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유산 막으려면 원인부터 찾아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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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마리아병원 허혜정 진료과장

건강한 임신과 출산은 많은 임산부의 소망일 것이다. 특히 유산을 경험한 임산부라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마음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반복적인 습관성 유산은 어렵게 찾아온 새 생명을 수차례 무력하게 보내야 하는 일이어서 몸과 마음에 큰 상처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습관성 유산을 예방하기 위해선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교정하며 다음 임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마리아병원과 함께하는 난임 극복 캠페인 ‘희망이 생명을 만든다’의 일환으로 일산마리아병원 허혜정(산부인과 전문의) 진료과장에게 습관성 유산의 원인과 치료법을 들어봤다. 

-습관성 유산은 무엇인가.
“습관성 유산이란 연속적으로 2회 이상 혹은 비연속적으로 3회 이상 유산이 반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유산은 태아가 생존 가능한 시기 이전에 임신이 종결되는 것이다. 시기는 대략적으로 임신 20주 이전이다. ▶산모가 35세 이상이거나 ▶태아의 심장 박동을 확인했는데 멈춘 경우 ▶유산 시 시행한 태아 염색체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 습관성 유산 검사를 해볼 수 있다.” 

-습관성 유산의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크게 여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염색체 이상이다. 임신 초기 유산의 4~50%는 염색체 이상 때문이다. 출생아의 0.5~1%가 염색체 이상을 갖고 태어난다. 둘째는 면역학적 이상이다. 배아가 자궁에 착상해 잘 자라기 위해선 ‘면역관용’이 중요하다. 엄마의 자궁이 배아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에게 면역학적인 이상이 있을 경우 혈전을 형성하거나 배아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할 수 있다. 셋째는 혈전 성향이 있는 경우다. 혈전 성향이 있으면 자궁에서 태반으로 흐르는 혈류가 부족해진다. 태반 내 혈전이 생겨서 태아에게 혈액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넷째는 내분비학적 이상이다. 갑상샘 질환, 당뇨병, 고프로락틴혈증이 있으면 임신이 잘 되지 않거나 유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섯째는 자궁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다. 자궁 내 근종, 폴립, 유착이 있거나 자궁선근증, 자궁기형이 있을 땐 배아가 착상할 공간이 부족해진다. 착상을 하더라도 유산될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는 감염이다. 풍진바이러스 감염 혹은 질 내 마이코플라스마, 유레아플라스마, 클라미디아와 같은 감염은 유산과 연관이 있다.” 

-검사를 통해 원인별 치료가 가능한가. 
“각각의 원인에 따라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가능하다. 검사 종류는 다양하다. 우선 염색체 검사가 있다. 부부 중 염색체 이상이 있을 경우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땐 착상 전 유전자 진단 검사를 해볼 수 있다. 특정 염색체의 이상을 발견할 수 있는 검사다. 둘째는 면역학적 및 혈전 성향 검사다. 여기에는 자연살해 세포 검사와 자가면역 항체 검사가 있다. 자연살해 세포 수치가 높을 땐 면역글로불린, 스테로이드, 인트라리피드 제제를 써볼 수 있다. 선천적으로 혈액이 잘 응고되는 성향인 혈전성향증을 갖고 있거나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이 있는 여성의 경우 저분자량 헤파린과 아스피린을 사용해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혈중 호모시스테인이 높으면 비타민제나 고용량의 엽산 복용을 권장한다. 셋째는 갑상샘 기능·당뇨·프로락틴 수치 검사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 및 항진증 환자는 약물을 투여해 갑상샘 수치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당뇨가 있는 환자는 임신 전부터 혈당을 잘 조절해야 한다. 황체기 결함 여부와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넷째는 자궁 내 병변에 대한 검사다. 이는 나팔관조영술, 자궁초음파, 자궁경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다섯째는 감염에 대한 검사다. 풍진·간염 항체에 대한 피검사와 질 내 분비물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시 항생제 치료를 할 수 있다.”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나.
“습관성 유산 검사를 시행하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말한 습관성 유산의 원인들은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진 것들이며,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습관성 유산을 극복하고 임신에 성공한 사례가 있나.
“습관성 유산은 난치병이 아니다. 원인에 따른 치료법이 있고, 실제 임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예컨대 5번의 유산을 겪은 뒤 자궁내막 유착 제거술을 시행하고 임신이 된 경우다. 유산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다만 인연이 짧게 머무른 것이다. 다시 소중한 인연이 찾아오는 날이 올 거다. 그 날을 기대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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