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름 중요한 ‘사구체신염' 신호는 혈뇨·거품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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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 토크]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김진숙 교수

신장(콩팥)은 우리 몸의 양 옆구리 뒤, 등 쪽 갈비뼈 밑에 2개가 나란히 위치한다. 주먹만 한 크기로 강낭콩 모양이며 팥색을 띠어 콩팥으로 불린다. 혈액 속 노폐물을 배설하고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양쪽 신장에 총 200만 개 정도가 있는 사구체는 이러한 신장의 핵심 필터 역할을 한다. 노폐물은 걸러내고 우리 몸에 필요한 혈액이나 단백질은 통과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 또는 잘못된 자가 면역 반응으로 사구체에 염증이 일어나면 해당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이를 사구체질환이라 일컫으며 ▶혈뇨와 신기능 감소가 나타나는 사구체신염 ▶심한 단백뇨로 인해 전신 부종이 발생하는 신증후군 등으로 분류된다. 

사구체는 신장의 핵심 필터 

일반인들에게는 쉽게 ‘신장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구체질환은 20~30대 젊은 연령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가 면역 반응이 주된 원인이어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시행하는 소변검사나 직장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이 이뤄지는 추세다.

사구체신염으로 인해 사구체가 손상되면 소변에 혈액과 단백질이 빠져나오면서 혈뇨와 단백뇨가 발생한다. 사구체신염은 그 종류만 수십 가지가 넘고 그에 따른 증상도 다양하다. 특별한 증상 없이 소변 검사에서 혈뇨 혹은 가벼운 단백뇨가 발견되는가 하면 거품뇨와 심한 부종, 눈에 보이는 혈뇨 등으로 병원을 찾기도 한다. 급속하게 진행된 사구체신염의 경우 소변량 감소, 호흡곤란, 고혈압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구체신염은 크게 일차성 사구체신염과 이차성 사구체신염으로 나눌 수 있다. 당뇨, 고혈압, 감염, 자가면역질환, 혈관염, 유전 질환 등 전신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이차성 사구체신염이라고 일컫는다. 일차성 사구체신염의 원인으로는 면역조절 장애가 있지만 모든 발병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연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사구체신염의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 맞춤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 예전보다 쓸 수 있는 약물이 많이 나왔고 치료가 잘된다. 신약 개발도 이어지는 추세다.

이미 신장 손상이 진행된 경우에는 관련 합병증을 치료한다. 사구체신염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고 방치하면 만성신부전증(만성콩팥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소변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지내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진행이 돼서야 병원을 찾는 20~30대 환자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병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다.

사구체신염은 간단한 혈액 검사, 소변 검사만으로 조기 발견이 가능하니 앞서 언급한 증상이 있다면 주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차성 사구체신염을 일으킬 전신 기저질환이 있다면 연 1~2회 정기적인 혈액과 소변검사를 권한다.
 

손상 시 혈액·단백질 빠져나와 

신장기능이 떨어지면 칼륨 배설 능력도 저하되므로 오렌지, 바나나, 토마토 등 칼륨이 많이 함유된 과일 섭취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국, 찌개와 같이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식습관을 갖기 쉬운 환경에서는 영양 상담이 큰 도움된다. 다만 모든 환자가 무작정 칼륨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건 아니다. 환자의 칼륨 수치와 평소 식단에 따른 칼륨 섭취 상태를 의료진과 분석한 뒤 자신에게 맞는 식사를 해야 한다. 만성 콩팥병이어도 저칼륨혈증이 있는 경우가 있다.

만성 콩팥병에 따른 신부전증은 콩팥 손상 및 기능 감소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된다. 콩팥 기능이 정상인의 15% 이하까지 떨어지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투석치료, 신장이식 등 신장대체요법이 필요하다. 콩팥은 기능이 한번 떨어지면 되돌리는 게 어렵다. 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신장 기능이 악화하면 평생 투석치료를 해야 한다.

투석은 크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다. 혈액투석은 말기 신질환자에게 시행하는 신대체요법으로 환자의 혈액 속 노폐물과 수분을 인공신장기를 이용해 정수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혈액이 특수한 관을 타고 체외로 나와서 필터(투석기)를 통과하는 동안 노폐물과 수분이 걸러진 뒤, 다시 체내로 유입된다. 일반적으로 1회 4시간, 주 3회 치료를 진행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시간은 조절할 수 있다.

반면, 복막투석은 복막을 통해 노폐물과 과잉 체액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복강에 특별한 관을 삽입해 깨끗한 투석액을 넣고, 6시간가량 두면 몸 안의 불필요한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한 뒤 몸 밖으로 배출된다. 복막투석은 환자 개개인의 철저한 위생관리가 요구되므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소변은 단순히 몸에서 나오는 노폐물이 아니다. 건강을 보는 지표의 하나이므로 평소와 다르게 색이 이상하거나 작은 거품이 여러 층으로 쌓여서 안 없어지는 거품이 있으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간단한 소변 검사로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안전하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사구체신염 vs 신우신염

간혹 사구체신염과 신우신염을 같은 질환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서로 다른 질환이다. 사구체신염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구체에 비세균성 염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면역학적 질환이며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으로 치료한다. 신우신염은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발열, 구토, 옆구리 통증 등이 나타나며 항생제로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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