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 가뭄’ 찾아왔나요? 물 마시기 전 머금고, 인공 타액제도 뿌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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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입마름증의 다양한 원인과 치료제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요즘처럼 건조한 가을철만 되면 입마름증(구강건조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침이 바짝바짝 잘 마르고, 혀가 갈라졌거나 입 냄새가 부쩍 심해졌다면 입마름증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입마름증은 침이 1분당 0.1mL 이하만 분비되면서 입 안이 몹시 마르는 증상을 가리킵니다. 심하면 혀가 갈라져 '입속 가뭄'으로도 빗대는데요. 방치하면 구강 내 각종 염증 질환 위험을 높이지만 생활습관을 개선하며 약의 도움을 받으면 입마름증에서 효과적으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입마름증의 원인과 그에 따른 치료제 고르는 법을 알아봅니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1~1.5L의 침이 분비됩니다. 침이 이보다 더 적게 나오거나 입안의 수분이 증발하면 입마름증을 유발합니다. 입마름증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만한 흔한 이유로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심리상태에 따라 침샘의 분비 기능이 일시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인데요.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불안·초조하면 아드레날린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침 분비 기능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고 입이 타들어가듯 마를 수 있습니다. 감기·비염 등으로 입으로 호흡하면 입속 수분이 날아가면서 입마름증을 일으킵니다. 과다한 음주나 흡연은 침샘을 붓게 하면서 침 분비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특정 질환·치료가 침 분비량 줄여
특정 질환·치료가 침샘의 기능 이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 쇼그렌 증후군입니다. 쇼그렌 증후군은 침샘·눈물샘 등에 림프구가 침입해 만성 염증이 발생하면서 분비 장애를 일으켜 입이 마르고 눈이 건조해지는 자가면역성 전신 질환입니다. 빈혈, 당뇨병, 우울증, 비타민 결핍증 등 질환도 침샘의 기능을 떨어뜨려 침 분비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암 환자의 경우 침샘 근처에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입마름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암 치료를 위해 얼굴·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거나, 갑상샘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받은 경우 침샘이 손상당해 침 분비량이 정상 분비량의 5~10% 수준으로 급감해 심각한 입마름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침샘은 정상이지만 특정 약물을 복용하면서 입마름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해당 약물만 500가지가 넘는데요. 그 예로 알레르기 치료에 많이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를 비롯해 항콜린성 약물, 우울증약, 진정제, 항불안제, 수면제, 식욕감퇴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고혈압 치료제(혈압약), 근육이완제, 감기약, 이뇨제, 진통소염제도 성분에 따라 입마름증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침의 분비가 감소하면 입안이 건조해져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가 힘들어지고, 말하기가 불편해집니다. 또 침이 부족하면 구내염·충치·풍치 발생에 취약해집니다. 그 이유는 침 속엔 구강의 면역을 담당하는 면역글로블린(IgG, IgM, IgA 등), 항박테리아 성분인 티오시인산염·과산화수소·라이소자임 등이 있는데, 이들 성분이 줄어들면서 병원성 세균·박테리아 등을 방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건조해진 구강 점막이 쉽게 손상당해 감염에 취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입마름증이 심하면 입안이 갈라지고, 입안이 톡톡 쏘는 느낌이 들며 미각이 변하고, 물을 계속 찾게 됩니다. 틀니 착용자의 경우 입안이 건조해 틀니를 끼면 구강 점막에 상처가 잘 날 수 있습니다. 입마름증을 조기에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약으로 침 보충하거나 침샘 자극
입마름증은 증상의 경중에 따라 생활습관만 바꿔도 눈에 띄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물은 충분히 마시되, 물을 바로 마시기보다 입 안에서 머금는 게 구강 보습에 더 효과적입니다. 침샘을 자극하기 위해 레몬 같은 신맛 음식을 먹으면 침 분비량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마름증이 있는 사람은 치아가 부식되기 쉬우므로 입안을 바로 헹궈내야 합니다. 요즘처럼 건조한 시기엔 밤에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입술이 마르지 않게 보습 젤을 바르며 신선한 과일·채소를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무설탕의 자일리톨 껌을 씹거나, 잇몸 부착형 자일리톨 캔디를 사용하면 침 분비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보리차나 감잎차를 끓여 시원하게 식힌 후 조금씩 마시는 것도 권장됩니다. 혀를 상하좌우로 쭉 내밀거나, 입속에서 볼을 밀어내듯 혀를 사방으로 내미는 ‘혀 체조’도 일상에서 침 분비를 촉진하는 팁입니다.
 
이 같은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침 분비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거나 침 분비 기능이 많이 떨어졌을 때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들 약은 크게 ▶침의 양을 보충하는 약침샘을 자극하는 경구용 약으로 구분되며, 입안을 촉촉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중 침의 양을 보충하는 약인 '인공 타액제'는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입니다. 인공 타액제는 침 성분을 모방해 침을 보충하고 침의 점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인공 타액제는 겔형, 분무형의 제품으로 나와 있습니다. 겔형 제품은 입안에 매일 수차례 바르고, 분무형 제품은 구강이나 인후에 1~2회 직접 뿌리는 방식입니다. 이들 약의 주요 성분인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는 물에 녹는 섬유소의 일종으로 수분을 끌어들여 구강 내 수분이 증발하지 않게 하고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합니다. 'd-소르비톨'은 공기 중의 수분을 빨아들이며, 침의 점도를 증가시킵니다. 칼슘·마그네슘·나트륨·칼륨 같은 '전해질'은 침 속 성분과 유사한 성분입니다. 타액을 보충하고 구강 점막의 습윤을 돕습니다. 이들 전해질은 인공 타액제 내에서 염화칼슘·염화마그네슘·염화나트륨·염화칼륨 등의 형태로 함유돼 있습니다.
 
침샘을 자극하는 경구용 약은 의사의 처방 하에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나와 있습니다. 주요 성분은 '필로카르핀'인데요. 필로카르핀은 구강 내 수분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도움될 수 있습니다. 이 약은 두부암·경부암에 대한 방사선요법 후 침샘의 기능이 떨어진 암 환자, 쇼그렌 증후군 환자가 복용 대상입니다. 단, 필로카르핀은 발한, 설사, 홍조, 빈뇨, 현기증, 두통, 시각 이상 등의 다양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발한으로 인한 탈수 위험성, 밤에 운전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각 이상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천식이나 일부 녹내장을 앓는 환자는 이 약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입속 침이 말라 구강이 건조하면 염증과 충치 등 구강 질환에 노출될 위험을 높이는데요. 이를 대비해 구강 염증 살균·소독약(일반의약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입마름증으로 인한 치아 부식과 충치 예방을 위해선 2~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치석 제거를 위한 스케링을 받고, 충치 예방용 불소 가글액(일반의약품)을 사용하면 도움됩니다. 단, 가글액 가운데 알코올이 함유된 제품은 구강 건조함을 악화할 수 있으므로 입마름증이 있을 땐 권장되지 않습니다. 입마름증의 원인을 모른다면 치과에 방문해 침샘 조영술, 침샘 스캔검사, 침 분비량 검사, 미각검사, 혈액검사 등을 시행해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도움말: 강수경 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한지영 한양대병원 치과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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