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이후 소화불량과 위장장애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 필요

인쇄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권계숙 교수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이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 분들이 많다. 따뜻한 시간을 보내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식구들끼리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다. 연휴라는 긴 시간 동안 명절 음식은 물론이고 집안사람들이 평소 즐기던 음식들을 섭취하다 보면, 정이 담긴 맛있는 음식을 적당히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남은 음식을 각자 집에 가지고 왔으며, 그것으로 끼니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명절 음식은 기름에 굽거나 튀기고, 지지고 볶는 조리법을 사용하기에 지방이 많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의 소화 능력을 떨어뜨리는데, 과식까지 하면 위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해 제대로 음식을 분해할 수 없게 된다. 명절 이후에는 식생활을 바로잡고 복통 증세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명절 이후 소화기 질환은 소화불량과 위장장애다.

소화불량은 신체 활동보다 지방과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나 술을 많이 섭취할 때 발생한다. 증상은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다’, ‘명치가 막힌 것 같다’, ‘배가 꼬인 것 같다’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과음이나 과식뿐 아니라 명절 스트레스, 장거리 이동 등으로 몸이 피곤해지면 위나 장운동이 위축되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명절 연휴 동안 소화기 증상이 유독 심해지거나 이후로도 계속된다면 기능성 소화불량을 의심할 수 있다. 특별한 기질적 원인이 없이도 나타날 수 있지만 증상이 지속하거나 체중 감소, 피로감, 빈혈 등을 동반한다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만성 질환자나 고령자일 경우 위내시경과 복부 초음파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위장장애는 위와 십이지장 등 상부 위장관의 기능 장애와 관련해 나타나는 모든 소화기 증상을 말한다. 식후 포만감과 복부 팽만감, 복부 위쪽 통증, 속 쓰림 등으로 나타난다. 위장장애 증상을 방치하면 일평생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

위장장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질적인 위장장애다. 내시경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염증이나 소화성 궤양, 위암 등 조직의 손상이나 변화로 인해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기능성 위장장애다. 내시경이나 초음파 검사 등에는 별다른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위장 관련 증상이 있는 경우다. 단순한 소화불량 증상을 넘어선 기능성 위장장애는 질환으로 분류한다. 평소 소화불량증을 수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느꼈다면 기능성 위장장애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평소 식습관도 중요하지만 다음 명절에는 음식을 섭취할 때 평소 먹던 양만큼 개인 접시에 덜어 먹거나, 포만감이 높은 나물과 채소를 먼저 먹고 과식하지 말 것을 권한다. 또한 식후에 바로 눕지 말고 30분 정도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산책을 하며 충분히 소화시키면 좋다. 명절마다 갑작스러운 복통이나 급체, 소화불량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 올바른 명절 식습관을 가져보자.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