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환자, 매일 철분제 먹어도 철분 결핍? 정맥주사로 고용량 보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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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찬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이찬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입·퇴원을 반복하면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는 심부전의 안정적 증상 관리를 위해 적극적 철분 결핍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심부전은 모든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다. 고혈압·당뇨병·관상동맥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심장을 압박하면서 필연적으로 심장의 펌프 기능을 떨어뜨린다. 최근엔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철분 결핍에 주목한다. 체내 철분이 부족해지면 호흡 곤란·전신 쇠약 등 심부전 증상이 악화해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예후가 나빠진다. 이찬주(대한심부전학회 학술간사)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에게 심부전 재입원율을 낮추는 적극적 철분 결핍 치료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 -심부전으로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왜 철분 결핍 증상이 나타나나.
A. “체내 철분 결핍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져 혈액이 고이는 울혈이 생기고, 전신 혈액순환이 불량해져 주요 장기가 붓는다. 영양소를 소화·흡수하는 장도 부으면서 철분의 흡수율이 떨어진다. 심부전을 주로 앓는 고령층은 입맛이 떨어져 철분이 풍부한 고기 등 단백질을 예전보다 덜 먹는다. 또 체내 만성 염증으로 몸에 저장된 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결국 심부전으로 절대적·기능적 철분 결핍 상태로 진행하기 쉽다. 심부전 환자의 절반 이상은 철분이 부족한 상태라는 보고도 있다.”

Q. -철분 결핍이 심부전 예후에 어떻게 악영향을 주나.
A. “철분은 체내 에너지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다. 안 그래도 심장 기능이 약한 심부전으로 혈액순환이 불량한데 산소를 옮겨주는 헤모글로빈 수치까지 낮아져 전신에 충분한 양의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에너지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염증 상태도 더 악화한다. 전신 쇠약으로 기력이 약해지는 이유다. 근육을 수축·이완하는 데 쓸 에너지조차 부족해져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친다. 독립적 일상이 힘들어져 삶의 질도 떨어진다. 적극적 철분 결핍 치료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철분 결핍으로 확인되면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좋다.”

Q. -철분 결핍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가 있나.
A. “체력이 떨어져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고, 숨을 쉬기 어렵다. 사실 심부전 증상과 유사해 일상에서 증상만으로 철분 결핍을 의심하기 어렵다. 심부전을 앓고 있으면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 체내 철분 수치를 확인해보는 혈액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심부전 환자는 빈혈이 없더라도 철분 결핍 상태일 수 있다. 주기적으로 철분 결핍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Q. -매일 철분제를 먹고 있다면 괜찮지 않나.
A. “그렇지 않다. 철분 결핍을 동반한 심부전 환자에게 먹는 철분제를 16주 동안 복용토록 했는데도 몸속 철분 저장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또 철분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는 양이 다소 늘기는 했지만 매우 미미했다. 실제 약효를 평가하는 지표인 6분 보행 검사에서 심부전 환자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기관의 기능적 변화로 철분의 흡수 효율이 떨어져 몸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먹는 철분제로 몸에서 필요한 만큼 공급하기 위해서는 6개월가량 복용해야 하는데, 변비·소화불량 같은 부작용이 심해 지속적 복용이 어려운 점도 한계다.”

Q.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A. “체내 부족한 철분을 정맥주사로 고용량 보충해야 한다. 심부전 환자는 염증 반응으로 체내 저장된 철분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몸에서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철분을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러 제품 중 페릭 카르복시말토즈 성분의 철분제(페린젝트)만 유일하게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 고용량 철분 주사 투약 1~3개월 후 모니터링했을 때 전신 상태가 훨씬 양호했다. 환자 스스로 전신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체감했다는 반응이 많다. 한 번 투약하면 3~6개월 정도 효과가 유지된다.”

Q. -고용량 철분 주사의 효과는 어떤가.
A. “긍정적이다. 한 연구에서는 만성 심부전으로 입원할 위험을 무려 60%나 줄였다는 결과도 있다. 심부전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면 전신 상태가 빠르게 악화한다. 입원율을 줄이는 것 자체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크다. 운동 능력 개선 등 삶의 질 향상에도 유리하다. 철분 결핍 심부전 환자에게 페릭 카르복시말토즈 성분의 철분제를 정맥 투여했더니 6분 보행 능력과 삶의 질 척도가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대한심부전학회에서도 적극적 철분 결핍 치료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2022 심부전 진료지침’에 관련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 심장학회에서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심부전 환자에게 동반한 철분 결핍 치료에 고용량 철분 주사인 페릭 카르복시말토즈의 정맥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체내 부족한 철분을 고용량으로 빠르게 채워주는 것이 안정적인 심부전 증상 관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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