보를 주로 획득하는 경로인 유튜브 콘텐트 10개 중 2개는 잘못된 정보나 자극적이고 논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정보를 더 많이 보고 '좋아요'를 누른다. 가짜 정보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헬스 리터러시 역량을 높여야 한다. 리터러시M을 개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리터러시M에는 나를 포함한 교수급 의료진 3명이 검증을 완료한 건강 정보만 선별해 제공한다. 필요한 정보인데 없다면 자체적으로 콘텐트를 제작하기도 한다.


핵심은 개인 최적화 큐레이션이다. 앱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수집·연동한 병원 진료 정보와 약 처방 내역, 건강검진 결과 등을 종합해 현재 상태에 필요한 건강정보를 제공한다. 혈압·혈당 수치나 CT·MRI 등 영상 정보도 업로드해 앱에서 통합관리할 수 있다. 마이의료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정보 유출 없이 내 건강을 챙길 수 있다.”

Q4. 각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른 건강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항생제를 복용한다고 가정하자. 항생제는 중간에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리터러시M 앱을 활성화하면 항생제는 끝까지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제공된다. 내가 필요한 건강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필요한 때에 제공받을 수 있다. 개인의 상황에 맞는 헬스 리터러시 역량을 높여주는데도 도움이 된다.”

Q5. 내가 언제 무슨 약을 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투약 관리도 편해질 것 같은데.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본다. 환자 입장에서 병원에 갈 때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 앓고 있는 질환은 무엇인지 등을 점검할 때마다 곤혹스러울 수 있다. 의료 전문성이 낮은데 무슨 약을 언제 먹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기 어렵다. 리터러시M을 활용하면 그 전에 처방받은 약 종류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일이 약 봉투를 들고다니지 않아도 된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신뢰도 높은 정보를 토대로 환자의 과거력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진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내가 소속된 신장내과는 콩팥 기능이 약한 만성콩팥병 환자를 주로 진료한다. 그런데 간혹 뼈가 부러져 동네 정형외과 등에서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가 콩팥 기능이 확 떨어져 급하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이 약해 약 복용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이부프로펜·나프록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콩팥 혈관을 수축시켜 혈역학적 불균형을 유발한다. 고용량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복용이 콩팥 손상을 야기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 상황에서 콩팥 기능이 약하다는 것을 의료진에게 알리지 않은 환자에게 잘못이 있을까, 아니면 환자의 콩팥 기능을 검사하지 않은 의사에게 잘못이 있을까. 둘 다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다. 하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된다.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일일이 묻지 않아도 빨리 정확하게 파악해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본다. 동료 의료진 중에는 환자가 약 복용 내역을 잘 모른다고 답하자 그 자리에서 바로 리터러시M 앱을 깔고 확인했다는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Q6. 개인 건강기록 서비스 관리는 구글 헬스에서도 시도했다 포기했는데.

“그렇다. 개인이 스스로 건강정보를 관리하는 개인 건강기록(PHR·Personal Health Record) 서비스는 의료가 병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변하는 혁신의 시작이다. 구글이 PHR서비스를 시도했던 2012년에는 여러 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가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PHR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병원간 데이터 호환이나 디지털 보안 등의 이유에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장애물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2020년부터 본인인증을 하면 환자가 처방 받은 약 정보와 건강 데이터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보험공단 등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다. 리터리시M을 통해 개인 건강기록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Q7.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일차적으로는 환자가 자신의 건강기록을 관리하면서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향후에는 이 정보를 의료진이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싶다. 의료진을 위한 ‘리터러시 Dr’프로그램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유학 중이거나 주재 중인 재외한국인이 모국의 의료진에게 진료받을 수 있게 된다. 외국 진료기록을 개인건강기록에 올리면 한국어로 번역돼 비대면으로 진료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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