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에 탈모 약 바르고 바로 자면 얼굴에 털 난다?

인쇄

[건강 100대 궁금증] 〈28〉 탈모 유형별 치료 대상과 치료법

가을만 되면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져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습도가 높았던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대기가 급격히 건조해지면서 두피도 건조해져 각질이 쉽게 쌓이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가을철 모발 성장 주기의 변화로 남녀 모두에서 탈모량이 증가합니다. 이에 어떤 이는 탈모방지 샴푸를, 어떤 이는 탈모 약을 먹거나 바릅니다. 또 어떤 이는 모발 이식술을 고려하는데요. 그렇다면 이처럼 다양한 탈모 치료법 가운데 과연 어떤 치료를 선택해야 할까요. 중앙일보헬스미디어가 연속 기획한 '건강 100대 궁금증' 코너에서는 건강 관련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드립니다. 28번째로 탈모 유형별 치료 대상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탈모 치료법은 탈모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먹는 약은 여성형 탈모보다 남성형 탈모에 효과가 더 좋으며, 바르는 약은 탈모 유형에 따라 약의 성분·농도가 달라집니다. 탈모를 적절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탈모 유형을 파악하고 개인 상황을 고려해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탈모의 유형을 간단히 분류하면 두피 전반적으로 고르게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는 '미만성 탈모', 국소 부위에서 시작하는 '국소성 탈모'가 있습니다. 그중 미만성 탈모의 대표적인 예가 '휴지기 탈모'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일시적으로 휴지기에 돌입하는 모낭이 많아져 머리카락이 빠지는데요.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은 뒤 약 3개월 후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이후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사라지면 점차 회복합니다. 여성의 출산 100일 후 탈모가 대표적입니다.

국소성 탈모에는 '반흔성'과 '비반흔성' 탈모가 있습니다. 국소성 탈모의 대표적인 예가 '안드로겐 탈모', '원형탈모'입니다. 가장 흔한 탈모인 남성형 탈모와 여성형 탈모가 안드로겐 탈모입니다. 남성형 탈모는 정수리와 전두부 앞 이마선에서 시작해 서서히 'M'자형으로 탈모가 진행합니다. 여성형 탈모는 앞머리 이마선은 보존되지만, 정수리 모발부터 숱이 적어지고 가늘어지는 패턴을 보입니다.

원형탈모는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난원형 탈모반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전체 인구의 약 1.7%에서 일생 중 한 번은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입니다. 안드로겐 탈모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최대 목표이지만 원형탈모는 적절한 치료로 대부분의 환자에서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히 접하는 안드로겐 탈모의 경우 약물치료는 바르는 약제와 먹는 약제로 구분됩니다. 바르는 약제인 '미녹시딜'은 혈관 확장 작용이 있어 당초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이 약을 경구투여한 환자의 약 70%에서 다모증이 발생한 것에 착안해 바르는 발모제로 개발돼 널리 사용됩니다. 발모를 일으키는 기전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혈관을 확장해 혈류량을 늘리고 모낭 세포의 증식을 유도한다고 추정됩니다. 탈모 치료를 위한 미녹시딜은 탈모 부위에 하루 2번 직접 바르는 방식입니다. 미녹시딜은 고혈압 약물의 성분이지만 바르는 미녹시딜은 전신에 흡수되는 양이 미미해 정상인, 고혈압 환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녹시딜, 엉뚱한 데 묻히면 다모증 유발해 

이 약을 처음 사용하는 환자의 일부에서 도포 시작 4~6주 후 탈모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는데, 이는 퇴행기 모발이 생장기 모발로 조기 이행되면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신호이므로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단, 원치 않는 부위에 약물을 바르면 그 부위에 다모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두피에 미녹시딜을 바르고 바로 잠자리에 들면 베개에 약물이 묻어 얼굴에 다모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잠들기 2시간 전 미리 충분히 도포하는 게 좋습니다. 드물게는 접촉피부염이 생길 수 있어, 약물 도포 후 자극이나 가려움 습진이 생기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공식적인 탈모 치료제는 아니지만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알파트라디올 성분의 용액도 탈모 치료에 사용됩니다. 이는 안드로겐 탈모의 원인인 DHT(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만들어지는 호르몬)의 생성을 방해하고 모낭 세포의 증식을 돕는 효소를 활성화해 탈모를 치료합니다.

먹는 탈모 약의 가장 대표적인 약물은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5 alpha reductase inhibitor)로 남성형 탈모 치료의 판도를 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되는 것을 억제해 치료 효과를 나타냅니다.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는 성분에 따라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바로 안드로겐을 억제하는 약물인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두타스테리드(dutasteride)입니다. 이들 약물은 약 메커니즘은 비슷하지만 일부 차이가 있어 부작용과 효과가 다릅니다. 개인의 선호도와 나이 등에 따라 약물 선택이 달라집니다. 두타스테리드는 한국·일본에서만 남성형 탈모 치료제로 승인받았습니다. 부작용으로 성 기능 감소, 발기부전 등이 보고됐지만 약을 먹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으므로 이와 관련해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성형 탈모가 있는 경우에도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보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남자 태아의 성기 발달을 저해할 수 있어 가임기 여성은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약을 쪼개거나, 코팅이 벗겨진 상태의 약을 만지기만 해도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탈모방지용 샴푸는 대부분 일반 샴푸에 모발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첨가한 것입니다. 대표적 성분으로는 비타민 B군에 속하는 비오틴·나이아신아마이드가 있습니다. 두피 모공을 통해 샴푸 영양분이 공급되면 모낭을 건강하게 만들고 두피의 전반적인 컨디션을 좋게 해 탈모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피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은 데다, 안드로겐 탈모의 병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탈모 예방 효과는 미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모발 이식술은 탈모의 영향을 받지 않은 부위에서 모근을 채취해 탈모가 진행된 부위에 옮겨 심는 시술입니다. 주로 후두부에서 채취합니다. 한 번에 500~5000모를 이식하며, 절개와 비절개 방식이 있습니다. 절개는 일정 면적의 두피의 피부를 절개하고 모낭을 채취해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비절개 방식은 펀치를 이용해 모낭을 채취하고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환자의 두피 상태, 탈모 정도에 따라 시술 방법, 소요 시간이 달라집니다. 환자 대부분은 탈모 진행 중에 시술을 받으므로, 모발 이식술을 시행한 후에도 약물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기존의 모발은 빠집니다. 따라서 모발 이식술을 받은 후에는 탈모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약물치료를 시행해야 합니다.

도움말: 주민숙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