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발톱' 한약재서 척추근협착증 치료 효과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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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한방병원 '천수근' 세포·동물 실험 결과 SCI급 저널 게재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은 쥐의 척추관에 생체 실리콘을 삽입한 척추관협착증 동물 모델을 제작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림 속 점선 원형 안의 물질이 천수근이다. [출처 자생한방병원] 

뾰족한 갈퀴 모양의 구조로 ‘악마의 발톱’이라 불리는 천수근(학명: 하르파고피툼근)은 무시무시한 이름과 달리 몸에 좋은 여러 효능을 지닌 한약재로 꼽힌다. 특히 천수근은 염증·통증 억제 효과가 뛰어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척추질환 치료에 활용된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퇴행으로 인해 주변 인대가 비대해지면서 염증이 생기고 척추 중앙의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실제로 천수근은 척추질환 치료 한약인 ‘청파전H’의 주요 한약재로서 뼈를 강화하는 효능으로 척추관협착증 치료에 처방된다. 특히 천수근을 가수분해(화합물에 물을 넣어 쪼개는 화학반응)해 개발한 ‘신바로3 약침’의 항염증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천수근의 과학적 기전과 치료 효과는 그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포·동물 실험을 통해 천수근의 신경 보호 효과와 그 기전을 규명한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홍진영 자생척추관절연구소 선임연구원.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홍진영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천수근의 세포 보호 및 운동능력 개선 효과를 확인하고 척추관협착증 치료 기전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논문은 SCI(E)급 저널인 ‘산화의학과 세포 수명(Oxidative Medicine and Cellular Longevity’ 9월호에 게재됐다.


먼저 연구팀은 쥐의 척수 세포를 분리 배양해 세포실험을 진행했다. 이어 황산철(FeSO₄)을 이용해 척수 세포에 철 축적과 세포 사멸을 유발했다. 여기에 3가지 농도(50·100·200µg/mL)의 천수근을 처리한 뒤 철 축적 억제와 세포 보호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철 축적이 억제되면서 사멸되거나 신경돌기가 끊어졌던 세포가 천수근의 농도에 비례해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철 처리로 인해 사멸됐던 척수 세포가 천수근의 농도에 비례해 회복됐다. 

 

실리콘 이식 부위에 집중됐던 염증성 대식세포가 천수근에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했다.  

또 연구팀은 천수근이 세포 내 항산화 반응을 조절하는 Nrf2(Nuclear factor erythroid-2-related factor 2) 대사를 활성화해 신경돌기의 회복을 촉진하는 것을 확인했다. 형광 염색된 세포를 공초점(confocal) 현미경으로 세포 내부까지 관찰했더니 철에 의해 감소했던 Nrf2는 천수근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증가했다. 


천수근의 척추관협착증 치료 효과와 기전을 입증하는 동물실험도 진행했다. 연구팀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에서 제작해 특허 등록한 척추관협착증 동물 모델을 이번 연구에 적용했다. 기존 척추관협착증 동물실험 모델의 경우 중증도가 비균일하거나 증상이 일관되게 지속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쥐의 요추 5번(L5)을 제거한 후 생체 실리콘을 삽입해 인위적으로 척추관협착증을 유도했다. 그 뒤 실리콘 경도에 따라 신경 손상 정도와 중증도를 제어하며 척수조직의 염증 정도를 살펴봤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은 쥐의 척추관에 생체 실리콘을 삽입한 척추관협착증 동물 모델을 제작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실리콘 이식 부위에 집중됐던 염증성 대식세포가 천수근 투여 후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대식세포의 감소가 신경 및 조직 손상에 의한 염증 반응 억제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천수근의 운동능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매주 3㎝ 간격의 사다리를 걷게 하는 검사를 해 발 빠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천수근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발 빠짐의 비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진영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청파전H와 신바로3 약침의 주요 약재인 천수근의 척추관협착증 치료 기전을 밝힌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척추관협착증뿐만 아니라 각종 척추질환에도 천수근을 활용한 한의 치료법이 유효한 선택지로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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