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으로 망가진 국민 건강 습관에 관심 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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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규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생활습관병 클리닉)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된 이후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을 억제하기 위해 원격수업과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불필요한 모임과 외출을 자제시키며 실내체육시설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했다.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시행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국민의 생활습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한 2020년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율은 코로나19 유행 시작 전인 2019년 결과와 비교해 남자는 6.2%p(41.8%→48.0%), 여자는 2.7%p(25.0%→27.7%p) 증가했다. 대한비만학회에서 지난해 3월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민의 체중 관리 현황에 대한 온라인 조사’에선 응답자 46%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체중이 3㎏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민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켰다. 정부의 시책에 따라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사적인 만남을 자제하며 집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렸다. 그들은 집에서 무엇을 했을까.

집 밖에서 하던 운동을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바꿔서 신체 활동량을 유지하거나 외식하는 대신 집에서 밥을 직접 해 먹은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집안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TV 등 영상을 보는 것과 가정 간편식과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유행 억제를 위해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국민의 신체 활동량을 줄이고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증가시켜 국민의 비만 및 비만 관련 만성질환의 위험을 중장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0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이용한 한 국내 연구에서 교육 수준이 높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실천한 사람에서 생활습관이 더욱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이들이 중장기적인 만성질환의 위험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반응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일 수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3년을 향하고 있다. 2년이 넘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2년 넘는 기간 동안 감소한 신체활동과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에 익숙해졌다면 코로나19 유행이 종료되고 모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해지된다 해도 자동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체중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우리나라의 비만율 또한 당분간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으로 예전의 체중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신체활동을 늘리고, 의도적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일상의 리듬을 되찾아야 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두려워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포기했던 근린공원이나 실내체육시설과 같은 운동 공간을 이제는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으로 찾아와야 한다.

지금까지 코로나19 감염 자체로 인한 건강 위험이 워낙 컸기에 국민의 건강 습관 악화로 인한 중장기적인 건강 위험엔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망가진 국민의 건강 습관의 회복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정책을 펼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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